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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r 03. 2024

엄마 반성문: 엄마가 잘못했네

이번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나는 첫째의 생활이 걱정되었다. 학원도 가지 않고 학교도 가지 않아 첫째에게는 아무런 자극이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첫째의 경우 밖에 나가는 데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해야하는, 시간이 필요한 아이였기에 그런 자극이 없어진 셈이다. 원래는 도서관에 매일 출석하기로 약속했으나, 도서관 공사 등으로 인해 하루 이틀 빠지더니 어느날부턴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집에서도 1일 문제집과 독서는 하기로 약속하고서 말이다. 아이는 내가 말한 1일 1장 수학문제와 독서는 했으나 게임도 했다. 그래서 지난번에는 아침부터 게임이냐를 두고 둘이 갈등이 있기도 했다. 결국 12시이후 게임하기로 해서 이 사건을 일단락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오랜만의 주말 오프라 다같이 교회에 갔다. 아이는 동생은 엄마 아빠와 같이 예배드리는데 혼자만 초등부 예배를 드리는 것이 싫다고 했다. 그래서 얼마 못되어 울면서 내가 있는 영아부까지 왔다. 그래서 그 날은 같이 예배를 드렸다. 나는 지극히 어른의 시선으로 이 아이가 왜 그렇게 적응하기 힘들어할까? 뭐가 문제일까? 에 대해서는 생각했지만 진짜 첫째 내면의 마음은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평일 오프(휴무)를 받을 때마다 첫째와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 병원에 간다거나 피치못할 스케쥴을 빼고는 첫째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게임만 하는 것 같아서 걱정됐던 나는 방법론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나에게는 상담과 보드게임, 그리고 웹툰 작가가 꿈이라는 아이에게 어울릴만한 드로잉북을 샀다. 예상대로 아이는 드로잉북에 있는 도안을 보며 그림을 그렸고, 얼마전 일러스트페어에 다녀왔다. 사실 그 날 나는 일러스트페어에 갈 컨디션이 아니었다. 편도가 아직 덜 가라앉아 있었고, 전날에도 뭔가 다른 일정으로 피곤 그 잡채... 그렇지만 아이가 가면 배울 것도 많고 작가님들의 노고와 활동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견학한다는 느낌으로 갔다. 일러스트 작가님들의 활동도 볼 수 있었고, 굿즈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아이는 겨울방학중 가장 높은 텐션으로 좋아했다. 우와 하면서 굿즈들을 신중하게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굿즈가 있으면 사기도 했다. 






일러스트 페어가 열리는 곳이 강남이었기 때문에 자차운전을 포기했다. 지하철로 이동했고 아이는 그 속에서 만원 전철을 처음 경험했다. 그 와중에 나는 그래서 직장인들이 힘든거야. 엄마아빠도 이렇게 출근했다? 하면서 덧붙이기도 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공부이며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막상 밖에 나오니 들뜨고 설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오길 잘했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 역전 어묵까지 포장해서 기분좋게 돌아왔는데 문제는 다음날. 아이가 왜 문제집을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퇴근해서 돌아오자마자 아이 표정을 보니 시무룩했고 뭔가 기분이 안좋은 것 같다고 느끼기는 했다. 그래서 " OO아, 기분 안좋아? " 라고 하니 기분이 안좋다고 했다. 그러면 왜 기분이 안좋냐고 하니 지금은 말하기 싫단다. 아놔... 그렇지만 엄마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므로 





그래? 그러면 너가 말하고 싶을 때 이야기해 이렇게 말할 수밖에 





그러면서 자기 기분 안좋다고 문제집을 풀기 싫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또 다시 T엄마 발동. 아니. 기분 안좋은거랑 문제집 풀기가 왜 거기서 나와? 싶었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말했어도 아이는 소위 말하는 문제집을 풀 기분은 아니었을거다. 참고 또 들어주다가 나도 폭발. 공부만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딱 1장만 풀면 너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데 이건 해야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도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는 말도 함께. 나는 반복되는 이런 상황에 짜증이 났다. 







© brigittetohm, 출처 Unsplash







그 이유는



1 첫째에게 나름 신경쓴다고 신경쓰는데 왜 아이는 달라지지 않는 걸까? 에 대한 부분.
그러면 도대체 언제, 어디까지 해줘야해 라는 의구심
(즉, 내가 노력한 것에 비해 첫째의 반응, 결과가 너무 더디다는 점)  


2 언제까지 달래주고 들어줘야 하며 이렇게까지 해야할 일일까? 에 대한 의문 


3 내가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까? 일상적인 루틴은 해야하는데 그것조차 하기 싫다고 해서 매사에 의욕이 너무 없다는 점. 걱정되는 마음도 동시 





이런 이유로 나는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돌아올때까지 화가 나있었고, 여기다 살짝 더 보태자면 동생이 첫째에게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았음에도 지레 짐작해서 자신을 방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억울한 건 정말 둘째는 첫째를 건드린다거나 그러지 않았다는 점. 나는 첫째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너무 둘째에게 예민하게 반응해서 그것 또한 좋아보이지 않았다. 첫째를 불러 이야기했지만 나도 좋게 말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아무튼 그 일까지 더해지니 첫째에게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 않았다. 남편은 이런 내 얼굴을 보더니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첫째 때문에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남편은 내가 이야기해본다고 했다. 그렇게 남편과 얼마나 말했을까. 남편이 이야기 좀 하자며 나를 불렀다. 첫째가 지금 교회에 가기 싫다고 하고, 문제집을 풀기 싫어하는 것. 동생에 대한 예민반응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엮여있다고 말했다. 지금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문제집 풀기나 어디에 가고 그런 것이 아니라면서. 






교회문제부터 짚어보자면 첫째는 동생이 엄마 아빠랑 같이 예배를 드리는 것부터 질투하고 있었다. 그리고 왜 나는 누나라는 이유로 따로 예배를 드려야하는지 유치부 때부터 꾹꾹 참아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동생이 태어나서 귀엽고 좋았는데 크면 클수록 동생 위주로 돌아가는 상황이 어쩔수 없이 있다보니 그랬다면서. 자기가 변한 것은 동생 때문이라면서 라고, 그러면서 남편은 첫째가 둘째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첫째는 아빠랑 많이 잤다. 둘째는 엄마 껌딱지라 내가 없으면 울고 잠을 자지 않았던 아이였던터라 나도 결코 원해서 둘째만 끼고 잔 건 아니었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러다 현재 집으로 이사오고나서부터는 첫째 둘째를 양옆에 끼고 셋이 자고, 남편은 침대에서 혼자 잔다.(아무튼 넷이 같은방을 쓰는 것은 맞다.) 





그 이야기를 듣고 첫째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그렇다고 그게 동생 때문이라는 것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나의 잘못, 결핍을 남탓으로 돌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둘째, 문제집 푸는 것보다 아이의 마음을 더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감정에 따라 문제집을 풀거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아니다. 고로 별개다. 아무튼 정해진 약속, 규칙은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할 필요성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셋째, 그럼에도 나는 엄마니까 아이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는 게 먼저. 문제집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첫째가 아직 둘째에 대한 질투, 피해의식이 심하다는 점. 지금도 첫째 먼저 챙길 때가 있는데 앞으로도 첫째가 더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자주자주 들여다봐줘야겠다. 엄마 추진력 부스터 엔진 금지.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기다려주려고 한다. 

 






 한줄평: 방법을 찾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질(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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