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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Apr 10. 2024

나 OO 안입을래! 배변훈련 거부사태!

둘째는 어릴 때부터 본인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온몸으로 표현하는 아이였다. 문제는 기저귀를 뗄 떼가 됐는데 전혀 팬티 입을 생각을 안한다는 것에 있었다. 비교적 순했던 첫째와 달리, " OO아, 우리 이제부터 팬티 입어볼까? " 하니 특유의 장난스러운 얼굴로 마치 난 팬티 입을 생각이 없는데 라는 분위기로 "아니. 나 팬티 안입을래." 라고 말했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생각했다. 물론 우리도 팬티 입혀보기를 시도하기도 했었다. 팬티를 입혀놓으면 느낌이 이상해 하며 다시 팬티를 벗고 기저귀로 환복했다. 어린이집에서 팬티와 여벌옷을 보냈지만 실수할 때가 있었고 집에서는 팬티를 입지 않으려고 해서 트레이닝 자체가 잘 되지 않았다고나 할까. 그렇게 4살 여름이 지나가고 갑자기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바람에 6개월뒤 어린이집을 옮겨야 했다. 이때도 둘째의 배변훈련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낯선 곳에 적응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무작정 배변훈련을 밀어부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이걸로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았지만 선생님 또한 급하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이가 원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그래서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한 이후 배변훈련을 시도했다. 집에서 팬티를 입혀보았는데 너무 잘하는 것이었다. 첫째와 다르게 실수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변은 실수를 했는데 어른 변기에 앉는 거 자체를 무서워하는듯 했다. 어린이용 덮개 변기를 샀지만 아이는 자기 엉덩이가 빠질 것 같다며 앉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몰래 뒤로 숨어서 응가를 해놓고는 응가를 치워달라고 했다가, 어쩔 때는 말하지 않아서 특유의 후각으로 응가 냄새를 잡아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날 기적적으로 변기에서 응가를 했고, 폭풍 칭찬해줬다. 그때서야 이제는 어린이집에서도 팬티를 입어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 선생님에게 연락을 했고 팬티와 여벌 옷을 챙겨달라고 했다. 그렇게 챙겨서 보낸 다음날 선생님에게 소변 실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놀다가 소변 타이밍을 잊어버렸는지 그런 것 같다는 말도 함께였다.





그러나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실수한 게 창피했는지 집에 오자마자 나 팬티 안입을거야 라고 화를 냈다. 집에서도 안 입겠다고 극대노했다. 마치 엄마가 배변훈련을 시켜서 어린이집에서 나 창피했잖아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로부터 원상 복구되어 오히려 집에서도 기저귀를 차는 4살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시도하는 게 아이에게는 스트레스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같이 아이를 키우는 주변 엄마들에게 물어보면 조금 더 기다려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반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주기적으로 가는 상담센터에서 배변훈련 고충에 대해 털어놓게 되었다. 상담사는 이제 36개월이 넘었는데 너무 늦은 거라며 지금이라도 배변훈련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가 변기를 무서워하는 점과 팬티 입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아기변기를 사보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변기에 대한 거부감이 덜할 수 있고, 나중에 훈련이 되면 어른 변기에서도 가릴 수 있다고 했다.










상담사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아기 변기를 주문했다. 팬티도 집에서부터 다시 입혀보고 집에서 소변을 잘 가린다면 어린이집에도 보내기로 했다. 아이는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이제 OO이가 형아가 되서 팬티를 입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둘째는 몇 번 저항했지만 일관성있는 나의 태도와 엄근진에 이제는 입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았다. 그렇게 1주일이 안되어 어린이집에 팬티를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변기에 앉는 것은 무서워해서 대변을 보는 것을 참는 것 같았다. 그래서 대변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해주면서 아기 변기에 보면 무섭지 않을 거라고 했다. 둘째는 아기 변기에 흥미를 보이더니 1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첫 응가를 개시했다. 그 이후 폭풍 칭찬해주니 스스로를 기특해했다. 응가 하는 게 무섭지 않고 재밌는지 하루에 7번 이상 조금씩 응가를 해서 내 엉덩이를 의자에 붙어있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2~3주 만에 대소변을 가렸고 밤기저귀는 아직 하고 자고 싶어했기에 밤기저귀만 떼지 못한 채로 밤에만 기저귀를 하는 5살을 맞이했다. 그 때가 겨울이었던터라 3월이 되면 밤기저귀도 떼봐야겠다 생각했다. 전기 매트를 치우고 3월 2~3주부터 밤기저귀 떼는 것을 시도했다. 물론 둘째의 의사를 물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둘째는 팬티를 입고 자보겠다고 했고 자기전에 화장실에 갔다 오도록 하는 등 수분 섭취를 제한했다. 그리고 현재 밤기저귀를 뗀지 3주 정도 되었는데 가끔은 이불에 대참사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런 날은 거의 드물고 뽀송한 상태로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되었다. 밤기저귀를 떼는 것이 조금 오래 걸렸지만 우리는 우리도 힘들지 않으면서 아이도 스트레스 받지 않게 떼고 싶었다. 엄마 아빠가 귀찮았던 것도 없지 않아 있었던,, 왜냐하면 매트에 쉬아하면 그건 커버가 안되니까. 아무튼 언제 기저귀 떼나 했더니 3~4개월이 걸려 떼고야 말았다.






한줄평: 혹시 셋째를 낳는다면 더 잘할 수 있겠지? 이번생에 셋째는 양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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