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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리 피디 Apr 01. 2023

마크롱을 마카롱처럼 씹어먹을 태세의 프랑스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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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초등학교 교사의 직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압도적인 꼴찌가 프랑스였다. 이유는 명확하다. 애들이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고집이 세고 꼬치꼬치 따지는 습성 때문에 교사들이 힘들단다(그렇게 자란 들이 교사가 되었을 테니 업보라 생각할지도).


나라마다 국민성이란 게 있는데 프랑스 국민들의 특성을 한 단어로 꼽으라면 반항심이라고 말하고 싶다(반항-순응 스펙트럼의 정반대 쪽은 일본이라고 볼 수 있다). 외세와 권력을 대하는 프랑스 민중의 태도가 고분고분,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통제불능 상태가 되어서야 새로운 질서가 생긴다.


"요새 그 나라 파업 투쟁이 심하다는데 괜찮겠어?"

사람들이 걱정해 준다. 대통령 마크롱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저항이 꽤 심각한 것은 뉴스를 봐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프랑스의 진면목을 제대로  기회가 되겠군."

라고 대답한다.


가끔 우리나라 사람들이 프랑스 여행을 하다가 파업 때문에 곤란한 일을 겪은 고생담을 읽게 된다. 빨리빨리의 국민성반항심의 나라에 갔으니 어찌 고생과 곤란이 없겠는가. 교통수단이든 관광자원이든 파업이 진행되면 멈춘다. 불편을 끼치는 것이 그들의 반항 방식이고 내국인, 외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불편할 뿐 위험하지는 않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위험의 대상은 따로 있다. 권력자다. 대통령인 에마뉴엘 마크롱을 기요틴( 단두대)에 올리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도 나왔단다. 돌아보면 인간들이 무수히 겪은 일이다. 성에 차지 않으면 왕이고 왕비고 귀족이고 장군이고를 불문하고 목을 쳤다. 그 DNA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니 '한낱 대통령' 따위쯤이야...


우리는 몇 년 전 대통령을 탄핵하면서도 정말 이래도 되는가 싶은 우려가 컸다. 군부독재 시절부터 반대와 규탄, 타도를 외쳤지만 정말 그런 상황에 맞닥뜨린 일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조선왕조 오백 년을 뒤져봐도 민중 혁명이 성공한 일은 없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나 수양대군의 계유정난, 인조반정과 같은 정치군사 세력의 쿠데타 정도다. 무슨무슨 난亂이라고 일컫는 상황에서 우리 조상들은 반동과 순종 사이에서 갈등했고 프랑스는 소신에 따라 직진했다.


우리 민족은 '눈치', 프랑스는 '행동'이라 규정하면 과한 걸까? 나만 해도 신념과 행동 사이의 거리가 멀다. 옳다고 믿는 것과 내 선택은 자주 엇나간다.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태조 이성계도 백성들의 눈치를 보느라 개성의 왕궁에 들어가지 않고 얼마간 집에서 출퇴근을 했다(백성들은 王씨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왕이 되지? 라며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반면 프랑스인들은 그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인다. 신념과 감정에 충실하다. 다른 사람이나 상황에 대한 의식은 그들의 선택과 행동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들이 다이내믹(?)한 역사를 갖게 된 것도 이런 성향 때문일 거다. 각자의 소신이 다 다를 테고 갈등과 충돌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정면승부인 것이다. 그러니 극단적인 정치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일상에서도 갈등을 터부시 하지 않는다. 논쟁은 그들의 트레이드마크다. 다음 주에 콩코르드 광장에 가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화합하기 어려운 국민성의 발로다(concorde는 코드가 같다, 즉 화합이란 뜻이다). 샤를 드골 대통령은 이렇게 푸념했고 한다. "264가지가 넘는 치즈를 가진 나라를 어떻게 다스린단 말인가!" 프랑스에서 고분고분이나 의견통일은 개나 갖다 줘야겠다.


옳고 그름이나 우열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프랑스를 보면 우리 사회를 되짚어 보게 된다. 또래 압박(peer pressure)이라는 개념이 있다. 주변 상황에 따라 내 선택이 영향을 받는 현상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유독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또래 압력이 심한 듯하다(일본은 전체주의 습성 탓에 왕따와 집단 괴롭힘까지 생긴다).


나는 우리가 너무 우우~와와~한다고 생각한다. 귀가 지나치게 얇다. 누가 어땠다더라에 평정심이 쉽게 무너진다. '남들 다 하는'이라는 수식어의 지휘를 받아 영끌로 아파트를 사(야 하)고 학원 과외를 쉼 없이 다닌다. 명품 백과 비싼 차에 주눅 들고 부러움에 무리수를 둔다. 남들이 쳐주는 직업에 도전하느라 내 흥미와 적성은 스스로 킬. 그러니 헬조선이니 인류 역사상 최저의 출산율이니 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리라.


이런 에피소드도 들었다. 젊은 여성들이 골프 라운딩 간다, 전반을 돌고 여벌 옷으로 갈아입는다, 새 옷을 입고 후반을 돈다, 전반 사진은 그날 인스타에 올리고 후반 사진은 며칠 후에... 자주 갈 형편은 안 되니 이렇게 하면 두 번 나간 셈이 된다나... 나는 감탄을 뿜었다. 대. 다. 나. 다!


골프와 sns는 안 하면서 다소 괴짜처럼 살고는 있지만 나도 한국인이라 저런 면이 있을 것이다. 자랑과 부러움, 체면과 부끄럼, 경쟁심과 관음증, 이런 것들이 각자의 몫으로 주어진 행복을 방해하는 건 아닐까? D-4일. 프랑스에 가서 만나는 것들이 나다움의 발견에 어떤 도움을 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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