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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스를 빌렸나? 길이 7.5m 높이 3.5m 미쳤

캠핑카는 어디 가고 버스가...

서호주 여행을 준비하기 전 

가장 먼저 예약하고 결제한 건

바로 캠핑카, 일명 캠퍼밴을 

빌린 것이다.



코로나 이후로 캠퍼밴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올라간 모양이다.

덕분에 가격도 후덜덜했고, 

최소 3개월 전 예약이 필수란다.



서호주의 특성상 숙소가 별로 없다는 

단점을 커버해 준다는 것 외에는

가격대는 호텔을 이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서 가격적 매리트도 없다.



아무래도 프라이빗하게 

자신들만의 공간에서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캠퍼밴의 장점이라면 장점인 것 같다.  



"그래! 캠핑카를 타고 여행한다는 

로망을 실현하러 가자."



"지금 아니면 할 기회가 점점

 더 줄어들지 늘어나진 않을 거야! "



"아이들과 나의 버킷리스트 실천하기"

이런 마음으로 가성비를 로망으로 위로했다.



최소 3개월 전 예약 해야 하는 캠핑카라 

온라인상으로 결제와 송금까지 완료해야 했다.



캠핑카를 타본 적이 없으니 

캠핑카의 사이즈가 감도 안 왔다.



그리고 그때만 해도 운전할 생각보다 

여행자의 입장으로 큰 게 편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후기로 찾아봤을 때 다음번에 빌린다면 

여유 있는 사이즈를 빌려야겠다고 쓰여있길래...

내가 혹했었나 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달라지는 

그런 후기였나 보다.





우리가 캠핑카를 받으러 

방문한 곳은 캠퍼밴 마우이 브런치였다.



캠퍼밴 중에서 가장 최신의 차량을 

빌려주는 등급이 마우이다.



첨언을 하자면 캠퍼밴에 등급이 있는데 

연식에 따라서 등급을 매긴다.



마우이 > 브리츠> 아폴로> 치피...

이런 순서로 연식이 넘어간다.



엄마랑 아이들이 이동하는데 

오래된 차량은 아무래도 불안했다.



조금 비싸더라도 (아니.. 많이 비쌌다)

가장 최신 차량을 받을 수 있는 마우이를 선택했다.



미리 온라인으로 캠퍼밴 체크인을 할 수 있게

자신의 기종에 맞는 20여 개의 영상을 링크로 보내준다.



각 부분별 이름이나 사용설명서를 

영상으로 찍어놓은 것으로

미리 숙지하도록 해 놓은 것이다.



어젯밤 서호주 숙소까지 도착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자기 전

온 가족들이 모여서 영상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돌려서 봤다.



영어가 서툰 나에게 차량을 인도받고 

설명하는 일은 또 다른 장애물이었다.



그래도 LPG가스와 물호수나 

차량을 충전하는 곳 명칭이나 사용설명을 듣고

서류와 차키를 받았다.




아들의 도움이 컸다. 

아이가 들은 걸 내가 못 듣고, 

내가 들은 걸 아이는 못 듣고

우리는 영어 공동체 ㅋㅋㅋ 

둘이 들어서 조합해야 

그나마 빠지는 걸 최소화할 수 있다.



차키가 내 마음의 부담감 

만큼이나 묵직하게 달려있다.



캠핑의자나 테이블은 사무실 

한편에서 선택해서 차량에 실어야 한다.



일찍 도착하면 그나마 

더 상태가 좋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도 하나씩 챙겼다.

어떤 차량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살짝 기대감도 되고 긴장감도 감돌았다.




TIP. 캠퍼밴 인수할 때 꿀팁:)



1. 이왕이면 사무실에 일찍 오는 게 좋다.

캠핑장비도 오는 순서대로 챙겨 나가기 때문에 

상태가 좋은 건 아무래도

일찍 온 사람들 차지!





2. 캠퍼밴 차량 인수할 때 사무실 내부에 

음식재료, 혹은 필수품들을

넣어두는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갈 수 있다.


캠퍼밴 사용자들이 사용하고 

남은 물건들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유효기간 확인 후 필요한 물건들은 

챙기면 캠퍼밴 여행 중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후추나 소금처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조미료류는 따로 살필요 없이

요걸 이용하면 된다.



아무래도 호주 물가가 비싸다 보니

이왕이면 이용할 수 있는 건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식료품이나 일회용품들 챙겨서

우리의 캠퍼밴을 만나러 나갔다.





그리고 만난 우리 캠퍼밴의 첫인상은.....

와우.... 버스냐??

길이 7.5미터, 높이 3.5미터의 거대한 버스가 눈앞에 있었다. 







심장이 다시 쿵쾅대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뭘 빌린 거야??

한국에서도 캠핑카를 안 몰아봤는데

무슨 생각으로 이 차량을 빌렸는지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엄마도 사이즈를 보고 놀래신 모양인지

우리 작은 사이즈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신다.

하하하....


우선 받은 키로 문을 열어보고 

이것저것 점검을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렌터카 인도받는 

기분으로 찬찬히 점검했다.





물론 보험은 풀커버 보험을 들긴 했지만

예외 항목들이 있으니 최대한 꼼꼼하게 체크했다.

체크하면서도 한숨이 저절로 났다.


애들에 엄마까지 함께 탄 차량인데...
내가 잘 운전할 수 있을까?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정신을 못 차렸다.
 


한국에서 캠핑카를 탄다는 

마음에 기대에 부풀어 올랐던 마음은

어느새 쪼그라들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



차량을 인도받았으니 이제는 그냥 실전이다.

우선 짐을 놓을 공간들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 핸들에 앉아봤다. 아직은 감이 없다.

도로로 나가보지 않고 어찌 알리요.



가져온 짐들을 차량에 싣고 

주차장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아프리카 갔을 때 수동으로 빌렸던 렌터카, 

그날의 기억이 너무 생생히 떠올랐다.

한적한 공원 길에서 수도 없이 

시동을 꺼뜨렸었던 그날이 오버랩된다.



다행히도 그때와 달리 자동이라 

그런지 차량운전은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 벤츠다!!! 

캠퍼밴이라는 것만 알았지 

캠퍼밴 차량이 벤츠인 줄은 몰랐네.



오~ 나 벤츠 운전자야~~ ㅋㅋㅋ



도로로 나가는 건 또 다른 문제이지만...

어쨌든 그때를 생각하니 시동이 

꺼지지 않기만 해도 어디냐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캠퍼밴에 이름을 지어주자며

뭘로 할까 하다가 마우이라는 

업체명에서 아이들은 모아나를 떠올렸다.



아이들과 내가 모두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를 

모르고 당차고 야무진 모아나...



아이들이 지어준 모아나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 상황에서 모아나의 

그런 모습이 너무나 필요했다.



이름을 짓고 보니 급 부담감이 내려갔다.

여전히 운전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조금 친근해진 기분이랄까?



반갑다. 모아나^^

우리의 서호주 로트트립 잘 부탁해!



드디어 호주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깜빡이를 켜고 기다린다.





모아나 출격!!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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