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거리가 3일 같은 느낌 나만 그래?
마우이 브랜치 주차공간에서 살포시 운전과 후진을 반복하면서 괴물 사이즈의 우리 모아나를 달래 봤다.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언제까지 연습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 이미 계획했던 시간은 지나가고 벌써부터 마음이 조여 오고 있었다. 이미 정오에는 출발해서 장을 다 봤어야 하는 시간이다. 못 먹어도 고! 안 갈 수는 없다.
우리의 최초의 목적지는 바로 마트였다. 빅토리아 파크의 울월스라는 호주의 프랜차이즈 마트다. 차를 빌린 마우이 브랜치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쇼핑몰 안에 서울마트라는 한식, 라면 같은 간편 식품들까지 살 수 있는 한인마트가 있다. 한국의 캠퍼밴 출발자들 대부분이 퍼스에서 간단하게라도 장을 보는 곳이다.
그래도 이 와중에 다행은 외곽이라 차량이 많지는 않았다. 한국과 달리 왼쪽 운전석에 이어서 가장 난관은 익숙지 않은 영어내비게이션이었다.
벤츠면 뭐 하나요?
차량에 매립된 내비는 우리가 자주 쓰던 핸드폰 네비와 달리 영어로 나올 뿐 아니라
보는 방식이 익숙하지도 않고 뭔가 한 타임 늦은 느낌도 있었다. 아침에 마우이 브랜치 올 때도 사용했던 핸드폰의 구글 오프라인 지도를 켰다. (*특히 서호주 로드트립 하시는 분들은 구글 오프라인 지도는 필수템이다. )
차량에 필요할까 싶어 들고 간 시거잭은 아무 쓸모가 없었고, 들고 가지 않았던 핸드폰 거치대가 세상 필요한 필수품이었는데.... 결국은 여행 내내 핸드폰을 계기판과 운전대 사이에 끼고 운전을 해야만 했다. 아무래도 영어 내비게이션으로 가는 건 무리라는 생각에 핸드폰으로 구글 내비게이션을 연결하고 핸들과 계기판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쳤다. 다행히 거창한 신호체계가 나오지는 않았는데 여전히 오감은 총출동 긴장상태!! 온몸이 굳은 채로 15분을 달렸다.
그 순간... 엄마의 부스럭거림이 심상치 않다. 어! 핸드폰!! 엄마도 자신이 입밖에 뱉어놓고도 말소리에 놀란 것 같았다. 무슨 일이냐는 나의 물음에 엄마마저도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마우이매장에 놓고 온 것 같다고 하셨다. 와... 씨.... 큰일 났다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안간힘과 정신력으로 버틴 15분인데 ㅎㅎㅎ 순간 머리가 하얘진 건 물론이고 이 큰 차를 어디에서 유턴해야 할지, 운전을 하면서 다시 내비게이션 설정을 해야 하는 것까지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멘붕이 와다.
때마침 핸드폰이라면 관심도 상승인 아들이 캠퍼밴에 널브러진 할머니 짐을 뒤지더니 순식간에 핸드폰을 찾아냈다. 아들의 핸드폰 관심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유턴 없이 바로 장 보러 직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나님!! 저절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이 역시도 입만 움직일 뿐 여전히 익숙지 않은 운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경직상태를 풀지 못했다. 그제야 얼굴의 경직이 살짝 풀리는 기분이었다.
단 몇 분이었지만 그 순간의 멘붕은 여전히 생생한 감각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드디어 빅토리아 파크 도착!!! 그리고 저기 보이는 빅토리아 파크의 울월스 전광판!! 마라토너의 결승선 같았다. 미국처럼 거대 주차장을 생각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그리 크지 않았고 무엇보다 앞쪽 주차공간과 거리가 멀지 않아서 주차각이 안 나왔다. 식은땀이 난다. 차를 놓고 도망치고 싶은 느낌이다. 더구나 한국에서도 이렇게 큰 사이즈는 운전해 본 적이 없으니 주차각에 대한 감도 없었다. 그냥 무한정 앞뒤 차량이 빠져있는 주차공간을 기다렸다. 다행히도 비어있는 주차공간을 차지할 수 있었다. 오 주여~~ 감사합니다라는 멘트가 저절로 나왔다.
점심은 퓨전일식
점심을 위해 어딘가로 이동하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고 빅토리아 파크 내에 식당이 있어서 거기서 해결하기로 했다. 아이들의 만장일치로 라멘 종류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외식 물가는... 후덜덜.. 라면 종류 4개 시켰는데 왜 10만 원이야?? 암튼 코로 먹는지 눈으로 먹는지 모르게 점심을 먹었다. 이 날 점심은 사진 한 장이 남아있지가 않은 걸 봐서 정말 코로 먹은 것 같다.
빅토리아 파크 울월쓰+서울마트 후다닥 장보기
차를 인수인계받고 이동하는 과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 장 봐야 할 것들을 미리 정리하고 후다닥 장을 보고 출발하기로 했다. 물론 계획상 그랬다!! 빅토리아 파트의 울월쓰가 캠퍼밴 출발 전 장보기로는 딱 좋다. 바로 외곽지역으로 이동하고, 대부분 캠핑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마트를 들를 일이 별로 없고 굳이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서호주 로드트립을 떠나시는 분들이라면 서호주 퍼스에서 장을 보고 출발하는 것을 추천!!
오래간만에 들른 대형마트에 괜히 신났다. 서호주는 장볼맛이 난다. 우리나라보다 야채종류나 고기종류는 진짜 저렴하고 호주이니만큼 소고기가 정말 저렴했다. 특히나 소고기의 다양한 종류들은 말해 뭐 해!! 돼지고기보다 더 저렴하고 다양하고! 칠면조부터 양고기까지 고기의 종류도 다양했고 싱싱한 야채와 치즈 우유까지~
서호주의 외식 고물가에 깜짝 놀랐던 것에 비하면 마트 물가는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음이 급했는지 마트에서의 사진도 영상도 충분하기가 않네, 고기 종류대로 쫙~~ 있었는데 ㅋㅋ)
요런 야채들도 진짜 사이즈도 크고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요즘 우리나라 물가 생각하면 마트는 진짜 반가격느낌
다양한 식재료나 식품이 많아서 너무 재미있었는데 시간이 많지 않아서 미리 장 보려고 했던 것들 위주로 픽해서 이동!! 그리고 빅토리아 파크내부에는 울월쓰 대형매장도 있지만, 서울마트라는 한국식 자재 매장이 있어서 우리나라의 오뚜기 카레나 김치 같은 식품 구입도 가능했다. 서울마트에서 라면이나 카레, 짜장 같은 것들도 모두 구매완료!! 했다. 요기까지 마치니 뭔가 좀 안정은 찾은 느낌이다.
유심이 난관일세~~
그리고 꼭 출발 전에 마트에 들르려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유심 때문이었다. 요즘은 이심이 대중적인데, 이심이 안 터지면 멘붕이라 안정적인 유심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대부분 마트에서 구매해서 장착을 한다고 하길래 유심 없이 어제 하루를 버티고 오늘에서야 마트에 도착!
유심 장착이 크게 어렵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서 마트에서 구매완료한~~ 더구나 50% 반값세일로 저렴하게 구입까지 했고 특히 로드트립을 떠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텔스트라 브랜드로 구매 완료!! 했다.
(*팁: 다른 브랜드보다 외곽지역까지 커버가 가능하고 잘 터진다고 하니 유심브랜드는 텔스트라로~~ )
그러나 멘붕을 불러일으킨 심카드!
유심에 적혀있는 순서대로 장착하기 시작했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유심작동에 문제가 있었다. 충돌이 생긴 건지 넘어가질 않았다. TT 이때부터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유심을 샀건만.... 데이터가 터지지 않다니...
괜히 반값으로 사서 문제인 건가? 말도 안 되는 고민을 했다가 바쁜 캐셔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안 되겠어서 결국은 아까 서울마트에 계시는 교민분께 도움을 요청했다. 역시나 순서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기계인식의 문제인 것 같았다. 참았던 인내심의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TT 이젠 그냥 울차례!!
다시 리셋을 하고 처음부터 순서에 맞춰 진행을 해봤다. 몇 번에 걸쳐 이 과정을 다시 해보고 핸드폰을 최종적으로 껐다가 켜니 데이터 표시가 되기 시작했다. 이럴 거야~~ 유심카드 너까지 정말 이럴 거야!! 이렇게 될 거면서 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거야!! 드디어 빅토리아 마켓에서도 빠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ㅎㅎㅎ
스텝데로 따라 했는데도 인식이 왜 안되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어쨌든 요기 쓰여있는 방식으로 따라 하니 결국 활성화가 되긴 했다. 심카드는 확실히 울월쓰가 행사도 많고 종류도 많아서 요기서 구매하고 출발하는 것 추천. 그리고 서호주의 경우 위쪽으로 가면 브랜드에 따라서 심카드가 안 터지는 경우가 있으니 이왕이면 브랜드는 텔스트라로 구매 추천!!
울월쓰에서
행사로 반값구매 17불로 구매!
심카드 브랜드는 텔스트라 추천!
리큐드마켓
난 애주가도 아니고 술도 못 마시지만 늘 술에는 관심이 많다.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술 종류도 좋아하고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맛있게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그런 류의 술에 관심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 없는 술을 맛보고 싶었다. 술에 있어서 얼리어답터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와 달리 호주의 경우, 마트에서 술을 파는 게 아니라 술만 전문으로 파는 리퀴드 샵에서 술을 판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긴 아쉬우니 장도 다 봤겠다 간단하게 맥주라도 사자는 마음으로 들렸다. 그러나 많이 먹지는 않으니 결국 두고 먹을 수 있는 와인 두병을 사가지고 나왔다. 이제는 정말 모든 장보기는 끝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와인도 마시고 막... 그렇게 여유 있는 로드트립이 될 줄 알았다. 와인 한잔 마실 여유 정도는 있겠지!! 이날 이렇게 당하는 와중에도 오늘만 그럴 거라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나의 괴물 사이즈 캠퍼밴이여~~
장 본걸 잔뜩 들고 캠퍼밴으로 탑승했다. 간단하게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고 차량을 빼기만 하면 우리는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차하기도 너무 힘들었지만 차량을 빼는 것도 너무 힘든 일이 되어 버렸다. 아까는 자리가 앞 뒤 비어 있는 상태에서 주차를 했는데 나올 때는 그 앞 주차공간이 차있으니... 빼서 돌릴 공간이 안 나오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앞꼭지만 얼굴을 내밀 수 있을 뿐 우회전이든 좌회전이든 차량이 빠져나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주차장에서 다시 옆차량을 기다렸다.
로드트립의 첫 번째 덕목은 도 닦는 마음인 것을 그때는 몰랐다.
로드트립의 첫 번째 덕목은 도 닦는 마음
한국 같으면 차량 앞에 연락처들이 붙어있는데 연락처도 안 보이고 더구나 핸드폰으로 전화 걸어서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일 자체가 눈앞이 깜깜했다. 와... 이 타이밍에 다행히도 차량주인이 천사처럼 나타났다.
드디어. 드디어. 이제 우리는 마트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게 시트콤 같은 상황이라 헛웃음이 나왔다. 오늘 써야 할 에너지를 모두 풀가동 한 방전된 배터리가 되었다. 첫날의 예상 일정대로라면 이미 장보기를 끝냈어야 할 이 시간은 얀챕 국립공원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드디어.. 다시 출발!! 고속도로로 이동해서 캠핑장으로 이동!! 하는 경로가 남아있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또 떨린다. 운전 좀 한다는 나도 이렇게 긴장되는데 운전 많이 안 해본 사람들은 이 상황이 너무 힘겹게 느껴질 것 같다.
아!! 그리고 만약(진짜 만약임) 다시 간다면 꼭 핸드폰 거치대 필수로 가져가야겠다. 차량내비게이션은 영어로 나오기도 하고 확실히 구글보다 업데이트도 안되고 인식도 느려서 구글맵만 이용했는데 거치대가 없으니 계기판 사이에 놓고 달리니 엎어지고 진짜 신경이 쓰인다. 무엇보다 장시간 음악도 들을 수가 없어서 운전이 더 고역스러웠던 것 같다.
이 글을 보시고 나서 가시는 분들은 핸드폰 차량 거치대를 챙기셔서 가기를~~
이 와중에 저기 하늘에 먹구름 뭔가요? 이제 진짜 출발해야 하는데 비까지 오는 건 아니지? 첫날이라 더 그랬겠지만 아무래도 캠퍼밴 일정 짤 때 여유 있게 일정을 짜야할 것 같다. 처음이라 허둥대는 일도 많고 생각보다 훨씬 시간도 많이 걸린다. 무리하면 오늘의 일정인 얀챕국립공원을 들릴 수는 있겠지만 첫날부터 야간운전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빡세도 너무 빡센 오전과 오후를 보냈다.
난 이미 지쳤어요. 땡벌땡벌!! 이 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냥 뽕!! 캠핑장으로 고! 고! 를 외치며 출발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우선 오늘은 캠핑장까지만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