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꽃 선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내 경우는 싫어했는데 어느 순간 좋아졌다. 예전엔 참 성의 없다고 생각했다. 등가교환에도 어렵고 감가상각이 찰나이며 상대방이 원하는 거 생각하기 싫어서 대충 골라오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선물 받고 기쁜 척했던 연기에 속아준 전 남친들아 미안해. 알고 넘어갔는지 모르고 넘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난 그랬었어. 미안타.
그런데 지금은 좋다. 나이를 먹어서 꽃에 감정이입이 되는 것일까? 활짝 펴있는 꽃들이랑 함께 더 기쁘게 더 행복하게 응원해 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조금 속상한 순간도 꽃의 활짝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조금은 나도 그렇게 활짝 피고 싶어지고 행복해지고 싶어진다.
꽃이 핀다. 아름다움과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오는 길. 길고, 어둡고, 깜깜하고, 애쓴, 그 하루하루들을 버텨냄을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10일 이상을 함께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존재 만으로 감사해. 짧다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시든다고 아름다웠던 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시드는 그 순간도 이해하니까. 꽃을 화병에 꽂을 때도 정리할 때도 처음 날 만난 순간처럼 손길 주려고 노력한다.
4월 꽃이 만발하다. 집안과 밖. 눈 두는 곳마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아름답다 말고 다른 표현을 해야 하는데... 글은 써지지 않고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2월 생일 주간을 시작으로 3월 아들들에게 생일 꽃 선물을 받았고 두어 번 나에게 프리지어를 선물했다. 저번주 친정에 피어있는 라일락을 꺾어왔다.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 찬다.
라일락 향으로 가득 찬다. 꽃을 바라본다.
봄은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