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선이 어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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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트를 벗어나 캠핑장을 향해 도로를 향해 깜빡이를 켰다. 출발이다. 아까 마트까지는 어떻게 운전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짧은 거리기도 했고 큰 도로를 탄 것 같지는 않은데 이제는 외곽으로 빠져야 하니

아무래도 큰 도로로 향해야 한다. 여전히 운전석이 익숙하진 않지만 그래도 마트까지 운전을 해서 그런지 조금은 친숙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 할 수 있어!!

애니웨이 출발했다는 것에 무엇보다 의미가 있잖아?

그래 가고 있다는 게 어디니?

10킬로든 20킬로든 차선을 넘나들어 가장 끝 차선까지 왔으니까 그냥 나의 속도로 가자!


그렇게 나만의 속도로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달렸다. 자전거를 처음 타듯 그렇게 연습을 시작했고 남의 눈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강인한 멘털을 유지하리라!! 생각보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고 원래 가기로 했던 얀챕도 내일 일정으로 미루며 가니 조급함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가는 중간중간 지나가는 차들이 빵빵 클락션도 함께 울려줬다. 카카오톡방의 생일처럼 폭죽을 쏘아주는 기분으로 팡파르 ~~ 팡팡!!!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환호하고 박수를 쳐주는 느낌이 무엇인가? 그것이 호주식 인사였던가? 내가 캠퍼밴 운전 처음하는 거 아는 건가?? 나는 이 괴물사이즈의 모아나 캠핑카를 움직이게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만한 마음 가득이었다.


어느 순간 엄마가 나를 옆좌석에서 불렀다.

딸~~ 근데 뭐가 좀 이상하다. 왜 차들이 깜빡이를 켜는 거야?

나는 운전대를 잡고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기에 옆차까지 볼 여력이 없었다.

달리다 보니 끼어들기를 거칠게 하고 들어오는 차량들이 있었고 엄마를 쳐다보다가 옆 차량에서 창문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나에게 향한 것은.... 한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것은 그것은,,, 뻑큐였다.

엥?? 왜??

호주사람들이 그나마 매너가 좋고 참을성이 많았던 모양이다. 벌써 몇 십 분을 30킬로와 50킬로 사이를 유지하면서 달리는 나에게 클락션을 누르지 않고 따라왔던 모양이다.


좌석이 오른쪽이니 차선도 반대로 생각했어야 하는데 한국처럼 왼쪽 차선이 1차선이라 생각하고 실상 호주에서의 추월차선인 1차선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고속도로에서 나는 30킬로의 속도를 고집스럽게 유지하면서

차량을 운전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으니 뻑큐가 이제야 나온 게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과 동시에 추월차선이 어디인지 혼선이 오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빙빙 꼬였다. 한동안 차선을 바꾸려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겨우 겨우 3차선으로 향할 수 있었다. ㅎㅎㅎ

지금도 그날의 그 순간을 생각하면 현기증이 난다. 차를 버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식은땀을 흘리면서 무어리버에 있는 길더튼홀리데이파크로 향했다. 오늘이 끝나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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