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것의 힘
[Sammary]
이 책을 쓴 저자는 Give and Take 를 통해 '주는 사람(Giver)이 성공한다'는 주장을 펼친 애덤 그랜트(Adam Grant) 교수다. 그는 이 책에서는 다시 생각하는 힘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책은 1949년 맨굴치(Mann Gulch)라는 산의 산불을 잡으러 투입된 소방대원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너무 거센 화마를 잡지 못하고 도망치던 대원들은 대부분 희생되었는데, 대장 와그너 도지(Wagner Dodge)는 살아남았다.
그는 달아나는 대신 오히려 풀밭에 불을 지른 뒤, 타고 재만 남은 공간에 엎드려 젖은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채 15분을 버텼다. 희생된 다른 대원들이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는 '불길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오히려 새로운 불을 지른다'는 도지의 행동이 그들이 배운 소방대원 규범과 경험칙에 어긋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평소에는 필요하지만 당시 생존에는 짐이 되는 무거운 소방장비를 끝까지 들고 있다가 사망한 이들도 있었다.
우리는 인지적 게으름을 가진 존재다. 익숙한 것을 따르는 것을 본능적으로 편하게 여기고, 그것을 거스르는 것을 때로는 정체성의 상실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더는 도움이 되지 않는 지식이나 의견을 버리고, 일관성보다 유연성을 사고의 중심에 놓을 때 우리는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결정을 할 때, 우리 안에는 흔히 세가지 유형의 모습이 나타난다. 내 주장이 옳다는 맹목적인 믿음에 사로잡혀 다른 의견 또는 가능성을 무시하거나(전도사), 새로운 발견보다는 비판과 폭로에만 집착하거나(검사), 정확한 근거가 아니라 다수의 의견에 따라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정치인) 것이다.
이런 함정을 피하려면 우리는 과학자가 되어야 한다. 정답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직관 대신 증거를 따르며, 타인의 의견이 옳다면 내 의견을 수정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모든 환경에서 열린 마음을 가지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경우 마음을 열고 사고의 민첩성을 획득하는 것이 유리하다. 핵심은 자신의 믿음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때로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거나(안락한 의자 쿼터백), 지나치게 과소평가(가면을 쓴 사기꾼)하곤 한다. 두가지 모두 위험한 이유는 우리가 다시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초보에서 아마추어로 나아갈 때, 겸손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과도한 자기 확신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어리석음의 산에 갇히고 만다. (더닝 크루거 효과)
미국·중국을 대상으로 리더십 효과를 다룬 연구논문에 따르면, 가장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팀을 이끈 지도자들은 자기 능력에 믿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약점을 정확하게 인식했다. 그들은 자신의 한계를 먼저 인식하고, 그 뒤에 그것을 넘어야 더 높은 단계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틀렸을 때 그것을 기꺼이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더 빠르게 성장한다. 그것은 과거의 사고 방식을 고집하지 않을 때, 그리고 내 의견과 나를 동일시하는 사고를 버릴 때 더 쉽게 가능하다. 우리는 흔히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면 무능해 보일까봐 걱정하지만,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내 의견을 반박하는 새로운 데이터를 인정할 때 우리는 우호적인 평판을 얻을 수 있다.
자주 옳은 사람은 많이 듣고, 또 자기 마음을 자주 바꾼다.
만일 당신이 자주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당신은 자주 틀릴 것이다.
- Jeff Bezos -
그렇다고 해서 내 의견을 일방적으로 굽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수백개를 분석한 결과 성과가 높은 팀은 관계 갈등은 낮게 유지하되, 업무 갈등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즉 경쟁적으로 자기 주장을 펼치고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면서 업무를 수행하되, 갈등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감정 다툼으로 연결하는 것을 지양했다. 관계 갈등은 다시 생각하기를 방해하는 반면, 업무 갈등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며, 사람간의 관계를 해치지 않고 진실에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 관점에서 서로 지지하는 친화적인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팀보다 서로의 맹점을 지적하고 약점을 극복하도록 돕는 집단, 도전 네트워크가 때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 이런 팀에는 오히려 드라마 '하우스(House)'의 의사,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편집장처럼, 친화적이지 않지만 당연한 관행에 의심을 품고 나를 다시 생각하도록 몰아붙이는 사람 - 으레 조직에서 부적응자로 보이기 쉬운 - 이 오히려 이상적인 구성원이다.
특히 지도자들이 업무 갈등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을 멀리하는 순간 조직은 실패에 가까워진다. 물론 지도자가 아니라 현실에서 우리도 종종 도전 네트워크의 가치를 무시하곤 한다.
다만 서로 다른 견해를 놓고 끝장토론을 해서 결론을 내는 방식은 자칫 감정싸움으로 확대될 리스크를 수반하며, 이를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때로 우리는 어떤 분쟁을 의견불일치가 아닌 토론으로 규정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의견을 바꿀 수 있다는 신호를 상대에게 보내고, 그에 따라 상대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틀린 이유를 증명하기 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것에 집중해서 토론하면 보다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닐 라컴(Neil Rackham)은 전문가 집단과 평균 집단의 노사 협상 과정을 연구하면서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했다. 전문가 집단은 사전에 상대방이 제시할 수 있는 의견과 순서를 미리 정리하고, 전체 협상 계획의 1/3을 상대와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을 찾는 데 할애했다. 그리고 자기 주장의 요지를 상대방보다 적게 제시함으로써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논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공격 - 방어의 쳇바퀴를 굴리는 대신, 다섯번 말할 때 적어도 한 번은 질문을 던지며 호기심을 표현하고 상대방이 스텝을 밟을 수 있도록 이끌었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생각을 바꾸려고 할 때 그를 이기려고 하는 실수를 범한다. 일방적으로 강하게 끌어당기면 상대는 저항하지만, 의견을 들어주고 동의하는 제스쳐는 그를 누그러뜨린다. 토론을 줄다리기가 아니라 춤으로 생각한다면, 상대에 맞춰 한 걸음 물러날 수 있다. 우리가 마음을 바꾸기를 거부한다면 상대 역시 마음을 바꿀 여지는 많지 않다.
국제 토론대회에서 서른 번 넘게 우승한 하리시 나타라얀(Harish Natarajan)은 흔히 사람들은 토론할 때 상대방의 주장 중 가장 허술한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은 반대로 상대방의 주장 중 가장 강력한 것에 동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즉 상대의 논지가 타당하다고 받아들이고, 그 지점에서 토론을 시작함으로써 공정하고 균형잡힌 접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나 태도가 도전받을 때 빠르게 방어 태세를 취한다. 이 사람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반사실적 사고(일어날 수 있었지만 결국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대안적 사건)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있었더라도 같은 생각을 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사람들은 새로운 가능성에 마음을 연다.
1980년대 초 임상심리학자 빌 밀러(Bill Miller)와 간호사 스티븐 롤닉(Stephen Rollnick)은 사람들이 스스로 바뀔 수 있도록 돕는 동기강화 면담(motivational interviewing)의 핵심원리를 개발했다. 동기강화면담의 목표는 그가 무엇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확신사이클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바라보도록 돕는 것이다. 여기에는 세가지 핵심 기법이 포함된다.
개방형(주관식) 질문을 한다.
반영적 경청(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상대의 생각과 느낌을 재구성해 상대에게 전달하고 확인하는 것)을 한다.
그의 소망과 변화 역량을 확인한다.
사람들이 때때로 자신의 결정을 누군가가 통제한다는 압박감에 저항하고, 그 결과 타인의 조언을 무시한다. 동기강화 면담은 면담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그에게 어떤 지시를 하거나 방안을 추천하는 대신, "여기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몇 가지 선택안이 있다. 이 중 어떤 것 하나가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고 묻는다. '나는 당신 편이다' 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그가 선택할 권리를 존중한다.
집단의 차원에서는, 반대 진영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자기 진영의 의견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 수 없다. 우리는 선명하게 다른 두 의견이 있을 때 토론과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관점에서 비롯된 많은 의견을 놓고 어떤 쟁점을 바라볼 때 사람들은 다시 생각하기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이분법적 편향을 극복하려면 주어진 스펙트럼의 전체적인 조망을 인식하는 것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다. 찬성과 반대 사이에 존재하는 여러 의견을 인식하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회의적인 사람들(과학적인 증거가 있는지 의심하는 사람들)과 부정·묵살하는 사람들을 구분하는 것이다. 극단적인 소수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 실제 행동에 나서고자 하는 다수의 의지가 묻히게 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문제의 해결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제 존재 자체를 무시하거나 부정하려 든다. 따라서 극단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다양한 층위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왜 문제인가' 보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심의 초점을 돌리고, 구체적인 행동과 관련된 건설적인 대화를 유도한다.
그럼에도 의견이 양극단으로 치달을 때, 상대방의 관점을 수용하려면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관점이 무엇인지 찾고, 의견 속의 미묘한 차이들을 찾아내야 한다. 비록 의견이 다르지만 상대가 쟁점에 깊게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도 서로 존중할 수 있다.
익숙한 방식을 다시 생각하는 것은 집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NASA는 오랜 세월 성과주의 조직문화의 표본이었고, 어던 가치보다 실행의 우수성이 높은 가치로 꼽혔다. 그러나 그 구성원들이 내부 프로세스와 절차에 확신을 가지고 의심하지 않는 순간 다시 생각하기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몇몇 끔찍한 사고는 바로 그 다시 생각하기를 실패한 결과 일어났다.
조직 차원에서 다시 생각하기는 학습을 중시하는 문화(learning culture)에서 보다 쉽게 나타난다. 이 문화에서는 다시 생각하기 사이클이 성공의 당연한 과정이며, 사람들이 자기가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기존의 관행을 의심하고 새로운 시도에 호기심을 갖는 것이 표준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 심리적 안정성이 중요하다.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son)은 의료실수에 대한 연구에서 심리적 안정성이 높은 팀일수록 더 많은 실수를 보고했지만, 실제 저지른 실수는 다른 팀보다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팀은 처벌을 피하려고 실수를 숨겼고, 잘못된 결과가 나와도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 동일한 실수를 반복했다.
심리적 안정성을 구축하려면? 게이츠 재단에서 저자가 관리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관리자들에게 팀원들의 피드백을 구하라고 하지 않고, 피드백을 받았던 과거의 경험 및 미래 발전 목표를 팀원들과 공유하는 것' 이었다. 관리자가 스스로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인정함으로써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증명하고, 어떤 피드백에도 마음을 열겠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이 경우 첫 주에는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1년 뒤 심리적 안정성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성과를 우선시하는 문화에서는 흔히 최고의 모범사례(BP)에 집착한다. 그런데 이 방식이 최선이라고 선포하고 나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굳어버리기 쉽다. BP의 장점만 보고 단점에 의문을 품지 않을 때 발전과 개선은 멈춘다.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단기적 성과에는 유리할 수 있어도 장기적인 학습에는 장애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결과에 대한 책임과 함께,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능성을 얼마나 주의 깊게 살피는지 평가함으로써 과정에 대한 책임성을 검증할 수 있다. 에이미 에드먼슨은 심리적 안정성이 책임성 없는 상태로 존재할 때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안전함을 느끼는 안전지대 안에 머물고, 책임은 있지만 안정성이 없으면 불안지대에서 침묵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안정성과 책임이 동시에 존재할 때 학습지대(learning zone)을 만들 수 있고, 사람들은 이곳에서 실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모여 도전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과정에 대한 책임성이 중요한 이유는 의사결정의 깊이를 깊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 가능성을 따지지 않고 얕게 결정했다면 성공했더라도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러나 의사결정 과정이 철저했다면 만약 실패핬더라도 똑똑한 실험을 한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