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년전 대학병원 병동에서 일한적이 있다. 그 때 스쳐지나가듯 만났던 직장동료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여행 컨텐츠에 나오는 A다. 당시 나는 업무량 한도초과에 멘붕 초과였고 누군가를 알아가고 친해질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위계질서가 분명한 간호사 집단에 있다보니 나는 경력직이었지만 신입같았다. 그래서 당시 동료들에게 인사만 겨우 하고 다녔고 병동에서 누군가와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별로 개인적인 이야기 자체를 꺼내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편이었다. (물론,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다, 친해지면 말 왕많은 스타일) 내가 그렇게 했던 이유는 일과 개인적인 사생활과 엮어서 오르내리는 간호사 집단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어서였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중간이라도 가니까) 그리고 그럴만한 분위기나 상황이 아니기도 했다.
사실 A는 가끔 지나가다 근무가 겹치면 같이 일할 때가 있었고 그다지 많은 접점이 있지는 않았다. 대화를 많이 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예의있고 선은 지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느껴졌다. 처음 이야기를 했던 건 주식 이야기 였는데 아마 공모주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어차피 단톡방에 같이 있었기에 공모주 정보를 전해주는 정도였다. 수개월뒤 나는 퇴사하기로 결정했고 퇴사자에게 써주는 편지를 받았다. 그 중에 A의 편지도 있었다. A는 선생님이랑 친해질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아쉽다는 내용으로 편지를 써주었고 나로서는 의외였다. A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 몰랐고, 나도 A랑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는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편지를 받으니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걱정했던 사람들과 형식적인 메시지의 사람들이 나뉘었는데 A는 전자였다. 그래서 전자에 맞는 몇몇 편지를 제외하고는 전부 폐기했다.
시간이 흘러 나는 이직한 병원에 잘 적응하고 있었고 A의 생각이 났다. A에게 먼저 연락을 했는데 둘이 현재 접점이 없는 상태에서 연락을 이어나가기란 어렵다고 생각했다. 나도 바쁘고 A도 각자 생활에서 바쁠 때였다. (당시 나는 전자책을 쓰고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남자친구 이야기가 나왔고 막연히 A에게 남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사람의 니즈도 그렇지 않을까? 어쩌면 여기가 우리의 접점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는 인맥을 총동원에서 소개팅을 성사시켰다. 결론적으로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미안하기도 한 마음이 있다. 그러나 그 소개팅을 구실로 A를 만날수 있었다.
만약 그냥 무작정 친해지자고 했다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다거나 ' 이 사람 나한테 왜이러지? '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천천히 시간을 들였고 그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또 왠지 A는 갑자기 다가가면 한발짝 뒤로 물러설 것 같았고 먼저 신뢰감과 내가 그 사람의 영역에 들어와도 안전한 사람,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할 것 같았다. 연락을 너무 많이 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안하지도 않았다. 실제 나이는 내가 더 많지만 존댓말을 꼭 썼다. 나부터가 라떼 ~ 이런 걸로 시작하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선을 지키는 편이라 이 부분은 오히려 더 쉬웠던 것 같다. 왠지 A는 나랑 비슷한 부분, 접점(닮은 점)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예감은 적중했다.
실제로 만나보니 A와 나는 닮은 부분이 꽤 많았고, 같은 상황에서 같은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어느 추운 겨울날 자동차 극장에서 재회했는데 운전해서 가는 동안 처음 만난 거라고는 할 수 없을만큼 딥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근무표를 맞춰가며 리퀘스트(휴가를 내는 것)를 내서 한 두 달에 1번 꼴은 만났던 것 같다. A와의 일을 계기로 직장에서는 인간관계가 어렵다. 괜찮은 사람, 친구는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A랑은 잘 지내고 있다. 같은 직군에서 서로 응원하는 사이로, 각자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이로 말이다. 만약 그 때 내가 먼저 용기내서 다가가지 않았다면, 그 편지를 읽고 '아 A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고 말았다면 지금처럼 친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혹시 직장 내 닮고 싶은 사람, 친해지고 싶은 사람, 혹은 직장이 아니더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먼저 다가가보는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다. 그게 동성이든, 이성이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말이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쟁취한다는 말처럼, 용기 있는 자가 내 사람을 얻는다.
© dariamamont,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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