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세부 여행을 계획했을때, 블로그에서 여행정보를 검색했었다. 시라오 가든 사진을 찍어놓은 인생 샷들을 보며 여기는 꼭 가봐야지 했었다. 그렇게 수개월전 계획했던 인생샷 보장 성지를 욜리오&동생과 가고 있는 중. 시라오 가든은 시그니처 손바닥 사진으로 유명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생각보다는 작았다. 바로 옆에는 옥수수나 음료수 먹을 것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했고, 한국인인 우리를 알아보며 언니 이거 맛있어요. 하면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곳 역시 주차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다행히 시티투어 차량이라 주차문제는 걱정없이 아무튼 우리는 내리는 걸로. 가이드는 자기는 안 들어가고 우리만 들어가라고 했다. 우리는 기념품 샵에서 하와이안 꽃같은 하얀색 꽃달린 핀을 한개씩 샀다. 한국돈으로 1500원 정도 하는 거라 살만했다는. 아무튼 한국에서온 동양인 두 여자는 머리에 꽃달고 사진 스팟을 찾아다녔다. (이거 꼭 사세요. 추천. 돈 안아까움. 한국에서 꽃달고 다닐 거 아니니. 여기 있는 동안 1시간만 달고 다니자구요.)
포토존마다 줄서서 기다리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래서 너무 오랫동안 사진 찍기는 눈치가 보여서 빨리 빨리 찍고 뒷 사람에게 자리를 비켜주어야 했다. 곳곳마다 포토 스팟이었을정도. 또 사진 찍기에 진심인 동생의 추천으로 포토 스팟을 찾아다녔는데, 사람들이 너무 줄서 있는 곳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으므로 나중에는 사람들이 없는 곳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 가보면 우리가 찍고 싶었던 그 장소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지극히 너무 뜨거운 태양빛과 더운 날씨로 사진을 찍으면서도 지쳤다. 특히 시라오가든의 시그니처 손바닥에서는 둘다 원피스를 입고 갔는데 다리가 프라이팬의 불판처럼 달구어졌다. 조금만 더 앉아있었으면 화상 입을뻔. 그치만 얼굴은 웃어야 하니까 표정만은 웃음 만수르... 그 웃음속에는 뜨거움을 참는 각고의 노력이 있었으니. 하늘보소. 영화 아닌가 싶은.
한국 사람들도 많았지만 현지 사람들도 조금은 있었다. 가이드는 안들어온다고 하더니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들어왔고, 둘이 같이 사진을 찍고 싶을 때는 가이드에게 부탁했다. 또 갑자기 정원 가꾸다말고 우리 사진 찍어준 필리핀 아저씨도 생유 베리 머취 ~ 포즈까지 추천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길래 한국인만 보면 사진 찍어준다고 한걸까?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더 찍고 싶었지만 이미 충분히 찍었고 찌든 더위와 나에게서 나는 땀냄새에 지쳐버린 우리는 1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사진을 찍고 시라오 가든을 떠났다. 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시라오 가든 자체가 어디서 찍어도 예쁜 곳이라 이곳에서는 오히려 사진 좀 더 찍어달라며 동생을 채근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청량한 하늘, 예쁜 꽃과 누가 봐도 사진 찍게 만들어온 포토존이라 사진 찍지 않고 가기에는 아쉬운 곳이랄까. 다음에 누군가가 세부에 온다면 꼭 추천하고픈 곳이다.
나는 노란색 원피스를 준비해갔는데 이런 곳에서는 쨍한 파란색 산토리니를 상징하는 그런 군청색 같은 파란색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원색 러버라는 ~ 조금만 더 날씬했어도 신혼여행 때 입은 산토리니 원피스를 입는 건데 이번에는 입지 못했다. 아무튼 신혼여행이든, 친구 가족여행이든 시라오 가든은 꼭 와봐야하는 인생샷 성지다. 강추 강추. 너무 덥고 햇빛 뜨거웠던 것 말고는 빼고는 괜찮았던 곳. 준비물은 시원한 물. 사진 찍다가 햇빛 쏘이면 어지러울 수 있음. 주의. 그치만 약간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환상적인 스팟임에는 분명. 시라오가든 이곳만이 주는 신비함이 있다. 투말록 폭포까지 갔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튼. 영화 아바타 느낌 살짝? 났던 이곳. 더 사람 붐비기 전에 잘 갔다왔다.
작가의 말: 사진 찍기 싫다고 해놓고 제일 많이 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