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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Feb 25. 2024

충격, 우리 둘째가 달라졌어요  

눈물의 문화센터 그후 

눈물의 문화센터 이후, 나는 조용히 내면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를 대할 때 일관성없이 대했는가? 너무 수용적인 엄마는 아니었는지, 첫째에게는 안된다고 해놓고, 둘째에게만 OK하는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 말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을 머릿속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상담에 가서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어떻게 하면 둘째의 충동적인 부분들을 조절해줄 수 있는지 상담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담사는 충동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하며 말로, 몸짓으로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주지시켜주라고 말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의 생활과 문화센터, 일상 생활이 같은지, 다른지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린이집에서는 나름 사회성 만렙으로 친구들을 때리거나 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랬더니 어린이집 선생님이 수용적이라 그렇게 아이를 바라보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어린이집에서는 잘 생활하는지를 점검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문화센터에서 아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엄마가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라고 했다. 그러나 상황을 겪는 나는 힘들뿐. 만약 시간적으로도 내가 여유가 있고 그럴만한 마음이 있다면 문화센터를 다니며 아이의 행동양상을 지켜보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바로 어린이집에 연락을 했고 실제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알 수 있었으며, 내가 있는 상황에서 아이가 조금더 풀어지거나 편하게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호기심이 많은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경험해보는 것들을 지지했었고, 때로는 그것이 더럽거나, 위험한 행동일때도 있었다. 나의 감독하에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편이었다. 아직 어리니까. 그럴수 있어 라는 마음이었달까. 그러나 이제 5살이 되는 지금, 새치기나, 다른 아이들을 친해지고 싶어서 툭툭 치는 등, 위험하게 순서를 지키지 않아 부딪치는 점은 하지 말아야 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문화센터에서 새치기 하지 않기,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친구하자고 말하거나 호감 표시하기, 그렇지만 그 아이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수도 있다는 점, 내가 뒤에 있을 때 앞의 친구가 다 활동할 때까지 기다려주기,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갑자기 왜그러지? 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그외에도 평소 음식을 한 입 먹고 남기는 버릇이 있는데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지도했다. 다음번 간식은 없다고 협박하면서. 그 협박은 아이에게 먹혀서 막상 엄마가 입에 떠서 먹여주면 정말 배부르지 않고서야 먹는 편이었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이 아이는 내가 말해주었다면 어쩌면 지시에 따랐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거였구나. 나도 모르게 이 아이는 개구쟁이야, 장난이 너무 심하다는 프레임으로 바라봤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개구진것은 맞다. 그러나 개구지더라도 이제는 말귀를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기에 말로 자꾸 이야기해주면 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는 점) 그렇게 나는 조금씩 둘째의 충동, 행동을 조절해주기 시작했고 잘 했을 때는 보상을 해줬다. 보상이라고 한다면 비타민 젤리를 1~2개 더 준다거나 단전까지 끌어올린 리액션으로 칭찬해준다는 점이지만 말이다. 







© saralea, 출처 Unsplash







그렇게 내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첫째 일정과 겹쳐 문화센터를 3주 정도 못갔었나보다. 그러다 오랜만에 가는 문화센터 수업에 긴장한 것은 나뿐이었다. 차에서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주었다. 친구 밀지 않기, 새치기 하지 않기, 앞 친구가 천천히 가더라도 친구 활동이 다 끝나면 기다렸다가 하기,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친구하자고 말로 표현하기 등등 문화센터에서 하지 말아야할 점을 일러주었다. 둘째는 늘 그랬듯이 대답은 철썩같이 했더랬다. " 네 엄마. 안그럴게요. " 나또한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늘 대답잘하고 행동은 그렇지 않을 때가 일상 다반사였기에 혹시라도 수업을 못할 정도로 아이가 너무 장난 친다면 수업 중간에 데리고 나올 생각이었다. 아이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OO아, 혹시 수업 시간에 OO이가 너무 장난을 심하게 쳐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나, 엄마가 말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엄마는 문화센터 안하고 OO이를 데리고 집으로 올거야. 



우리집 OO이는 

안돼요. 엄마 말 잘들거에요. 약속 지킬거에요. 








© artem_kniaz, 출처 Unsplash







나는 OO이의 철썩같은 대답에 과연? 이라는 물음표가 찍혔으나 일단 불안한 마음과 기대하는 마음반으로 문화센터에 입장했다. 그 날 문화센터의 활동은 3~4가지 정도였고 활동 1개당 8분~10분 정도가 소요됐다. OO이는 몸이 가볍고 날쌘돌이라 빨리빨리 평균대나, 설치되어 있는 교구들을 빠르게 통과했다. 그러나 OO보다 개월수가 어린 친구들도 있었고 여자 친구들도 있었다. 이 날 참석한 남자친구는 OO이와 다른 친구 1명 뿐이었다. OO이가 빨리 하고 싶어하는 게 보일때마다 귓속말로 속삭였다. 





OO아 친구 다할때까지 기다려줘. 앞서나가면 서로 부딪쳐서 다쳐. OO이 약속 안지키면 우리는 수업 못하고 집에 가야해. 




OO이는 

안돼요. 기다릴거에요. 친구 안밀거에요. 





이렇게 대답하며 정말 그날은 여태껏 같던 모든 수업중에 가장 잘했다. 친구를 밀지도 않았으며 줄서서 친구를 기다려주었다. 나는 자신의 행동을 조절한 둘째에게 잘했다고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리액션으로 칭찬해주었다. 그러나 문화센터였기에 너무 과하게 표현할수는 없었다는 점. 칭찬받은 OO이도 어깨가 으쓱했다. 그래서 성공적인 문화센터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차안에서 엄마와의 약속을 모두 지킨 둘째를 폭풍 칭찬해주었다. 다음 수업때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치만 엄마는 힘드니까 이번 봄학기 문화센터는 쉬어야 겠다. 여름 학기에 도전~?! 할지 말지는 그때가서 생각해봐야겠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아이. 그래도 피드백이 확실한 둘째라 우리 부부가 정말 사랑하는 아들, 이 아들이 사람되게 해달라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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