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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r 24. 2024

첫째의 등교거부, 남편 폭풍 오열했던 이유  



여느날처럼 업무를 시작하고 있었다.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돌봄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첫째가 일어나기는 했는데 학교에 안갈거라고 했다면서 준비도 안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수화기 너머로 전해왔다. 그때가 이미 8시 37분 마음이 급한 나는 첫째를 바꿔달라 했다. 그러나 첫째는 피곤하다. 학교 재미없다 하며 갈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얼른 준비하고 학교에 가라며 첫째에게 말했다. 선생님은 그러면 둘째 어린이집에 늦으니 둘째를 먼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그 때도 첫째가 집에 있으면 학교에 보내주시겠다고 했다. 그리고 30분후 첫째는 선생님이 갔을 때 TV를 보고 있었다고 했다. 선생님은 나에게 억지로라도 아이를 학교에 보낼까요? 하면서 동의를 구했다. 나는 그렇게 해달라고 하고 서둘러 담임 선생님에게 연락했다.




선생님 OO이 엄마에요. OO이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는지 오늘따라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네요. 지금 돌봄 선생님과 가고 있는 중이에요. 혹시 걱정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려요.




라는 장문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일단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당황스러웠으며 첫째에게 화가 났다. 특히, TV를 보고 있었다는 말에 분노는 더 증폭되었는데 이 아이가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건지, 어떤 마음에서 이렇게 행동한 것인지가 예측할 수 없었다. 결국 돌봄 선생님의 push로 아이는 무사히 학교에 도착했고 이윽고 OOO 몇시에 등교했습니다 라는 알림톡이 떴다. 수업이 마치고 담임 선생님은 학습 습관에 대한 부분은 필요할 것 같다면서 원래는 몇 시 이후로 오면 지각처리가 되는데 이번에는 봐주셨다고 했다.(나중에 형평성 문제로 지각처리 해야겠다고 연락이 다시 왔다는. 그래서 그러시라고 했다.) 학부모로서 제가 더 신경쓰고 가정에서 잘 지도하겠습니다. 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첫째에게는 돌봄교실에 가지 말고 집으로 오라고 말해둔 상태였다.









© tompumford, 출처 Unsplash







남편에게 말할까 말까 하다가 오늘 아침에 일어났던 일을 간략하게 말했고 남편은 집에가서 첫째를 가만두지 않는다면서 말리지 말라고 했다. 괜히 말했나 싶기도 하지만 주 양육자로서 남편도 알아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퇴근하자마자 나는 첫째를 불렀고, 왜 그랬는지 다시 한 번 물었다. 첫째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싫고, 학교 수업도 길고, 공부도 재미없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 친구 문제 때문에 그런 것인지, 누가 괴롭히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 건지 물었다. 첫째는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아마 느껴지는 바로서는 학교에 있는 것 자체가 첫째에게는 스트레스 인 것 같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편한 집에 있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꼭 그것이 반항이라던가 그런 것이 아닌, 학교에 가는 과정. 이를테면 세면, 준비하고 걸어가야 한다는 점. 일어나야 한다는 점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막상 학교에 가면 선생님, 친구들도 친절해서 좋다고, 또 학교가 재밌다고도 했던 아이라 오늘 아침에 있었던 등교 거부 사태는 "오잉?" 그 잡채였다.






그래서 나는 첫째에게 설명했다. 학교에 있는 것이 불편할수도 있지만 우리는 편한 것만 하고 살수 없다는 점. 그리고 까놓고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취업하기가 어렵다는 점. 만약 학교에 안다닐거면 검정고시를 볼거냐 부터 엄마 아빠가 경제적 지지를 해주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부터 지극히 T엄마의 관점으로 초등 2학년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그리고 너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지 물었다. 첫째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그림은 잘 그린다고 했다. 그러나 그걸로 수익화를 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는 거라고. 학교에 다니면서 수업 시간이나 혹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면서 아니면 방과후 시간 등을 통해 하나씩 경험해보고 너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공부를 잘하지는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학교 숙제나 기본 그 학년에서 요구하는 연산이나 교과과정은 따라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첫째는 수업이 5교시까지 하는 날에는 수업 시간이 너무 길다. 지친다. 재미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재미없는 일도 감수해야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는 너무 어려운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했다. 엄마도 글쓰고 책쓰는 거 너무 좋아하지만 처음 책을 쓰기 전까지 아이디어나 주제, 컨텐츠 선택까지 수많은 고민과, 초고를 겨우 다 쓰고 나서는 맞춤법이나 내용 수정 보완해야 하는 탈고의 과정이 너무 하기 싫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넘어서면 결국 내가 원하는 책이라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말이다. 첫째는 조금은 이해하겠다는 듯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앞으로는 화요일을 제외하고는 일단 재미가 있든 없든 돌봄 교실에 가기로 했다.(그렇다고 하루종일 있는 것은 아니고 내가 퇴근해서 가면 3시반 정도에 도착한다) 그렇게 첫째와 이야기를 끝냈는데 문제는 남편이었다.









© martenbjork, 출처 Unsplash






퇴근해서 들어온 남편은 첫째의 이야기를 전해들은터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나서 남편은 첫째를 불렀다. 왜 학교에 늦게 갔는지 안가려고 했는지 물어보았다. 첫째는 월요일이라 몸이 피곤하고 귀찮아서 안가려고 했다는 우리가 듣기에는 이해하지 못할 소리를 했다. 남편은 소리를 지르다가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잘 안되는 모양이었다. 남편은 엄마 아빠가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지에서부터 나중에는 첫째가 잘못했다는 말을 안하니 짐을 싸서 나가라고 했다. 학교에 안가고 싶으면 가지 말라며, 너에 대한 모든 지원을 끊고 동생에게 몰빵해주겠다는 말도 했다. 첫째는 학교에 아예 안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나는 감정에 따라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는 일(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설명했다.






첫째랑 고구마 백만개 먹는 대화를 종결한 후에도 남편은 첫째가 이해도 안될뿐더러 화가 나고 속상한 듯 했다. 갑자기 소리를 내면서 울어서... T 아내는 당황.. 그 잡채. 나도 속상하기는 한데, 남편이 먼저 울어버려서 울어버릴 타이밍을 못찾았다는. 사실,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운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기도 할뿐더러,,, 아무튼 한동안 남편의 눈물과 오열은 이어졌으며, 그 눈물 속에는 첫째가 사람될까 싶은 걱정과 너무 쉽게 포기하는 첫째를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있었다. 우리가 그동안 잘못 키웠다면서 남편은 자책했다. 나는 그런 남편을 위로해야 했다.  




왜.. OO이가 가뭐라고 했는데?  
 



남편은 첫째가 생각이 없을 뿐더러, 너무 우리가 오냐오냐 받아줘서 그런 것 같다며, 나약하다고 했다. 또 부모로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 서포트 하고 있는 부분을 말했다. 나는 남편의 말에 공감해주기는 했지만 앞으로 첫째도 많이 나아지겠지. 성장하는 과정 중의 하나가 아닐까 라는 말을 했다.  의지나 의욕도 없고 흥미도 없는 첫째는 요즘 들어 무드 자체가 다운되어 보이기는 했다. 돌봄 교실에 같은 반 친구가 없어서인지, 정말 말 그대로 할만한 게 없어서인지 7일 내내 돌봄 교실에 결석하기도 해서 선생님의 연락을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잊어버렸다. 가방이 무거워서 왔다는 등 핑계를 대긴 했지만 이제는 정말 봐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밖으로 조금씩 끄집어 내고 루틴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 priscilladupreez, 출처 Unsplash






그리고 오랜만의 개인 상담, 상담사에게 첫째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요? 라는 멘트로 시작했다. 상담사는 첫째는 루틴을 만들어줘야 하는 아이며, 혼자서는 스스로 할 수 없다고 했다. 학원 등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외부에 친구들과 소통하고, 만나게 해주는 등, 이제 사회성을 경험하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또 주말에도 루틴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면서 평소 학교 가는 시간처럼 아이를 깨우라고 했다. 그래서 별일이 없으면 토요일은 자게 하되, 일요일은 원래 학교에 가는 시간처럼 깨우기로 했다. 첫째에게도 앞으로는 일요일에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미리 고지했다. 상담사는 첫째가 혼자서 찾아서 스스로 하는 스타일은 아니니 부모가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했다. 마침 집근처 도서관에서 하는 그림책 미술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첫째는 처음에 싫다고 했지만 재밌을거라고 꼬셨다. 그 꼬드김에 넘어갔고, 상담사는 아이가 너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으면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떤지 물었다.





나는 너무 학기초라 망설였지만 곧, 장문의 톡을 드렸다. 이번주에 있던 등교 거부 사태로 걱정이 된다는 말로 시작하며 친구관계나 학교에서의 생활은 어떤 지 물어보았다. 선생님도 아직 학기초라 아직 파악을 다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주의 깊게 지켜보는 중이며, 4월초 학부모 상담이 있으니 그때까지 지켜보고 불편한 사항이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말해보자고 하셨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전화를 부탁드린다는 말로 시작했다. 학교 전화로 전화가 왔고 최대한 밝고 자신있게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선생님의 목상태가 좋지 않으셨고 나역시 통화를 오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이유는 첫째가 내 옆에 있어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당사자 앞에서 하기 뭐했다. 그래서 간단하게 톡으로 대화를 종결하고 학부모 상담까지 기간이 있으니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작심삼일 이라고 했던가. 아이는 오늘 아침부터 문자로 돌봄 교실에 안가면 안되냐고 했다. 나는 약속했던 것이니 그리고 또 오늘은 미술 수업이 있었다. 그래서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3:48분 아이는 학교로부터 로그아웃을 했고, 남편은 집에가서 혼낼거라며 나를 말리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연락해볼테니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 첫째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이라도 돌봄 교실에 가라고 했다. 학교에서 수업하고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 첫째는 못내 대답했지만 정말 갔는지 안 갔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돌봄 선생님에게 아이가 도착했는지 물었고 답장이 오고 나서야 안심했다. 하교하면서 아이를 만나 하기 싫은 일은데도 참고 해내는 너가 참 대단하다고 최고라고 말해줬다. 그러나 엄마 속은 부글부글... 이 아이를 어쩔까 하는 마음이었다. 아이는 기분 좋은듯 살짝 미소 지었다. 아마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우리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믿어준다면 지금보다도 더 밝고 행복한 아이로 자랄거라고 믿는다.






한줄평: 좋아지는 것 같으나 늘 제자리 걸음 같은 느낌적인 느낌?! 육아란 원래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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