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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y 19. 2024

호랭이 아들 형님 만들기 프로젝트  

둘째를 갖기로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첫째를 낳을때 많이 아팠기 때문에 둘째를 가질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날 혼자 노는 첫째를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6개월만에 찾아온 둘째 호랭이는 태몽이 호랑이인채로 나타났다. 이 태몽은 남편이 꿔주었는데 우리집 앞에 아기 호랑이가 찾아와서 남편한테 놀아달라고 졸졸 쫓아다녔더랬다. 남편이랑 안고 뛰놀았다면서. 남편은 태몽 같다고 했지만 설마 태몽이겠어. 싶었는데 그 설마가 태몽이었다. 둘째는 앞에서 말한대로 모유수유를 2년 이상 해서 나와의 애착관계가 남달랐다. 아직까지는 나는 엄마랑 결혼 할거야.. 아직은 엄마가 전부인 대사를 남발하지만, 여자친구가 생기면 엄마 품을 떠날거라는 걸 안다. 그리고 나는 쿨하게 보내줄 생각이다. 





둘째는 나랑 외모부터 성격까지 똑닮이다. 승부욕 강하고, 지기 싫어하고 내 맘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까지도. 엄마가 너같은 아이 낳으라고 축복아닌 축복을 해주셨는데 엄마의 말씀대로 이루어졌다. 첫째는 순둥순둥하고 순종적인 아이라면 둘째는 디폴트값 자체가 아니. 로 입력이 되어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걷고 말을 조금씩 배우는 시기 3~4세에는 한참 힘들었다. 왜냐하면 이것저것 만져보고, 맨날 넘어지고 다치고, 그 중에 심하게 다쳤던 때도 몇 번 있어, 응급실을 종종 방문했었다. 그리고 위험하다는 것 자체를 인지를 잘 못했던 시기 였던 것 같다.(특히 4세때) 나는 그것이 나름 스트레스였고, 병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거나 조용히 해야할 장소에서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돌아다니는 둘째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너무 스트레스였다. 남들에게 싫은 소리 듣고 싶지 않은 점도 있었고, 그렇다고 내가 일부러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진 않았지만 둘째가 그렇게 헤집고 다니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으므로. (물론 훈육하기는 했습니다만... 입력이 잘 되지 않았다는 점..)






그렇다고 혼내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둘째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재능이 있었다. 5살이 되면서 그런 부분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한 번 말해서는 딱 입력이 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아이 특유의 성향인지 아들램들이 이런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내 평생 아들은 처음 키워보기 때문에. 앞에서 문화센터에서도 그런 성향 때문에 힘들었다고 고백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아이들을 툭툭 치거나 이유없이 때리고 다니지는 않는다. 병원에서도 앉아서 기다리기도 한다. 도서관은 잠깐만 머물다 나와서 모르겠지만 이제 조금씩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어줘도 될 것 같다. 그 시기 둘째는 돌아다니고 직접 만져보고 탐색해야했을 시기였던 것 같다. (그 시기라하면 3~4세를 말한다.) 또 아이의 호기심 많은 성향도 한 몫했던 것 같고, 나는 남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이라면 둘째가 시도하는 것을 저지 하지 않고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도 같지만 지금은 둘째의 부산스러움이 작년 재작년에 비해서는 많이 정돈되었다. 










둘째의 어린이집에는 아이들이 탈 수 있는 자동차, 자전거가 구비되어 있는데 둘째의 자동차 사랑은 엄청나서 매일 하원후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타고는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꼭 자동차가 많은 데도 똑같은 단 하나의 자동차를 타고 싶어해서 그런 것들로 친구랑 실랑이를 벌일 때가 많았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똑같은 자동차. 약간의 디자인만 다른 부분인데 벤* 자동차를 고집했다. 아이들의 특성상 자동차만 타지 않으므로 자동차를 탔다가도 잠깐 세워두고 풀이나 꽃, 흙, 개미등을 탐색하기도 하는데 그 때 다른 아이가 우리 아이가 타던 자동차를 찜콩 하기도 하고,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로 세워놓은 다른 아이가 타던 차를 찜콩하기도 한다. 근데 소유권을 주장하기 애매한 것이 그게 어린이집 차니까 여기 어린이집 엄마들은 그런가보다 한다. 그리고 보통 내 아이에게 똑같은 차가 많으니 친구 타고 나서 타라고 양보해. 라고 말하는 편이다. 






둘째는 그 자동차가 자기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잠깐 한눈판사이 동생이 탔을 때 내리라며 목소리를 크게 말했다. 자동차를 발로 툭툭 건드리기도 해서 그럴 때마다 이 차는 너의 것이 아니며 어린이집 거라 다른 친구들도 같이 타는 거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친구를 물리적으로 때린다거나 자동차를 발로 차서는 안된다고 말해준다. 그러던 어느날 유독 심한 날이 있었다. 사실 어른의 시선에서는 별 것 아닌데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목숨 걸 정도의 일이므로, 가령 내가 주차하기로 한 곳에 친구 차가 주차해서는 안되고. 같이 친구랑 놀고 싶으면 같이 놀자고 말하면 되는데 남자 아이들은(다른 집 아이들도) 서로 앞 뒤로 차를 일부러 부딪치기도 한다. 우리 아들은 " 거기서 ~ ! " 그러면서 너무 승부욕 가득한 표정과 말투로 말해서 엄마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아이의 의도를 오해할까봐 걱정이 된다. 






친구가 안비켜주니 친구를 잡아당긴다거나 그래서 둘째를 그 친구와 분리했다.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왜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되는지. 너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으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잡아당겨서는 안된다고. OO이가 친구를 때리거나 소리 지르거나 잡아 당기면 더이상 자동차는 타지 못한다고 말이다. 그건 정말 싫었는지 둘째는 안그런다고 말을 했고 내 앞에서는 조심하는 척을 했다. 실제로 놀이치료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니 아이가 많이 좋아졌다가도 이런 행동을 반복할 수 있으며 일관성 있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때론 설명을 길게 하지 말고 한 두 마디로 단호하게 말하고 실제 아이가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때 더이상 자동차를 타지 않는다거나 하는 액션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모님과의 상호작용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며 혹시 집에서 둘째에게 강압적으로 말한다거나 키워드가 다소 쎈 말을 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평소의 나의 말습관을 떠올렸으며, 이내 반성했다. 뒤이어 남편의 훈육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충분히 화가 날 상황이겠지만 아이에게 언어를 순화해서 말할 필요성이 있겠다고 했다. 물론 남편이 처음부터 화를 내는 것은 아니며 몇차례 이야기 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화를 내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건 근본적으로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달을 수 없다고 했다. 단지 아빠가 화를 내면 무서우니까. 감정적으로 판단해서 부모의 말을 듣는 척 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주 화제는 남편과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럼에도 아직 잘 되는 중이다 라고 말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모유수유를 끊고, 기저귀도 떼고, 이제 책에도 관심을 보이는 둘째의 5살이 기대된다. 언제쯤 사람될까 싶지만, 그럼에도 부산스러운 것도 나아지고 이제 말귀도 알아듣고, 그렇다고 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까. 이렇게 또 희망을 걸어봐도 되는 거겠지? 







작가의 말: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미래의 며늘아기를 위해 엄마가 잘 키워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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