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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r 10. 2024

정상이지만 놀이치료는 받는 까닭

지난주 둘째의 놀이치료를 다녀왔다. 둘째는 지난번 문화센터 이후 많이 좋아졌다. 원래 눈치와 센스는 탑재한 녀석이라 나의 기분, 마음의 변화, 목소리 변화를 기가 막히게 안다. 엄청난 양의 설문지를 제출하고 나서야 동네 심리상담센터에 예약했다. 선생님은 놀이 치료를 받는 이유를 물었다. 나는 충동 조절이 잘되지 않는 것 같아서 라는 말로 시작했다. 둘째는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았을 때 화를 낸다거나 짜증을 부릴 때가 종종 있었다. 그리고 어떤 행동에 대해 하지 말라고 경고를 주었을 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한 번 말해서 어지간해서는 듣지 않았고 남편은 급기야 화를 낸다거나 다소 과격한 표현을 해야 말을 듣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속으로 이 아이의 디폴트 값 자체가 NO 라고 입력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아무튼 그런 부분이 어려웠으며, 그 부분은 공중 도덕이나 밖에서도 질서 등을 지켜야 할 때 같이 데리고 다니기 어려운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가 5살이 된지 얼마 안되서였다. 병원이나 문화센터에서 통제가 안되는 점, 36개월이 지났음에도 배변훈련이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개인상담을 통해 상담사에게 어떻게 서포트를 해줘야하는지 물었고, 상담사는 배변 훈련은 아이가 원치 않든, 원하든 해야하는 일이라는 점, 문화 센터나 병원에서 통제가 되지 않을 때는 기다리는 시간동안 책을 읽어준다거나, 간식, 동영상 1~2개 정도 이렇게 기다리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방해할만큼 심한 장난이나 행동을 할때는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방법도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 피드백을 듣고 즉시 아기변기를 구입했고, 덕분에 아이는 더이상 변기에서 대변을 보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너가 하고 싶든 하고 싶지 않든 기저귀와 헤어져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처음에는 거부했으나 나중에는 어떻게 말해도 엄마에게 통하지 않겠구나 라는 걸 깨달은 듯 싶다. 집에서 실수하지 않고 곧잘 했다. 덕분에 어린이집에서도 배변훈련을 할 수 있었다. 현재는 밤기저귀 단계만 클리어하면 되는 상태랄까. 문화센터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보여주었는데 새치기 하지 않았으며 먼저 앞서가려고 했으나 엄마가 저지하자 멈추었다. 지금까지 갔던 어떤 수업보다도 제일 잘했다.










이런 문제들이 하나둘 해결되어 가는 중일때 놀이 치료를 병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심리지원 바우처 서비스를 신청했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1년간 등급별로 본인부담금을 얼마 내면 정부지원을 받는 구조다. 올해부터는 서비스 제도가 많이 개편되어 신청하기까지 밟아야하는 절차들이 몇 있었다. 그와 관련해서 블로그나, 각 상담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았고 기한 내에 신청했는데 올해 뽑는 인원수가 많아서 그랬는지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등급별로 내야하는 본인 부담금이 각각 다를수 있음을 주의. 왜 바우처를 신청했냐고 묻는다면 그게 싸니까. 그렇다고 특수치료를 받아야할 정도는 아니였고 그렇다면 둘째의 상황에서는 놀이치료나 미술치료 정도가 들어갈 것 같은데 그걸 100% 자부담으로 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서였다.






그렇게 첫번째 상담을 개시했는데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설문지를 작성해야 한다. 아이가 작성할 수 없으므로 보통 부모님이 하는 식이다. 질문이 굉장히 많다는 점 주의. 마음먹고 1~2시간 쓰셔야 작성할 수 있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기초적인 아이에 대한 파악, 가정에 대한 분위기를 베이스로 상담이 진행된다. 아이는 먼저 선생님과 놀이를 20분 정도했고, 첫상담이라 부모상담이 20분 정도 됐다. 선생님은 설문지를 토대로 우리에게 부족한 점이라던가, 아이에게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질문했으며 내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둘째가 같이 있는 가운데 상담이 진행됐다. 둘째는 자동차 장난감과 싱크대 각종 놀잇감으로 둘러싸인 이 방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자신의 놀이에 집중할 뿐 나에게 와서 안아달라고 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상담이 종료되어 나가야 된다고 했을때 더 놀고 싶다며 안갈거라고 떼쓰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둘째가 이렇게 행동한게 한두번이 아니였으므로 나는 차분히 그러나 단호하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 오는 차안에서까지 울고, 더 놀고 싶다며 속상함을 표현했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었다. 우리 뒷타임에 다른 아이 상담이 바로 있었으므로. 둘째에게는 놀이방(=놀이치료)은 약속해야 올 수 있는 곳이라는 것. 그리고 너가 더 하고 싶어도 뒷타임에 다른 사람이 약속을 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까지만 노는 것이라고 말해주긴는 했다. 이 아이가 어떻게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도 있다는 좌절도 배워야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 혹은 짜증으로 표현하는 둘째의 모습도 점점 더 좋아질것이라 믿는다. 우리 아들 언제쯤 사람되려나 싶은데, 부모님도 나를 보며 그러셨겠지 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한줄평: 자식 농사 내 마음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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