오늘은 농촌 공립학교의 방과 후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도시에서 아이 초등 1학년 처음 들어갔을 때 방과 후 수업을 신청해본 적이 있어요. 물론 다양한 방과 후 수업이 마련되어 있어서 좋기는 했는 데 인기 있는 과목은 너무 치열해서 아이가 원하는 수업을 거의 신청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인기가 있는 건 사실 거의 1분 컷으로 마감이 되었어요.
고학년 선배맘이 이야기해줘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손가락과 머리는 따로 놀고, 싸한 기분으로 문자를 보냈지만 얼마 되지 않아서 마감으로 참여가 불가하다는 문자를 받는 경험이 있어요.
느려 터진 저의 손가락에 애먼 탓을 해보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신청 못한 것이 괜히 엄마 탓이 되는 것 같아서 속상하기도 하고 아이 방과후 수업 신청하면서 이렇게 치열하게 해야 한다니... 하는 생각도 했어요.
지금은 농촌유학와서 농촌의 공립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방과 후 수업이 도시처럼 다양하진 않아요. 그러나 다양해도 신청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던 걸 생각하면 그 다양함도 크게 아쉽진 않더라고요.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방과 후 수업으로는 오케스트라, 피아노, 밴드, 태권도, 미술, 컴퓨터, 골프, 생활영어, 바이올린 같은 수업들이 있어요.
특별히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오케스트라와 스노보드 선수반을 운영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음악과 체육이라는 큰 축을 가지고 가는 것이 저는 마음에 들어요. 아직 스노보드 선수반에서 활동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케스트라는 활동하고 있는데 악기를 전혀 다루지 못했던 아이가 지금은 클라리넷 연주를 제법 해내는 걸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요.
그리고 오케스트라 공연이 매년 있으니 아이 스스로도 누나, 형의 연주를 보고 들으면서 자극을 받고 연습하는 것 같아요. 또 무엇보다 이걸 사교육으로 따로 시켰다면 절대로 아이가 할 생각도 안 했을 텐데 학교에서 전반적으로 이런 활동들을 같이 해나가니 부담 없이 함께 하는 것이 엄마인 저는 가장 좋더라구요.
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이것이 연주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니 아이가 느끼기에 학교 수업의 연장선처럼 느껴서 부담없이 하고있는 것 같아요.
도시에서 피아노 학원을 다닐 때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 해도 힘들 때는 언제든 그만두고 싶어 했지만 학교에서 이런 분위기가 있으니 그만둔다는 생각 자체가 없고, 합주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느껴져요. 더불어 오케스트라 행사 준비를 하면서 아이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도 대견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것, 음악으로 인해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것, 음악을 통해 아이가 스스로 치유와 힐링을 경험하는 것이 좋아요. 음악이라는 나만의 든든한 친구가 생긴 느낌이랄까요?
도시에서 방과 후 수업을 여러 개 신청했을 때는 교육비도 참 부담스러웠어요. 교육비 따로, 교재비나 재료비도 따로, 방과 후 수업만 해도 몇십만 원이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아이가 아직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서라도 다양하게 접하게 해주는 게 맞는 시기이긴 하지만 이렇게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 못하겠더라고요. 웬만한 학원비만큼 들어가니 아이가 2명 이상이면 부담백배죠.
농촌의 공립학교에서는 방과 후 수업은 다 학교에서 지원이 돼요. 물론 고가의 재료가 들어가거나 특별 사항이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지금까지는 한 번도 방과 후 수업 교육비를 내야 하는 경우는 없었어요. 전교생 숫자가 많지 않으니 학교 지원금으로 아이들 방과 후 수업까지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인원이 적으니 지원금이 전적으로 아이들을 위해 사용되는 것도 좋아요.
무엇보다 농촌에 들어오니 사교육을 위한 시장 형성이 과도하지 않아요. 도시에 있을 때는 다양한 사교육이 존재하니 우리 아이만 안 하는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하고 늘 정보를 듣기 위해 노력해야 했거든요. 더구나 아직 교육의 중심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사교육과 과다한 정보가 늘 엄마인 저를 흔들었어요. 결국 교육이라는 것이 내 아이에 적합한 교육인지 아닌지, 그 교육의 주체가 아이가 되어야 하는데 도시에서는 그 중심을 잡기도 전에 아이를 몰아붙이게 되더라고요. 부모인 내가 조급해서 시키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도시에 살면서 그런 환경으로부터 자유롭기는 쉽지 않더라구요.
저는 전반적으로 지금 농촌 공립학교의 방과 후 수업이 만족스러워요. 물론 학교마다 다른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니 농촌유학을 준비 중이시라면 그 지역 학교의 수업 커리큘럼을 받아보고 아이의 재능을 특성화시킬 수 있는 학교에 보내는 것도 좋아요. 아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발견되기 전이라면 방과후 수업을 통해서 아이의 흥미와 취미를 다각도로 접근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면 좋아요.
아이도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니 숙제나 공부가 더해지는 기분보다는 친구들이랑 좀 더 개별적인 취미활동이나 학교 활동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 같아요. 덕분에 엄마인 저랑 실랑이 할 일이 훨씬 줄어들었어요.
도시에서 엄마가 교육의 중심을 잡고 아이가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라 농촌이라는 환경을 재설정했어요. 이런 환경의 변화는 저에게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게 하고 결국 엄마가 기다릴 수 있는 마음 근육을 키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해준 것 같아요. 또 아이에게 탐색의 시간을 줌으로써 아이 스스로 주체가 되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농촌 유학 중 방과 후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또 다음 편에서는 농촌유학을 준비하면서 궁금할 수 있는 이야기로 글 나눠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