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오랜만에 고향 집에 내려가면 엄마 품에 쏙 안겨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들을 재잘대다 잠에 든다. 그렇게 10년 전 스무 살 때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목소리와 행동으로 쉴틈 없이 재잘 될 때면 엄마는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 말씀하시곤 한다.
"아유~이래서 누가 널 서른으로 보겠니~"
그럴 때면 괜히 웃음이 난다. 사회적으로 그려지는 서른이란 나이가 갖춰야 할 어른의 모습에 비해 나는 아직 너무나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내 나이 스무 살 때 바라본 서른이란 나이는 거의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완성에 가까운 어른의 나이였다. 당연히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가정도 있는 그런 상태. 근데 현실은 그와 정반대이니 그저 웃음이 날 뿐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내가 불행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스무 살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성장한 상태이며, 지금 이 위치에 오기까지 참 많이도 애썼으니깐. 비록 대학시절 꿈꾸던 누구나 알만한 멋들어진 광고 영상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에 걸맞은 상태는 아니지만, 대신 한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6년 차 국가 브랜드 마케터가 되었다. 외부에선 브랜딩 강의 의뢰가 여럿 들어오며 강사라는 타이틀도 생겼고, 연초에 오픈한 1대 1 브랜딩 컨설팅도 꾸준히 높은 만족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내 나이 서른을 누구보다 열심히 즐기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서른이란 나이가 주는 압박은 종종 나를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괜히 마음 한 구석에 불안감이 스며든다. 주변 친한 친구들의 결혼 소식이 하나 둘 들려올 때가 그러하며, 특히 가끔 엄마와의 전화 통화를 끝마칠 때면 알 수 없는 투명 벽에 쾅하고 부딪힌 것만 같다.
"아니, 내가 벌써 서른이라니"
하지만 이 짧은 한 문장에 더 이상 내 정신이 잠식당하게 둘 순 없다. 사회가 집착하는 '이 나이 되면 결혼을 해야지'와 같은 분위기를 바꿀 순 없겠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분명 있다. 스무 살, 대학교를 막 입학했을 당시의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때 그 마음 그대로 누구보다 멋진 30대를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아직은 내 나이 앞의 3이란 숫자가 낯설기만 하지만, 서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들을 오늘부터 하나씩 기록해보려 한다. 어디까지나 나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들이겠지만, 나의 이 기록이 갑작스레 찾아온 서른에 나만큼 당황스러운 이 세상 모든 서른 살들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이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멋진 30대를 시작하는 첫 발걸음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