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말했다시피 우리가 결혼할 시즌, 우리는 가진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정말 다행이었던 것은 우리가 살 수 있는 집을 시부모님이 마련해주셨다는 것이다. 태어난지 20년 되는 구축 빌라였지만 그럼에도 감사했다. 그당시 나는 아파트에 살 생각이 없었고, 서울에 굳이 살고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만약 아이라도 태어나면 아이를 봐줄 사람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남편은 시부모님의 집을 팔고 대출을 받아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고 했다. 그러나 늘 빚독촉 전화를 받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빚지고 싶지 않았다. 물론 대출을 받으면 더 좋은 조건으로 이사갈 수 있다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대출을 받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가 서울로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가끔 남편이 나보다 지혜롭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음 주의.
그렇게 우리는 결혼하자마자 임신했고 첫째가 태어났다. 첫째가 태어나고 보니 이집은 살기 불편한 집이 되었다. 미숙아로 태어나서 매년 겨울마다 감기약을 달고 살았던 첫째를 보면서 이사를 결심했다. 그렇게 1년동안 부동산 강의를 수강하고 직접 임장을 다녔다. 그런데 집값은 도무지 살 수 없는 가격이 되버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시기 나는 지금 뭐하고 있나 라는 현실 자각 타임이 왔다. 지금 중요한 것은 투자보다 우리 살 집을 먼저 사는 게 먼저다 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청약 일정을 확인하고 우리가 넣을만한 분양 단지들이 있나 매의 눈으로 관찰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옆동네에 3700세대 대단지가 분양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러나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올라, 이 정도 돈이면 청약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싶을 정도의 가격이었다. 남편은 너무 비싸다며 하지 말까? 물어보기도 했지만 바로 맞은편 구축 아파트와 5000~8000만원 정도 차이가 났다.
연식이 20년 차이라면 신축 아파트에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나중에 이 신축 아파트가 준공되면 구축 아파트와 가격차이는 더 벌어질 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만약 청약에 떨어진다고 해도 플랜 B는 있었다. 전세 만기에 맞춰 옆단지 32평 아파트를 매수한다는 계획이었다.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내느니 차라리 내집에 살며 담보대출 이자를 내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서였다. 지금은 우리가 청약에 당첨됐던 때보다 집값도 많이 오르고 고금리에 분양가 자체가 상승되어 있다. 주변 친구들이 집을 어떻게 사야하냐고 종종 물어볼 때가 있는데, 그들은 분양가 자체가 너무 올라서 청약 자체에 지원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나는 그 의견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축에 살고 싶은 욕망이 있고, 그렇다고 구축을 지금 이 가격에 사기는 아까운 가격이랄까. 왜냐하면 분양가가 오른만큼 물가 상승률 반영이 구축 아파트에도 녹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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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으로 시작하는 내집마련 로드맵>에서 나는 내집마련 방법을 3가지로 소개했다. 사실 더 소분해서 말하면 방법 자체는 3가지 이상이기는 하다.
1 아파트 청약, 분양에 당첨되는 것
2 주거용 오피스텔을 매수. 무주택 청약 조건이 유지된다는 점, 상대적으로 아파트 가격보다는 싸다는 점. 가성비 좋고, 1군 브랜드 오피스텔이면 손바뀜도(거래) 된다는 점에서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건 개인적 견해일 뿐,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참고했으면 좋겠다. 그래도 거래량 자체는 아파트가 많기 때문에 출구 전략을 잘 짜야한다.
3 구축 아파트 매매
우리는 위의 3가지 방법을 전부 경험해보았는데, 내 집 마련 방법은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으니 각자 자금 상황, 회사, 자녀 문제 등등을 고려하셔서 결정하시면 된다. 중요한 건 내 상황에 맞는 자금 파악, 대출을 받으면 얼마까지 내가 원리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다. 그리고 방법을 찾으면 의외로 급매물로 나오는 매물을 발견할 수도 있으며 나름대로 우리 상황에 맞는 집을 만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부 정책에도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내가 살고 싶은 지역, 아파트의 가격 등을 모니터링 해보시라. 정부에서 대출을 풀어준다거나 특례 보금자리론, 신생아 대출 등등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라도 있다면 일단 시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막상 시도하기까지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시도해보면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은행 직원, 대출 상담사, 부동산 사장님, 인테리어 사장님 등등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시도해보면 어느새 내집마련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면 오늘부터 작은 시드머니부터 적금을 시작하는 거다. 그렇다고 집값을 모두 모아놓고 집을 사라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했다가 내가 사려는 그 집은 더 올라있을 테니까 말이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원리금 상환 능력과 대출을 이용해서 영리하게 집을 샀으면 좋겠다. 그러나 풀대출은 너무 위험하므로 혹은 힘들기 때문에 내가 사려는 집값의 20~30% 정도는 마련하셨으면 좋겠다.
더 자세한 내집마련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의 내집마련 로드맵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5000만원으로 시작하는 내집마련 로드맵 | 북호스트 | 더이루다 컴퍼니 - 교보ebook (kyobobook.co.kr)
자본주의의 냉혹한 세계에서 가족과 편히 쉴 수 있는 따뜻한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당신도 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