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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Dec 10. 2023

주치의가 퇴사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

3초 과장님편

그렇게 새로운 재활3과 과장님과 가정의학과 과장님이 오셨다. 재활3과 과장님은 여자분이었고 나이가 50대 정도 되어보이는 분이셨다. 처음에는 환자 얼굴, 이름을 익히느라 애를 먹는 것 같았다. 얼굴과 이름의 매치가 잘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회진 때마다 엉뚱한 사람의 이름을 말해 귓속말로 



" 과장님. OOO님이세요. " 



라고 속삭여야 했다. 첫 회진을 특히 잊을 수 없는데, 회진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회진도 늦게 오신데다가 내가 느끼기에는 주관적이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부분에 대해 물어봤다. 물론 환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은 느껴지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건 예전 과장님에 비해 너무 심했다 싶었다. 환자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일이 돌아가게 하면서 관심을 주면 안됐던 걸까? 그 날, 재활 3과 과장님의 회진 커버를 하고 와서 나는 약간 흥분해있었다. 수선생님이 왜 그러냐면서 과장님은 좀 어떠시냐고 물어봤다. 



" 말해모해요. 지금 보셨잖아요. 회진 하는데 엉뚱한 것만 물어보고 시간 너무 오래걸려요. 이래서 오더 언제 받아요? " 



" 아휴. 아직 첫 날이니까 환자 파악하려고 그러시나보다. 조금 더 지켜보자. " 



수선생님도 말은 그렇게 하셨지만 입으로는 웃고 계셨다. 정말 어떡하지 싶은... 더군다나 주로 내가 회진을 커버하게 될텐데 제발 첫 날이라 환자 파악을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라는 기대를 품으며 그렇게 3과 과장님과의 불편한(?) 회진이 시작되었다. 그러고 나서 곧 오더데이(요양병원은 오더를 매일 받지 않고 2주에 한 번 받기 때문)였다. 과연 오더데이에 맞춰서 미리 과장님이 오더를 잘 주실 수 있을지 우리 모두는 걱정이 되었다. 그 이유는 회진 후 추가 오더를 받을 때, 데이 때도 오더를 못받아서 이브닝으로 넘어갈 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걱정은 기정사실이 되어 오더 데이가 다가오는데 조르고 졸라서 오더를 겨우 받았다. 우리로서도 주치의가 해야할 일을 계속 푸쉬해서 받는 다는 것 자체가 불편한 일이었다. 애초에 깔끔하게 오더를 주면 말 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3과 과장님은 친절한 편이었고, 처음에는 우리의 요구를 많이 들어주려고 애썼다. 회진 때 환자가 말한 걸 기억 못해서 물어보기도 하셨고, 우리가 적어드린 보고사항 종이를 드렸음에도 오더를 빨리 내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그 내용을 정리해서 메신져로 발송하는 2중 체킹 시스템(?)을 도입해서 오더를 받아야했다. 물론 나중에 그만두실 무렵에는 빨라지셨다. 




그런 과장님의 약력은 엄청 대단한 분이었다. 임상강사 경력과 학벌과... 우리는 가끔 분명 너무 의대시절 공부를 열심히 해서 평생 쓸 머리를 다썼다거나 교통사고 등이 나서 머리를 다쳤다거나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기도 했다. 과장님은 평소에 친절하고 환자의 이야기도 잘들어주시는 분이었지만 아주 가끔 버럭할 때가 있었다. 오더를 잘못 내셔서 수정해달라고 말씀드릴 때가 종종 많았는데 가끔은 본인도 무시당한다고 생각하셨는지 전화를 끊었다. 오더 내는 속도가 느린데 회진도 늦게 오시는 편이라 고구마 백만개데스. 나중에는 조율해달라고 말씀드려서 가정의학과 과장님과 겹치는 시간이 올라오셨다. 꺄륵.. 시간이 지나자 오더내는 속도도 정말 많이 빨라지셨지만 이 과장님도 1년후 사표를 낸다. 건강상의 이유란다.... 이제 겨우 손발이 맞는다 싶었더니 또 주치의가 퇴사하고 말았다. 휴...  다른 주치의의 이야기도 계속 됩니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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