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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실 Nov 05. 2024

윤마담 얼굴이 폈시유, 벚꽃 피듯

일 매출 백만 원 달성!


이게 월매유?

하루 매출이 백 오만 원?



"이~이, 윤마담 얼굴이 폈어이"

"손님이 겁나 많응게"


한파가 지나갔다. 내게 지난겨울은 칠흑 같고 눈이 많이 내렸던, 몸만 고되고 지루하기 그지없었던 날들로 기억되었다.


달력이 붉다. 덥석 겁 없이 시작한 카페! 무조건 '버티자'며 빨간 동그라미를 빼곡히 댄 덕이다. 지는 낙엽엔 송골송골 눈물이 맺혔고, 소복이 내리던 함박눈엔 긴 한숨이 배었다.


지나간 일엔 좀처럼 후회 않던 나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해저물 때까지 턱 고이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노라니 유동인구도 없고 소도시랄 것도 없는 시골읍에서 카페를 차린 선택이 무모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하루에도 예닐곱번은 후회를 했다. 단골이 조금씩 늘긴 했지만 약간의 매출이 늘었을 뿐. 매달 말일이 되어 손익을 정산하고 나면 손에 쥐어지는 것은 푼돈! 마치 '아르바이트' 수당을 정산받는 기분이었다.




잘 견뎌낸 것일까? 지난주 강풍을 동반한 장맛비같은 봄비가 내리고나니 유난히 쾌청한 하루! 아침부터 갑자기 부산해졌다. 커피 머신기를 켜자마자  마수걸이 주문이 들어왔다. 따뜻한 봄기운에 움츠리고 있었던 기지개를 켜기라도 하듯 한 사람, 두 사람 문밖 나들이를 시작한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카페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잉, 그려~, 서울 사장님 카페루 와~"


예산의 '윤봉길 마라톤'


뿐인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방금 전, 저만치서 들려오는 듯한 '탕'하는 마라톤의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가 카페의 매출 시작을 알리는 폭죽 터지는 소리라는 것을. 3월 말부터 갑자기 두 배로 오른 일 매출은 화려한 정점 하나를 찍었다. 바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하루, 벚꽃 마라톤이었다.


오늘은 벚꽃마라톤이 열리는 날. 오후 1시까지 차도를 막아놓는단다. 해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주말 하루를 정해 '벚꽃 마라톤'을 시행했지만 이년 전부터 '윤봉길 마라톤'으로 이름을 바꾸어 부른다. 어느 해는 벚꽃 망울이 터지질 않아서, 어느 해는 벚꽃이 너무 빨리 지는 바람에 시기를 못 맞췄다는 민원이 접수되다 보니... 물론  윤봉길의 생가가 있는 도시이니 취지 또한 그럴듯하다.


"우짤까, 내일은 마라톤 있는 날이니께 겁나 바쁠껀디"

"일일이 친절히 할 수 있간? 그까이꺼 대충 검은 물 타서 내 보내야지~이"

"뭐여, 인쟈 목간 필요 있간? 돈두 겁나 들어올건디"

"잉 그려, 상추고 뭐고 야채 좀 갖다 드려야지. 울 사장님 힘내라고잉~"


전날, 단골손님들은 이제 돈 들어오기 시작하는 날이라며 응원의 말을 한마디씩 건네고는 갔지만 실감은 나지 않았다. 아침 일찍 7시부터 서둘러 청소를 마치고 앉았는데 저만치 삼삼오오 사람들이 보인다.


'어...어... 어? 우리 카페로 발걸음이...'


다행히 신랑이 내려와서 거들어주는 덕에 일이 수월했다. 뿐인가 평소 사진 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던 신랑을 보고 한 가지 번뜩이는 제안을 했다.


"자기야 우리 카페 찾아오는 가족이나 연인들 위해서 사진 한 장 찍어드림 어떨까?"




카페 앞 벚꽃나무 아래 간이벤치를 놓고 즉석으로 사진서비스를 해드리니 카페엔 주문이 밀려들고 사진을 찍은 이들의 함박웃음에 기분 좋은 분주함이 카페를 가득 메웠다. 연신 고맙다는 인사들을 남기고 가니 1년 치 에너지는 비축한 듯 피곤한 줄 모르고 일했다. 카페를 개업한 지 5개월 만의 일이다.






오후 9시.

밀려드는 손님들 덕(?)에 늦은 저녁을 먹고 신랑과 마주 앉았다.


"자기야? 이게 웬 일"

포스기 마감을 하기 위해 뽑은 매출집계표를 그의 눈앞에 휘날리며 말했다.


"짜자잔~ 백만 "

"아니, 백 하고도 오만 원!"


그의 동공이 커졌다.

"아따 오져 불구마이, 쎄빠지게 고생혔네이"



급히 먹은 끼니 탓이었을까, 상상치 못했던 매출 탓이었을까. 배에서 신호가 온다. '꾸륵꾸륵'. 돈 셀 때는 뒷간에서도 냄새나는 줄 모른다더니 아픈 배를 부여잡고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울다 웃다... 참, 내, 별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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