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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주, 너의 첫인상


어제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숙소

새벽에 잠이 깨었다.



오늘 아침 캠퍼밴, 

일명 캠핑카를 빌리러 가야하는데 

덜컥 부담감과 압박감이 몰려왔다.



한국에서 호기롭게 빌렸던 

나는 어디로 가고 하하하

난 누군가? 또 여긴어딘가? 

노랫말이 저절로 머릿속에서 리플레이되는 중이다.



어제 밤에는 발등에 불 떨어져서 

아이들이랑 렌트한 캠퍼밴의 

사용 영상을 몇번이나 돌려봤다.



나 혼자 보는 것보다 그래도 아이들이랑 

같이보면 뭐 하나라도 아이들이 기억해주겠지 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애미의 심정이다. 

이해해줘라~~



캠퍼밴 운전법, 충전하는 법, 물 사용 및 가스 사용법, 

내부 스위치 확인, 침대로 변형하는 방법 등등...



캠퍼밴을 빌리면 차종에 따른 영상링크를 보내준다. 

사실 영상으로 보니 더디기도 하고 영어 영상이니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에효효... 여행을 이따구로 힘들게 할 일이냐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캠핑카에 대한 로망은 어디로 가고 부담감만 가득이다.



일찍 일어났으니 서호주 공기는 한번 맡아줘야지.

공항 근처 외곽이라 그런지 하늘을 가리는 건물하나없이

하늘 가득 구름떼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좀전의 그 심란함은 어디로 사라지고 

퍼스의 아침 공기가 너무 상쾌하게 느껴졌다.





맞아! 호주의 교통범칙금이 

장난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또 호주의 교통체계가 우리나라랑은

 반대라 신호등 체계나 교차로에 대한 것들도

알아둘 필요가 있었는데 이제야 급 생각이 났다.



아침 공기를 맡자, 

번뜩 생각이 나서 산책은 접어두고 

숙소로 들어와서 주섬주섬 유튜브를 찾았다.






진작에 하지... 참 캠퍼밴 빌리는 당일날 

이 영상을 확인하고 난리를 칠 일이냐고!!



나한테도 화가났다. 

논건 아니지만 왜이리 준비를 안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혼자 여행일정부터 짐싸기에 캠핑카 운전까지 

왜 고생을 자처했나 싶은 자책감도 들었다.

그냥 발리에서 두달내내 편하게 지내도 되었을 것을...



빡세게 2시간 동안 호주의 신호체계에 대해서도 

유튜브로 숙지를 완료했다.



이젠, 서둘러 짐을 싸서 캠퍼밴 픽업 업체로 가야한다.





숙소를 이곳으로 잡은 건 캠퍼밴업체까지 걸어서 

1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라서 였다.



물론 큰 짐을 들고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우선 유심이나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택시타고 이동하느니 걸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발리에서도 아껴 먹었던 누룽지를 끓여서 

아침으로 간단하게 먹었다.

누룽지... 이거 이거 요물이다.

여행갈때는 강추하고 싶다.



숙소 어디든 전기주전자 정도는 있으니

물만 끓여서 부어먹을 수 있고 속도 편해서

개인적으로는 여행필수템인듯하다.



와....

다시 봐도 하늘이 미쳤다.

호주의 날씨가 좋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높고 파랗고 구름들이 이렇게 예쁠일이니?



새벽 하늘과 아침 하늘을 보고 급 호주가 좋아질것 같다.

살짝 쌀쌀한 느낌은 있지만 뭐랄까 이 청량함!!

청정지역 맛집이네!!





나름, 우리의 첫 호텔이었으니 

호텔앞에서 인증샷하나 찍고!!

출발!~



미리 찍어둔 구글맵을 보고 이동!

와... 데이터 없이도 구글맵 미리 저장해놓고 가는 건

쓰면서도 계속 감탄이 나온다.



예전엔 론리플랫잇 책을 들고 지도를 찾아가면서 

다녔던 시절도 있었는데(라떼는 말이야~~)



언제부터인가 정말 지도 보려고 

여행책자를 사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구글지도만 있으면 정말 이 세상 

어떤 오지라도 다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울 엄마는 내가 처음 온 나라에서 

길찾아가는게 내 능력인줄 알고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신다. 하하하

이제야 밝히는 거지만 온전히 구글...덕입니다.




가는 내내 진짜 호주의 넓고 싱그럽고 

피톤치드 팍팍 나오는 공원들을 지나갔다.



이래서 호주호주 하는구나...

호주의 자연과 날씨가 부러웠다.

걷는 걸음 걸음, 자전거를 타며 출근하는 사람들

한적한 동네뒷길





여행의 설렘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여행은 오감을 깨우는 일인 것 같다.

미지의 세계,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적당한 긴장감은 내 몸의 세포들을 깨운다.



여행 중 시도하는 소소한 도전들

일상에서 반응이 없던 높은 역치의 세포들이 

토도독~ 토도독~ 잠이 깬것 같다.



긴장과 설렘이 온몸을 채우는 기분

꽤나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다.



내가 살아있구나.



반가웠다.

오랜만에 서호주에서 

나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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