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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r 17. 2024

조언은 고맙지만 내새끼는 내가 알아서 키울게요

나는 평소 어린이집 엄마들, 아파트 단지내 엄마들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잘 안하는 편이다. 그 이유인 즉슨, 시간은 유한하며, 소중하고 내새끼 키우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는 변명을 해본다. 예전 첫째 유치원 엄마에게 잘해주었다가 오히려 뒤통수 맞은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너무 섣부른 다가감은 자제하려고 하는 중, 그렇다고 누가 나한테 막 다가오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아예 인간관계가 없지는 않고 결맞는 사람 몇몇과 지낸다) 요즘은 우리가 자랄 때보다는 서로 안물안궁(안물어보고 안 궁금해하는) 또 개인주의가 다소 인정받는 시대에 살다보니 그런 점도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아무튼, 이사오고 나서도 인사하는 이웃들은 많지는 않지만 있었다. 더군다나 나는 맞벌이 워킹맘. 누군가와 친해질 마음도 여유도 없다는 마인드랄까. 내새끼 키우기에도 벅찬.. 시간이 정말 별로 없기도 한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어느날, 어린이집에 둘째를 데리러 가는데 같은반 엄마가 말을 걸어왔다. 다짜고짜 아이 책은 많이 읽어주냐면서로 시작하더니 OO 학습지 선생님이라고 했다. 아이들 키성장에 좋은 영양제라나 하면서 샘플을 주었다. 사실 나는 안 받아도 괜찮은데 주길래 거절하기도 뭐해서 받기는 했다. QR로 찍어달라고 해서 하기는 했으나 둘째는 학습지를 시킬 마음은 없었기에 딱 거기까지 였다. 내가 쏟을 수 있는 관심과, 예의는. 그러나 그 엄마는 무료 진단 평가를 받아보라면서 권유했다. 나는 부드럽지만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러더니 아이들 책은 얼마나 읽어주냐면서부터 본인이 아이에게 해주는 여러 활동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숫자를 써서 알려준다거나 책을 1000권을 넘게 읽어줬다는 이야기. 나도 첫째 때 해봤던 일들이었다. 나름 도서관까지 데리고 다녔던터라 그 엄마가 왜 독서가 중요하다고 하는지 이해는 됐다.




그러나 맞장구 치며 도서관 데리고 다닌다. 나는 어떻게 한다 이러쿵 저러쿵 말하고 싶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물어본다면 그러면 영업이 들어올 것 같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는 내 사생활에 대해 그 엄마가 들어오는 것이 불편했다. 실제로 지금도 나는 첫째의 북트럭에 드랍쉽을 계속 계속 공급하는 중이며 우리집에는 서재 놓을 자리가 없어 애들 침대방까지 서재가 있다. 내가 책을 좋아하는 만큼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는 나름 열품맘이다(독서에 열정 품은 맘) 그런 나에게 이러쿵 저러쿵 이렇게 하는 것이 좋아요 라고 말하는 것이 듣기 싫었다고나 할까. 둘째의 경우는 어릴 때는 책을 읽어주면 돌아다니느라 바뻐 해주지 못했지만 작년 2학기를 기점으로 책에 관심을 보여 읽어주는 중이다. 첫째는 오히려 여자 아이라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주면 곧잘 안아있고 집중하고는 했다. 지금은 책이 싫다지만 빌려다주는 책은 또 읽는? 책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왔다리 갔다리 하는 상태랄까. 그 엄마가 말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어디까지나 아이 성향, 상황에 맞게 책도 읽혀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주의인지라 그 엄마가 말하는 방식이 나와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 priscilladupreez, 출처 Unsplash






그러던 어느날, 하원 길에 어린이집 앞에서 그 엄마를 또 만나게 됐다. 나는 속으로 제발 나에게 말을 안걸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둘째는 어린이집 안에 있는 자동차를 타며 놀고 갔기 때문에 그 엄마와 만날 수 밖에 없었다. 만나자마자 하는 말이 나는 참 생뚱 맞으며 예의도 없다고 느꼈다. 보자마자 예전 어린이집 엄마들에게 어디 유치원이 좋은지 물어봤다고 했다. 나는 첫째를 사립 유치원에 보낸 전적이 있었다. 요즘 어린이집, 유치원 누리과정이 동일해서 별다른 차이는없었다. 그런 점에서 어디 유치원을 보낼거냐고 묻는 드 엄마의 말에 나는 병설 유치원에 보낼거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엄마는 OOO 엄마는 안 바쁘시니까 라는 말로 시작했다. 여기서 안바쁨이 왜나와? 싶었다. 평소 칼퇴근을 해서 어린이집에 둘째를 데리러 오니까 전업주부인줄 알았나보다. 아니. 그렇다 치더라도 전업주부도 전업주부 나름대로 바쁜데. 왜 그걸 자기가 마음대로 판단하지 싶었다. 그 말에 아니요. 엄청 바쁜데요 라고 말하기도 싫고, 아까 말했다시피 나는 내 사생활을 이 엄마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일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무슨 일 하냐고 물어봤다. 갑자기 웬 호구조사 하세요 라고 말하려다가 워딩 자체가 너무 센 것 같아 병원에서 일한다고 대충 둘러 말했다. 그랬더니 혼자 의사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이러길래 대충 예~에 하고 말했다. 그렇게 그 엄마의 질문 폭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망아지 같은 둘째를 쫓아다녀야 했고 그러면서도 간간히 이렇게 하지 않아요. 하면서 행동을 조절해주는 중이었다. 둘째는 요즘들어 또래 친구들을 좋아하고 같이 놀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친구의 잘못된 행동. 예를 들면 공중도덕과 예절에 어긋나는 모습까지도 모방한다는 점이다. 친구가 자동차를 흙과 풀이 있는 곳으로 타고 올라가자 그것을 따라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하면 바퀴가 더러워지며 넘어지면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결국 둘째의 행동은 저지했지만 그 사이 그 엄마는 우리 첫째에게 풍선꽃을 만들어주었다. 나는 진짜 안줘도 괜찮은데, 제발 안줬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줬으니 고맙다고 해야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또 영어는 어떻게 교육하냐고 물어봤다. 영어 씨디로 흘려듣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영어 지금부터 해야하는데부터 시작해서 뭐라고 장문의 말을 하기는 했다.





그래서 왜 이 사람과 말을 하면 기분이 나쁠까 생각해보니 답정녀 같은 부분이었다. 자녀 교육에는 관심이 다들 있으니 내가 하는 방식대로 하는 게 옳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마다 성향과 상황에 맞게 해야한다는 주의라 결이 달랐다. 개인적으로 나는 모든 아이가 동일한 교육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하고 싶으면.. 본인 자녀만 신경썼으면 싶은, 그리고 앞에서 말한 갑자기 내 직업을 물어본다거나, 내가 안 바쁠거라고 본인 멋대로 판단하는 점 등등 말을 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빠진다는... 이상하게도 이 엄마랑 이야기하면 그랬다. 그래서 나는 보통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대충 대답했다. (아마 엄청 티 났을지도) 그러나 나는 안들리... 둘째를 쫓아다니기 바빴다. 그랬는데 그 엄마가 또 풍선꽃을 만들어주는게 아닌가. 아니 괜찮다는데 왜. 자꾸 그러는 거지? 생각했다.










첫째는 꽃을 받고 기분 좋아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엄마의 아이. 둘째의 같은 반 친구가 오더니 풍선꽃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일부러 들으라고 한마디 했다. 친구야 말안하고 가져가면 안돼. 그 엄마는 자신의 아들에게서 그 꽃을 돌려주려 노력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아이가 싫어. 라고 우기니 미안하다며 아이가 어려서 그렇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영어 가르치는 것 좋지만, 자기 아이 공중도덕과 예의, 혼내야 할 때는 혼내는 것부터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엄마와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자체 혼자서 철벽치는 중. 다음번에도 또 교육 이야기를 꺼내면 조언은 고맙지만 내새끼는 내가 알아서 키우겠다고 말하려는 중이다.  



 




한줄평: 모든 사람과 다 친해질 필요는 없다. 엄마가 흔들리지 않아야 자녀를 편안하게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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