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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의미 May 21. 2024

현지 가이드 멘탈 털리게한 E의 미친 OOO

시티투어 차량 탑승후 점점 높은곳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있었던 곳은 세부 시티 내였는데 점점 시내에서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도시에서 점점 외곽. 시골로 가는 느낌이랄까. 그것은 도로나 집의 형태를 보면 알 수 있었는데 이렇게 꼭대기 절벽 같은 곳에 집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은, 그리고 그 집들은 정말 작고, 한국의 옛날 배고프던 시절 집같은 모습이었다. 정말 날 것 그대로. 로컬 느낌이 물씬 나는 그런 집들을 지나쳐갔다. 여기서 시라오 가든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고, 자연스럽게 가이드랑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까 말했다 시피 가이드는 한국말을 굉장히 잘했고, 나는 영어로. 가이드는 한국어로 말하는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펼쳐졌다. 한국말 왜이렇게 잘하냐고 물어보니 한국 드라마를 보고 공부했단다. 우리가 영어공부 할 때 미드 보는 것과 같은 것일까.






욜리오는 태양의 후예를 재밌게 봤다고 한다. 나도 못본 태양의 후예를 봤다니 K 드라마, K 문화 열풍이 필리핀까지 느껴졌다. 그러다 주제는 우리가 얼마전 겪었던 택시 새치기 사건이었는데, 우리가 먼저 줄서고 있었는데 어떤 아줌마가 와서 새치기했다. 필리핀에서는경로우대가 있냐 물어보니 내 말이 너무 빨라서인지 욜리요는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겠어요 라고 말했다. 그래서 파파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영작 완성! 영작한 것을 보여주니 욜리오는 필리핀에서는 경로우대가 당연하다고 했다. 원래 그런거라며. 그래서 아 여기도 그렇구나. 몽골에서도 버스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우리팀 중 젊은이가 앉아있었는데 나이 많은 분이 오더니 비켜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몽골 청년이 비켜주었다는. 선교사님이 몽골에서는 경로우대 사상이 있어서 그게 당연한거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영어를 자꾸 연습해보고 싶은 마음에 욜리오에게 말을 걸었다. 욜리오는 몇 마디 받아주다가 동생은 욜리오의 기빨림을 포착했는데, " 언니. 쟤. 지금 힘들어해요. " " 내가 말을 너무 많이 시켰나? " " 네. 사실 제가 전에 친구들이랑 놀러갔을 때 가이드 텐션이 너무 높아서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내향인 가이드를 배치해달라고 했는데 언니가 이렇게 좋아할 지 몰랐어요. 언니가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면 텐션 높은 가이드를 배치해달라고 할 걸 그랬어요."  라고. 참고로 나빼고 운전수, 동생, 욜리오는 말 안해도 조용히 갈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욜리오가 나의 투머치토커에 너무 지쳐해서 더이상 말은 걸지 않기로 했다. 대신 너무나 신나는 마음에 음악을 틀고 싶었다. 음악을 틀려면 와이파이가 되거나 데이터가 되어야 했는데 우리가 가져간 유심칩은 밖에서 데이터가 너무 느렸다. 필리핀도 외쿡이니까 무슨 뜻인지도 못 알아듣지만 그래도 팝송 고고.






그래서 어떡하지 싶었는데 왜냐하면 데이터 용량이 있었으므로, 공항에서도 써야하니깐? 시티투어 차량에 탑승하니 간식과 물, 무릎 담요, 포켓 와이파이가 준비되어 있었다. 포켓 와이파이는 카톡 정도는 잘 되지만 장소 이동할때마다 연결이 끊겼다 잘 됐다 해서 유투브로 음악을 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데이터를 사용해서 음악을 틀었는데 이마저도 끊길때가 있어서 끝까지 올라간 텐션과 흥이 버퍼링 걸릴 때가 있었지만. 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미 feel 충만. 흥이 충만되어 있었기에. 또 고도가 높아질수록 보이는 바깥 풍경과 오염없는 깨끗한 하늘을 보니 이곳에 온 게 꿈만 같고.(지극히 워킹맘 입장에서는 애들 없이 오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아이들을 케어하느라 돌봄 재능만 갈고 닦았었는데 나를 위해서 이렇게 만끽할 수 있구나 그 잡채가 좋았다. 왠지 잃어버렸던 내 자신의 모습을 찾은 것 같았다. 동생 말로는 다른 사람도 기분 좋아지게 하는 흥이라고 했다. 언니가 잘 즐기고 좋아해서 좋다며.






그래서 음악은 오래 틀지 못했다고 한다. 풍경도 좋고, 낯선곳, 적당한 흥과 텐션 3박자가 맞으니 드라이버는 또 운전을 하고 싶었다는. 다음에는 국제 면허증을 가져와서 렌트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지난번 만났던 안경 3개씩 가지고 다니는 택시 아저씨보다는 내가 더 잘할 것 같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욜리오는 나의 말 많음에 기가 빨렸고, 나는 눈치껏 말을 안 걸었고. 시라오에 도착하기까지는 조용했다고 한다.







작가의 말: 정답은 미친 친화력.

이름 부르니 또 생각나는 그 이름. 욜리오. 그러나 실제 이름은 욜리오가 아니었다고 한다. (빵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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