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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실 Dec 09. 2024

장사가 안되면 속에서 '쉰내'가 난다

이미 시작했다면 후퇴는 없다

'쉰내'나는 이들을 위한 위로

"저는 카페든 사업이든       

모든 것이 초보였습니다"    


그때 그 하늘은 자주 흐렸다.


초봄의 날씨는 매일을 놀라게 하던 나의 일매출과 달리 줄곧 흐렸다. 마치 나의 겨울 매출과 같이.


오래간만에 흐려진 날씨 덕에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눈물 한 방울 뚝뚝 흘려가며 보내온 겨울을 떠올렸다. 그때의 그 상황보다 조금은, 아니 훨씬 나아져 안정을 되찾은 지금, 작년과는 또 다른 겨울을 맞이하며 지나간 시간을 훑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운치 있고 매력적인 일이니까. '회상'이라 이름 붙여두자.


빵집 주인은 빵을 가볍고 폭신하게 만드는 글루텐을 하도 섭취하는 바람에 허릿살이 배는 늘어져 있고, 나같이 커피점을 하는 쥔장은 툭하면 내려 마셔대는 커피 덕분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매일 겪는다. 잠을 못 이룰 때, 좋은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내일을 더 이롭게 한다면 좋겠지만 나의 잠 못 이루는 밤은 쓰잘 데 없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불안감만 더해지는 악순환의 지속이었다. 밤잠은 꼭 제 때 자 줘야 한다. 나 같은 ENFP 성향의 장사꾼일수록 더더욱 더.


개운하게 자지 못한 잠을 깨우는 건 역시 모닝커피다. 갱년기 때 접하는 '아침커피'는 예쁜 이름과 달리 빈 속에 녹아든 진한 카페인 때문에 가끔 속이 부글거리거나 위가 더부룩해지 일쑤였다. 그래도 커피 여주인장의 아우라를 잃지 않고 카페인의 힘으로 짧지만 힘들게 한 고비 넘긴 창업의 속내를 쓰담쓰담, 한 자 적어본다.


장사를 해보지 않은 초보일수록 돌다리를 두드리다 말고 개업부터 하고, 앞집이고 옆집이고 다 망해도 나는 성공할 것 같은 두둑한 배짱이 불쑥 고개를 내밀지 않나, 수시로 간판을 갈아대는 '터'가 세다는 곳도 내가 장사하면 불붙듯 일어날 것 같다. 드디어 우여곡절 끝에 창업! 미흡한 준비 탓에 결국 수개월 못 버티고 보증금과 권리금의 무게에 시름이 가득해진다. 장사는 안되는데 투자해 놓은 돈은 회수가 안되고 넘기자니 마땅히 제가격으로 넘길 사람은 안 나타날 때, 어떤 이는 표현하기를 '속이 짜다'라고. 


위장 속 깊이 창자더미에서 
쉰 내가 올라오더라. 


혹시 여름 장마철에 널어 둔 빨래가 제대로 마르지 않아 생기는 '쉰 내'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어찌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섬유 유연제를 뿌려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그래서 결국 해 잘 나는 날 다시 말려야 사라지는. 쉰.내. 


안 되는 장사꾼들에겐 덜 마른빨래에서 나는 '쉰내'같은 '입내'가 난다. 말을 많이 해 입은 바짝바짝 타고 끼니는 걸러 속이 비다 보면 위장일까 창자더미일까 마른 입을 타고 속내가 살살 올라온다. 옆사람이야 말을 섞지 않으면 모른다 쳐도 그 냄새를 고스란히 맡고 있는 나는 영 개운치가 않다. 


'쉰 내'와 '입 내'는 불완전한 상황에서 생겨나는 불편한 결과까지, 형제처럼 닮은 구석이 많다. 


돈 벌자고 시작한 창업! 나름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가진 돈 탈탈 털어 개업하기는 마찬가지다. 큰돈 들인 이는 뻑적지근한 인테리어에 바지사장까지 앉혀 놓고 할 것이요 없는 이는 인건비 아끼려고 부부가 하든 혼자 하든 노동력을 정직하게 제공하며 시작할 테니 말이다. 


장사가 잘 되어 굶는 밥은 틈새 간식을 먹어도 배가 부르다. 반면, 파리 날리는 장사를 뒷전으로 하고 챙겨 먹는 끼니는 왠지 원가 생각이 나고 대충 먹어야 할 것 같고 그래도 건강이 밑천이라며 우적우적 먹은 한 끼엔 소화제까지 부르는 법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이 70프로라는데... 그도 그럴 것이 대기업일수록 이제 좀 편하게 일하겠다 싶으면 명예퇴직에, 철밥통이라는 공무원도 만 60세면 굿바이 해야 하니 은퇴 준비가 탄탄히 되어있지 않다면 제2의 직업을 물색해야 하는데 마땅히 퇴직자를 반기는 곳은 없다. 가진 기술은 없고 자녀는 아직 독립 이전이라면 그래도 맛있게 얻어먹던 집밥 솜씨로 아내를 끌어들여 식당을 내거나 이미 1인 1 커피 중독시대를 등에 업고 카페를 창업하거나. 뿐인가 빨리 얻은 손기술로 창업하는 데는 카페만한 사업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초보가 작은 카페로 창업에 성공을 하면? 멋진 일상이 펼쳐진다.


지금부터 쓰는 몇 편의 글들은 소자본으로 카페를 창업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뿜뿜 솟는 에너지를 줄 것이요. 이제 막 창업을 한 카페 창업 새내기들에겐 '쉰 내'를 제거해 주는 따사로운 햇볕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영혼까지 탈탈 털어 창업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어.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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