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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루씨 May 31. 2022

기획자의 툴이란 PPT, PPT 그리고 PPT

[그래도, 기획자] 마이크로소프트 사랑합니다

"엑셀은 꼭 배워야해"

아빠는 엑셀신봉자였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빠는 엑셀로 모든 업무를 해왔고 나에게 엑셀의 좋은 점을 여러 번 말해주셨다. 말수가 적은 아빠가 그토록 엑셀에 대해 입에 침이 닳도록 이야기하신 것보니 엑셀을 어지간히 사랑하신 모양이었다.


그 이유는 커서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크게 정리하고 보고하고 실행하는 일인데 정리하는 단계에서 엑셀은 정말 큰 역할을 한다. 엑셀로 만들 수 있는 포맷은 무한대이고 특히나 데이터를 다룰 때는 엑셀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이다. 기획자들이 흔히 접하게 되는 관리자 시스템인 어드민을 다룰 때, 엑셀 다운로드 기능은 빼놓을 수 없는 기능이다. 그만큼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기획자의 툴은 다르다. 기획자는 기획하는 사람이다. 즉, 기획서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해서 그것을 실행시키는 것이 기획자의 몫이다. 실행시키는 것이지 결코 내가 실행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기획서를 작성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툴이 마이크로소프트의 PowerPoint 이른바 PPT 라는 프로그램이다. 


대학교 다닐 때 누구나 한 번쯤 과제를 위해 PPT를 만들어봤을 것이다. 공모전이라도 지원하려고 하면 화려한 시트에 현란한 액션으로 가득한 PPT가 필수이다. 기획자의 PPT는 그 포맷 자체가 매우 단순하다. 사람마다 포맷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인 포맷은 거의 비슷하다.


- 표지 : 제목, 작성버전, 작성일자, 부서, 이름

- 수정버전 : 기획자가 되고 보면 놀랄 만큼 기획서를 수정할 일이 많다. 배포 직전까지 기획서를 수정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이는 디자인, 마크업, 개발, QA 과정을 거치면서 기획이 수정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이를 기획서에 반영해야 후에 해당 기능을 확인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개발 과정 이후의 업데이트 사항은 흐지부지 되어 코드 안에만 남아 있기 마련이다)

여기에는 수정일자, 수정내용, 수정자를 쓴다. 수정내용을 쓸 때는 간단한 수정사항과 페이지를 적는데 버전이 업데이트되면서 페이지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대비해 기획서 내에 변경된 부분은 언제 변경되었는지 적어주는 게 좋다.

- 정책 : 정책은 있기도 하도 없기도 하다. 프론트 기획의 경우 정책이 거의 없는 편이지만, 백엔드 기획은 정책이 기획의 전부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기본적인 뼈대를 결정하는 부분이라 유관부서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스토리보드를 작성하기 전에 정책을 확실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 스토리보드 : 기획서의 꽃이라 부르는 스토리보드 

보통 좌측에 화면을 그리고 우측에 해당 화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쓴다. 되도록 화면에 많은 걸 담아내는 게 좋다. 사람은 시각적인 동물이라 아무래도 그림에 눈이 가기 마련이다. 이 화면을 실제로 구현하는 개발자들은 화면을 보면서 개발하다가 궁금한 사항이 생겼을 때 우측 설명을 본다. 우측 설명을 아예 안 보고 개발하는 개발자들도 더러 있다. 내가 몸 담았던 회사에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개발자가 있는데, QA가 그 분의 버그를 모두 JIRA에 올렸더니 기획서가 나왔다고 한다 (대체 뭘 개발하신건가요) 물론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화면에 되도록 많은 걸 담아내도록 하자. 그리고 설명은 되도록이면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적당한 간격과 줄 바꾸기가 필수이다. 가끔 설명이 줄 바꾸기 하나 없이 우측 상단부터 하단까지 꽉 들어찬 경우가 있는데 이걸 보면 없던 난독증도 생길 것 같은 기분이다. 하물며 시간에 쫓기며 개발하는 개발자들에게는 어떠하겠는가

- 워크플로우 :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전체적인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하기 쉽게 표로 정리해놓은 것이다. 단순히 화면 하나하나 그릴 때보다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를 한 눈에 파악하기 좋다. 




최근에 이직한 회사는 기획서 자체를 Confluence Wiki에 작성한다. 그래도 위 포맷은 변함 없다. 단지 기획서를 쓰는 툴이 PPT에서 Wiki로만 바뀐 것 뿐이다. 그래서 PPT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나는 아직도 PPT로 목업을 작성하고 있다. 요즘에는 Sketch, Figma 등 다양한 툴을 활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아직도 PPT를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오래 사용해왔기 때문에 손에 익었고 그만큼 PPT를 쓰면 진행 속도가 빠른다. 기획자의 툴 중에 PPT가 가장 고전 처럼 내려오는 툴이기는 하지만 이에 억매일 필요 없이 자신에게 맞는 툴을 고르면 된다. 사실 중요한 건 툴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이니깐. 


하지만 회사에서 모두가 PPT를 사용하는데 자기만 다른 툴을 쓰진 말자. 회사 내에는 엄연히 정해진 규칙이 있고 그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게 회사이다. 되도록 따르자.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회사에서 일 잘 하는 선배가 있다면 그 선배의 기획서 포맷을 그대로 따라해보자. 잘 하는 사람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잘 하게 된다. 세상에 모방만큼 성장하는 데 빠른 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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