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글쓰기

2025년 회고록

by 현아

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어린 시절 엄마 아빠가 맞벌이라 나는 하원 후 집에서 거의 혼자 시간을 보냈는데, 학원 숙제도 다 하고 투니버스도 지겨울 무렵에 나는 집안 곳곳 책장에 있는 책을 꺼내 읽었다.


초등학교 점심시간마다 도서관에 가서 재미있는 책을 혼자 발견하면 바닥에 쪼그려 앉아 다음 수업 시간 종이 울릴 때까지 앉아 책을 읽었고, 새 학기가 되어 선생님이 교과서를 나눠주시면 집에 가서 교과서에 있는 이야기들을 읽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각종 생활고에 시달렸는데, 그때는 시를 찾아 읽으면서 슬픔을 버텼다. 글자를 읽는 일은 내게 무료한 시간을, 가끔은 슬픈 현실을 잊게 해 주었고, 내 가슴에 위로를 가져다주었다.


책을 좋아하던 나는 혼자 나만의 이야기를 쓰게 됐고, 어찌어찌 대학교 학과나 직업으로도 연결되어 마케팅 업무를 하게 됐다.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던 걸 자유롭게 글로 표현하고 결과물을 완성하는 그 과정이 나는 재미있었다. 조금씩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쌓고, 욕심을 보태 더 많은 월급을 받기 위해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다. 운 좋게 이직도 하고, 그 사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내 집도 장만했다.



직장 생활과 육아, 집안일이 더해져 숨 가쁘게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는 틈틈이 글을 써 내려갔다. 내가 쓴 어떤 글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고, 감동을 주었다. 콘텐츠를 읽고 소비하던 사람에서 생산하는 사람이 되니 감회가 남달랐다. 하지만 위로가 되고 감동을 주는 글은 돈이 되기 어려웠다. 나는 돈 되는 글쓰기가 필요했다.


불안정한 직장의 남편, 점점 더 커가는 내 아이,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과 고정지출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했다. 우연히 친구가 내게 블로그를 운영해 보라고 귀띔해 주었는데 나는 그걸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아이와 여기저기 놀러 가며 찍었던 사진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 작성했던 글은 사실 지금의 내가 봐도 정보도 너무 없고, 대충대충 썼다는 느낌이 든다.


정기적으로 글을 쓰면서 여러 체험단 사이트에서 체험단을 신청했다. 집 앞에 그냥 지나쳐갔던 한 번쯤 방문해보고 싶었던 식당도 있었고, 아이와 가보고 싶었던 키즈카페도 있었다. 사치라고 생각했던 네일아트나 마사지샵, 피부관리숍도 있었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듯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체험단들을 신청했다. 체험단으로 방문해 글을 작성하는 조건으로 경제적인 대가를 지급받는 일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매주 쇼핑하던 인터넷 사이트 대신 나는 체험단 사이트를 '쇼핑' 하게 되었다.


여러 번 글을 써보니 어떻게 써야 좋고 흐름이 적절한지 등이 잡혔다. 우연히 어필리에이터 라는 걸 알게 됐고, 우리 집에 있는 제품들 중 홍보링크를 생성할 수 있는 제품들을 찾아 리뷰 글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사 올 때 구매했던 소파와 침대였다. 내 글을 보고 백만 원에 가까운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구매확정한 금액을 바탕으로 일부 수익이 나에게 주어졌다. 나는 여행 갔던 호텔의 리뷰부터 시작해서 내가 먹고 마시는 것들도 하나하나 구매링크로 어필리에이터를 넣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소비한 생활이 글쓰기를 통해 일하지 않아도 수익이 쌓인다는 것이 신기하고 또 좋았다.



블로그 글 작성이 필요치 않은 건들도 있었다. 제품을 지급받는 대가로 쿠팡이나 네이버에서 협찬 문구를 넣고 해당 제품의 사용 사진과 후기 코멘트를 작성하는 리뷰평 건들도 있었다. 내가 매일 바르고 쓰는 화장품부터 옷, 먹을거리, 아이 물건까지 더 이상 나는 돈을 주고 물건을 구매하지 않아도 됐다.



창고에는 바디워시나 샴푸가 넘쳐났고, 우리 집에는 매일매일 택배가 쌓였다. 일주일에 열개가 넘는 제품들을 받아 주말에 몰아서 제품 리뷰 코멘트나 블로그 원고를 작성했다. 일도 하고 이것도 하려니 나는 쉬는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정말 꼭 필요한 제품만 신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릴 때부터 불안한 환경에서 자라난 나는 비상시를 대비해 모든 생필품을 과하게 모아두거나 쌓아두는 습관이 있었다. 이 습관을 덕분에 고칠 수 있게 됐다.



올해부터 자영업자가 된 남편을 위해 글쓰기도 틈틈이 했다. 남편 가게 계정의 블로그를 내가 운영하게 되었다. 매일매일 글을 작성하지는 않지만,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보고 남편의 샵에 찾아와 손님이 된 고객분들이 대다수였다. 내가 작성한 블로그 게시글을 다 읽어보고 상담 후에 바로 백만 원이 넘는 금액을 결제하고 가신 손님도 있었고, 여러 가게와 비교해 봤는데 내가 작성한 글을 보고 여기가 제일 믿을만하다는 느낌이 들어오게 되었다는 손님도 있었다.



돈 되는 글쓰기가 맞구나. 정말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지해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어 가게 계약도 1년 연장했다. IMF보다 좋지 않다는 이 불경기에서 그래도 남편과 나는 올해 1년을 살아남았다. 어느 순간 글쓰기는 내 주요한 생존스킬 중 하나가 되었다. 모두 글쓰기 덕분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일을 처리하다 보니 돈 되는 글쓰기에 대한 일들은 따로 하나의 어플로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2025년 한 해 동안 총 510건의 콜라보를 진행했고 수익은 약 1,300만 원 정도이다. 어필리에이터 링크나 애드포스트 수익은 더하지 않은, 글쓰기를 통해 절약한 비용이다. 월에 대략 11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절약한 셈이다.


글을 읽던 사람에서 글을 생산하는 사람으로, 치유하고 소통하고자 썼던 글에서 나는 이제 '돈 되는 글쓰기'로 나아가고 있다. 나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글쓰기는 나의 필요를 채워주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올해 우리 가족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나는 열심히 쓰고 읽고 살았다. 2026년에도 내 손목과 손가락, 그리고 작은 이 무선 키보드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워킹맘의 생존일지, 2026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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