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첫날코스인 얀챕 국립공원!! 을 갔어야 하지만 그럴 마음의 여유도 힘도 없어서 바로 우리의 첫 번째 숙소인 길더튼 홀리데이 파크로 향했다. 오후 일정을 모두 빼고 왔는데도 캠핑장에 도착하니 어느새 4시.
처음이라 어떻게 체크인할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사무실에 직원이 계셔서 바로 키를 받을 수 있었다.
이날이 아마도 캠퍼밴 로드트립에서 직원을 본 몇 안 되는 날 중 하나였다. ㅎㅎ 매번 늦은 시간에 도착했고 그만큼 야간운전을 계속해서 그런지 직원보다 우편함과 마주하는 체크인을 했다. 호주에서의 첫 캠핑장이니 만큼 기대가 되었다. 사무실의 첫인상은 많은 DVD와 보드게임과 지역의 액티비티 정보들!
한국의 캠핑장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호주에서의 캠핑은 장기간 머물고 즐기고 느끼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 캠핑처럼 느껴졌다. 캠핑 사이트 도착하자마자 우리의 할 일은 바로 저녁 준비!! 주방에는 전자레인지나 토스터기 냉장고가 마련되어 있고, 간단한 밴딩머신도 있어서 간식도 구매가 가능했다.
이곳이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이라 그런지 바람도 세고 기본적으로 호주의 겨울이라 그런지 캠핑장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저녁 준비~
오늘 애증의 주차를 했던 마트에서 산 소고기와 연어로 오늘 저녁메뉴 세팅! 제대로 된 안심 소고기가 1만 원대라니~~ 어메이징!! 두툼하기도 하고 우리나라 한우처럼 마블링이 있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순살 좋아하는 아이들은 좋아할 식재료
나는 차량을 정리하는 사이 엄마가 식사준비를 했다. 와.... 연어가 완전 꿀맛!!이다 연어가 소고기처럼 저렴한 건 아니었지만 우리나라보다는 저렴했던 것 같고 우선 상태가 너무 좋아서 회로 쓱싹 썰어먹기 딱 좋은데?
마트에서 사 온 야채와 소고기는 말해 뭐 해!! 이 맛에 캠핑하나 싶을 정도로 고기가 제대로 맛있고 오전의 그 험난했던 과정의 트라우마에서 잠시나마 빠져나올 만큼 육즙 팡팡 터지는 저녁식사였다.
아이들도 첫날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그래도 캠핑장에 도착하고는 긴장이 좀 풀리기도 했고 호주 와서 제대로 식사가 처음이라 저녁시간에 이야기 꽃을 피웠다.
무어강과 인도양이 펼쳐지는 이곳... 사실 아직 깜깜해서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모르겠다. 그냥 이날은 무엇보다 무사하게 캠핑의 첫날을 맞이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4시쯤 도착해서 그저 저녁만 먹었을 뿐인데 완전 어두워졌다.
8시만 되어도 이미 깜깜하다. 호주의 겨울밤은 정말 빠르게 어두워진다. 이 캠핑장은 여름엔 진짜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인데 겨울에는 추워서 그런지 캠핑장의 사이트들이 좀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발리에서 있다 와서 그런지 이 쌀쌀함이 호주만의 청량함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의 괴물 사이즈 모아나는 침대로 변신개조 중이다!! 가운데 쿠션을 떼서 중앙에 넣으면 침대 변신 완료~~
침대로 개조하다 보니 안에 금고도 마련이 되어 있었다. 와... 없는 게 없는 캠퍼밴~
늦은 시간 캠핑장에 울리는 파도소리와 바람소리 여름캠핑과는 달리 겨울캠핑이 주는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시간이다. 하늘의 구름도, 별도 여유 있게 바라보는 일이 없이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여행은 그런 측면에서 한 번이라도 삶의 소외된 시간들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쌀쌀한 날씨라 겉옷을 잔뜩 입고 엄마의 애장품인 여행용 전기장판까지 침실에까니 세상 아늑하고 따뜻해졌다. 오늘 하루 고생한 모아나와 나 그리고 식구들. 나하나 믿고 함께 와준 식구들 아이들의 버킷이라 시작했는데 무모하게 큰 차량을 덜컥 예약해 버리고 몰아본 적 없는 캠퍼밴을 몰고, 나이 드신 부모님을 모시고 이 고생길을 떠났다니... 지금 생각해도 너무 대책 없었나 싶은 마음도 들지만
나는 이런 내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삶을 살 때는 늘 성공의 가능성과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경계를 넘어서서 혹은 한계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도전하는 일을 줄이거나 나 스스로의 경계를 더 한정적으로 가두기도 하는 것 같다. 특히나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질 때는 더더 욱 그렇다. 그러나 여행에서는 나 역시도 늘 새롭게 처음 가는 여행지라 처음 도전하는 것들이고 기대치가 낮고, 때론 실수해도 부담 없이 다른 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실수나 해프닝은 두고두고 인생의 추억으로 기억된다는 걸 이제는 너무나도 잘 기억하고 있어서 이런 상황들을 겪을 때면 추억하나 추가!! 를 외칠 수 있는 멘털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같이 가는 사람이 무엇보다 정말 중요하다 어떤 마인드를 가진 사람과 여행을 가느냐에 따라서 그런 실수들이 좋은 해프닝과 추억으로 기억되기도 하고 기억도 하기 싫어서 그 여행지 자체를 싫어하게도 된다.
긴장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익숙지 않은 도로를 운전하니 피로감이 쏟아졌다. 길더 튼 비치의 일정한 파도소리에 저절로 스르륵 잠이 왔다. 얼마 만에 엄마 곁에서 자보는 건지... 그냥 다시 아이가 된 것 같이 엄마옆에 누워만 있어도 든든하고 좋았다. 아이들이 나랑 함께 잘 때 이런 안정감을 느끼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호주의 겨울 캠핑이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들어서 기대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한적하고 호젓한 느낌이라
또 한편으로는 고독을 즐기거나 가족단위의 오붓한 느낌을 느끼기에는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일은 또 어떤 모험을 펼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