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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Jan 06. 2020

Dear my old friend, 캐네디언 아저씨




크리스마스 열흘 전, 나의 친구 캐네디언 아저씨가 편의점에 왔다. 늘 마시던 맥심 골드를 능숙하게 타서 내가 계산하기 편하게 바코드를 내 쪽으로 돌려주며 묻는다.



*문법 파괴 영어 주의!


“I want to buy a small christmas tree. but I don’t know where I go. Do you know?”

(나 작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사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 혹시 너 아니?)

“Hm.. just a moment.”

(음.. 잠시만)



잠깐 생각해 본 나는 시내에 위치한 모던하우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검색해 적어줬다.



“May be.. christmas tree will be there.”

(아마도 여기에 가면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을 거야.)

“Oh. Thanks. Have a great day!”

(오. 고마워. 좋은 하루 보내!)









 캐네디언 아저씨는 50대 중후반의 캐네디언으로 단골손님이지만, 손님이라기보다는 친구에 가깝다.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며 외항사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음악 대신 영어라디오를 자주 들었고. 이때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게 되었다. 그때 나는 한마디라도 영어를  쓰고 싶어서 기를 쓰고 아저씨에게 열심히 말을 걸었고 아저씨 역시 나의 짧은 영어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후 아저씨는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사용했다. “Hi” 혹은 어눌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How’s it going?”이라며 안부를 물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 대답하던 나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서 먼저 영어로 인사를 하거나 그때그때 기분에 맞게 대답한다.  



 외국에서는 단골들과 친구처럼 일상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던데. 이거구나! 싶었다. 아저씨 덕분에 나는 또 다른 서비스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캐네디언 아저씨는 이참,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비슷한 느낌에 항상 미소 짓고 있다. 그래서 더 편하게 말을 걸 수 있었다. 영어실력이 좀 더 능숙했다면 아저씨와 보다 폭 넓은 대화를 나누겠지만 아쉽게도 대화의 주도권은 늘 아저씨가 잡고 난 경청한다.




 지난 주말에 뭐했냐 물으며 자신의 주말이나 집안일 얘기 해준다. 진공청소기가 고장 난 이야기를 꺼내며 부품을 못 구해서 결국 그냥 하나 새로 사러가는 길이라는 둥의 하소연을 하시면 완벽하게 알아듣지는 못해도,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는 감 잡는다. 그렇게 내가 이해한 부분은 열심히 맞장구친다.



  아저씨는 이 곳에서 생활하며 잘 모르는 것들을 나에게 물어본다. 주로 사고 싶은 물건을 어디서 사야할지 모르거나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는데 주소가 맞지 않아 오류가 날 때 도움을 요청한다. 난 아저씨가 되도록 알기 쉽게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보통 도움이 필요할 때 나를 찾아오지만, 그러면서도 꾸준히 나의 근황을 물으며 관심을 주니 손님이지만 친구같다.  


 내가 운동을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는 남자친구보다도 더 꼼꼼하게 체크해준다. “너 오늘 걸어왔니? 아님 차타고 왔니?”로 시작해서 어떤 운동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올 때마다 까먹지도 않고 물어본다. 운동을 안했다고 하면 혼내기도 하고, 했다고 하면 “굿걸.”이라며 눈을 크게 뜨며 환하게 웃어준다. 작년 여름에는 자기가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스트레칭 동작이 설명된 표를 한 장 더 복사해서 나에게 주기도 했다.



아주 오래 전 씨디 굽던 때의 감성이 떠오르게 만든 선물



 그 후에도 “네 차에 CD플레이어 있니?”라고 조심스레 묻더니 있다고 하니. 직접 구운 음악 CD를 선물해줬다. 나의 03년식 라세티, 둥둥이에게 CD 플레이어는 있지만, 트렁크에 있는 관계로. 아직 재생해보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재생해 봐야겠다.




 캐네디언 아저씨는 국경과 나이를 떠나 서로 근황을 나누고, 또 추억과 생각을 나누는 나의 나이든 친구다. 그렇다보니 아저씨라기보다는 '아조씨'라고 부르며 아조씨가 오는 날이면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와 캐나다 향수에 젖은 친구가 있는 톡방이나 남자친구에게 반가운 아저씨의 근황을 공유하기도 한다. 얕은 나의 영어 실력 때문에 완벽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들에게 이런 사소한 장벽 쯤은 뛰어넘는 어떤 유대감이 있다.


 늘 쏘 스파이시~한 불닭 김밥을 원픽으로 꼽으며, 캐나다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그립지만, 사랑하는 한국인 아내와 오랜 시간 떨어져 있을 수 없어 캐나다에 다녀오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이제 갓 6살, 10살이 된 손녀딸들을 데려와서도 인사예절을 영어로 가르치던 나의 캐네디언 올드 프렌드. 부디 나의 이방인 친구가 지금처럼만 건강하고 즐겁게 한국 생활을 해나갔으면 좋겠다.



 다음에 오면 나의 승진 소식을 빨리 알리고 아조씨의 축하 받고 싶은데. 승진이 영어로 뭐더라... 프로모션이라고 하면 알아 들으려나. 인터넷 영어 사전이랑 표현 좀 찾아봐야겠다! 모두 헤버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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