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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Apr 21. 2024

열정맘과 노열정딸 그 어디 사이

첫째가 수학단원 평가지를 가져왔다. 부모님 사인이 필요한데 엄마 사인해달라면서. 시험지를 받아드는데 15문제중에 10문제를 맞혔다. 그래 그럴수 있지. 그런데 문제 유형을 보니 어디서 낯이 익은게 며칠전 나랑 풀던 그 문제 유형 복붙. ctrl+c -> ctrl+v 였다. 어떤 문제는 답을 안써서 틀린 문제, 어떤 문제는 맞춤법을 잘못써서 꼭짓점을 꼭지점이라고 해서 틀린 문제도 있었다. 아이의 시험지를 보면서 많이 틀렸다 아니다의 여부를 떠나 안타까운 부분이 많이 있었다. 100점을 바라지는 않는다. 0점이라도 문제지 속에서 아이가 뭔가 어떻게든 답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들이 보였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왜 이건 건너뛰었어? 물어보니 깜빡했다는 말에 뚜껑이 열렸다. 어떻게 맨날 건너 뛸 수 가 있냐부터 시작해서 옷소매에 묻은 물까지 지적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쯤되서 멈춰야했으나 멈춰지지가 않는 것이 함정. 사실 옷소매에 물이 묻는 것은 아이가 손을 씻을 때 그런 건데 소매를 올리지 않고 씻어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물이 묻지 않으려면 소매를 걷어야지 라고 말해주었지만 소매를 걷지 않고 손 씻을 때가 훨씬 많다고나 할까. 남편과 나는 아이가 너무 풀어지는 것 같고, 대충대충 하는 것 같고, 열정을 갖고 하는 것은 노는 것과 먹는 것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 더 있다가는 화가 날 것 같아서 남편에게 토스했는데 남편이 뭐라 하면 우는 첫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편은 지금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문제집이 아니라면서, 아이의 태도부터 점검해야 함을 강조했다. 나도 그 이야기에 동의하면서 오늘은 문제집 풀만한 날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아이에게 공부하지 말라면서 둘째에게 몰빵해준다는 말을 했다. 첫째는 꺼이꺼이 울면서 공부할거야 라고 하는 웃픈 이벤트가 있었다. 그렇게 첫째는 울다 잠들었고, 엄마 아빠도 사람인지라 그날 만큼은 첫째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지 않았다. 









다음날, 첫째의 하교길에 나는 평소와 다르게 말이 없었다. 첫째는 엄마를 보고 반가워했으나 그 때까지 내 마음은 풀려있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자식에게 손을 먼저 내미는 건 엄마인지라 첫째에게 그동안 읽은 책 목록을 보여주었다. 아직 다 등록 못했는데 현재까지 200권이 넘는 책 등록했다. 첫째는 신기해하면서 관심을 보이더니 그동안 자기가 읽은 책을 다 올려달라고 했다. 책이 재미없다고 할 때는 언제고 지지배. 그렇게 아직도 남아있는 책목록의 수작업을 해야한다. 내가 갖고 있는 아이의 어려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이 부분은 너가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은데? 하면서 같이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1 먹는 것 노는 것 빼고는 집중력 저하. 조금 꼼꼼하게 일상생활에서 정리정돈을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없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정해두어도 또 내 마음이 무너질거라는 건 안다. 
2 핸드폰은 게임 삭제하고 워치 형식으로 문자, 연락만 되게 만들겠다.
tv도 시간과 컨텐츠를 조절하자. 
영어 dvd 만화가 재미없다고 해서 실생활 아이 나이에 맞는 유투브 컨텐츠를 찾아보여주었더니 재미있다고 한다. 자기 조금 분위기상 알아 듣겠다면서... 
3 루틴을 정하자 
수학문제집 풀기 30분으로 정했으나 실제로 풀어보니 1시간은 잡아야 할 듯 
영어 dvd 혹은 영어 유투브 시청 30분 
한글 책읽기 30분 
기타 등등.. 4가지 정도로 일단 정했다. 그래서 오늘 당근하러 간다. 





수학은 아직 저학년이라 심화 문제는 안풀게 하고 개념 위주 교과서 위주로 잡아줄 예정이다. 학원에 간다한들 야무지게 자기 밥그릇을 챙길 아이가 아니란 걸 알아서 엄마가 고군분투중. 추진력 빠르고 성격 급한 엄마는 먹는 것 노는 것 빼고는 노관심인 노열정 첫째가 걱정되지만 그럼에도 내딸이라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어본다. 발레 배울래? 수영 배울래? 운동은 하나 정도 하는 게 좋은 것 같아 라고 말했더니 자기는 하고 싶은게 없단다. 내가 그 나이 때는 참 하고 싶은게 많았는데 이렇게도 없다고? 싶지만 맞다. 첫째는 내 딸이기도 하지만 남편의 딸이기도 하다. 둘을 섞어 놓아 그런가보다 퉁친다. 이렇게 엄마가 깔아주는 자기주도학습이 되어가는 거겠지? 나혼자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오늘도 참을 인을 내세우며 대신 주말은 빈틈없이 놀아주는 일정으로 계획해본다. 아이가 무엇을 하든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공부가 다는 아니지만 지금은 태도를 익히고 사회에 나가기전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아이와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학습에 도움되는 꿀템도 샀다. 택배 아저씨가 얼른 뛰어서 우리집 앞에 배송완료 문자가 뜨길! 엄마가 더 설레발 치는중. 











그렇게 구매한 것은요. 바로 이거. 결국 핸드폰은 내가 첫째랑 이야기하고 우리집 어딘가에 곤히 잠들고 계신다. 대신 보드게임과 날씨도 좋으니 바깥 놀이를 많이 하기로 했다. 





한줄평: 내 성격대로 밀어부치지 말고 아이 속도에 맞게 기다려주기. 

결국 중요한 건 엄마랑 아이의 유대 관계가 제일 중요! 

알면서도 가끔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답답함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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