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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인영 Jun 13. 2021

아니, 내가 벌써 서른이라니

나는 아직도 오랜만에 고향 집에 내려가면 엄마 품에 쏙 안겨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들을 재잘대다 잠에 든다. 그렇게 10년 전 스무 살 때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목소리와 행동으로 쉴틈 없이 재잘 될 때면 엄마는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 말씀하시곤 한다.

"아유~이래서 누가 널 서른으로 보겠니~"


그럴 때면 괜히 웃음이 난다. 사회적으로 그려지는 서른이란 나이가 갖춰야 할 어른의 모습에 비해 나는 아직 너무나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내 나이 스무 살 때 바라본 서른이란 나이는 거의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완성에 가까운 어른의 나이였다. 당연히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가정도 있는 그런 상태. 근데 현실은 그와 정반대이니 그저 웃음이 날 뿐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내가 불행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스무 살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성장한 상태이며, 지금 이 위치에 오기까지 참 많이도 애썼으니깐. 비록 대학시절 꿈꾸던 누구나 알만한 멋들어진 광고 영상을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에 걸맞은 상태는 아니지만, 대신 한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6년 차 국가 브랜드 마케터가 되었다. 외부에선 브랜딩 강의 의뢰가 여럿 들어오며 강사라는 타이틀도 생겼고, 연초에 오픈한 1대 1 브랜딩 컨설팅도 꾸준히 높은 만족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내 나이 서른을 누구보다 열심히 즐기며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서른이란 나이가 주는 압박은 종종 나를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괜히 마음 한 구석에 불안감이 스며든다. 주변 친한 친구들의 결혼 소식이 하나 둘 들려올 때가 그러하며, 특히 가끔 엄마와의 전화 통화를 끝마칠 때면 알 수 없는 투명 벽에 쾅하고 부딪힌 것만 같다.   

"아니, 내가 벌써 서른이라니"


하지만 이 짧은 한 문장에 더 이상 내 정신이 잠식당하게 둘 순 없다. 사회가 집착하는 '이 나이 되면 결혼을 해야지'와 같은 분위기를 바꿀 순 없겠지만,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분명 있다. 스무 살, 대학교를 막 입학했을 당시의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때 그 마음 그대로 누구보다 멋진 30대를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아직은  나이 앞의 3이란 숫자가 낯설기만 하지만, 서른이기 때문에   있는 생각과 행동들을 오늘부터 하나씩 기록해보려 한다. 어디까지나 나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들이겠지만, 나의  기록이 갑작스레 찾아온 서른에 나만큼 당황스러운  세상 모든 서른 살들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이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멋진 30대를 시작하는 첫 발걸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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