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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ispark Nov 16. 2024

자화상을 그리다

10년 후의 나와 만날 준비를 하다

자화상을 그리다


난 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여겨왔기에 내 주변 사람들의 나이나 날짜와 관련된 행사에 별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 생일이나 기념일 등을 챙기지 않고 살아왔다. 우리가 그렇게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삶은 매일매일이 선물이고, 소중한 날들이기에 특정한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 여기며 살아왔다.

그렇게 33년을  뒤로하고 정년퇴직 4개월을 남겨둔 시점에 우리 부부는 60여 일의 이베리아반도와 남프랑스에 살고 있는 아내의 지인을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왔다. 그리고 그 여정이 약 1주 정도 남은 시점에 5년 뒤 아니 10년 뒤의 자화상을 그려본다.


이제부터는 주어진 일상의 날들을 시간의 관점에서 효율적인 시선이 아닌 삶이라는 관점에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소비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 여행 다니고 책 보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살았기에 나를 마주하고 나를 느낄 수 있는 시선이 갖지 못했다. 그래서 지나온 날들에 대한 자화상은 그저 현재의 내 모습 즉, 존재 자체가 전부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나도 시간만 있으면 무엇이든 계획한 것을 실행하고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이제는 시간이 그저 하나의 소비해야 하는 소모품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간으로 하고자 하는 것들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큰 틀의 밑그림이 구체화되고 그것을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면 어떨까 한다.

그래서 올해 남은 2개월 동안에 앞으로 10년 또는 그 이상의 삶의 방향을 정하여 밑그림을 그린 다음, 조금씩 그림을 구체화해 간다면 마침내는 내가 지금 생각했던 10년 뒤의 자화상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33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며 지나온 날에 그리지 못한 내 모습을 그려본다.

난 그 그림의 시작은 가족을 이루어 하나의 작은 공동체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가족의 울타리를 튼튼하고 소중하게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각자의 인생도 그 무엇에 견줄 수 없을 만큼 소중하게 지켜 주면서 가족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해 왔고 오늘 그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행복하다.

이렇게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과 부부가 함께하는 여행이 지나온 내 삶의 그리고 앞으로의 내 삶의 자화상이 되지 않을까?

386세대, 베이비붐 끝자락에 태어난 우리는 젊은 시절에 오늘과 같은 삶의 풍요로움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꿈도 꾸어보지 못했는데 현실이 되어 아내와 함께 그려왔던 미래가 오늘의 내 삶이 되어 있음에 그저 가족 공동체를 멋지고 소중하게 가꾸어주고 늘 곁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우리 두 딸들과 셋째 같은 아내에게 감사하고 고맙고 많이 많이 행복하다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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