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by 이지완

《시》


시를 쓰는 마음은

쓰겠다고 마음먹는 마음

쓰는 손 아니라 보는 눈

펴낸 책 아니라 펼치는 삶


시를 읽는 마음은

읽겠다고 마음먹는 마음

읽는 입 아니라 듣는 귀

펴는 책 아니라 탐하는 삶


하상만 시인의 시집을 읽으니

알 것 같다

강에서 사금 캐듯

깨에서 기름 짜듯

조개가 진주 빚듯

허망하게 헐겁고 성근 인생 밭에서

가장 아프고 가장 아름다운 것

추출하는 외롭고 고된 작업


덕분에 시집에 파묻혀

시인이 본 것을 보았다

시인이 들은 것을 들었다

그가 탐험한 막막함을 헤엄쳤다

그가 뽑아낸 아름다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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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