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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무드 Jun 18. 2023

저마다의 약점은 따뜻하다


 낙타는 유목민들이 어두운 밤을 보내는 동안 나무에 묶어두면 아침에 끈을 풀어줘도 묶여있던 밤을 기억해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다고 한다. 낙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도 그렇다. 상처받았던 그 자리에, 여전히 그대로 있다. 상처는 아물고 흉터가 되는 긴 시간 동안 나는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움직이지 못했다. 내가 내딛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결국 상처가 될까 두려운 마음에, 상처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키고 싶은 것은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기에. 뒤돌아 도망가지도, 그 자리 이상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차라리 지키고 싶었던 그 작은 무언가 하나조차 없었다면 조금 더 쉬웠을까.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상처받고, 상처 준다. 누구나 다 끝까지 지키고 싶은 마지막 끈이 있고, 때로는 그 끈을 놓기도 한다. 상처를 주고받는 것은 내 마음에, 그리고 타인에게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상처를 받으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그게 그 사람의 약점이라 생각한다. 상처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으로도 꽉 쥐어 놓지 못하는 그 약점은 타인을 위함일까 나를 위함일까. 그게 누굴 위함이든, 내가 상처받으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것이라면 분명 나에게는 의미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나’들은 분명 알고 있다. 어쩌면 아무것도 지키지 않고 상처도 받지 않으면 가장 편할 일임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내가 아프더라도 지키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은 그게 ‘나’라는 사람의 따스함 아닐까.

 

 저마다 가진 약점이 곧 그 사람의 따스함이다. 내가 아프더라도 지키고 싶은 내가 기어이 사랑하는 것. 나의 따뜻한, 가장 약해 보이지만 가장 단단한 마음.


 그러니 끝내 도망가지 말고, 나의 약점을 지키길 바란다. 상처 투성이로 피를 흘리는 내가 가여워 눈물이 흐르는 순간에도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당신에게 남아있는 따스함일 테니. 그런 따스함이 없이 바라보는 세상은 오래도록 삭막하다 결국 처절하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미 답을 알지만 도망가고 싶어 하는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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