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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상승전략 NO 1. 시골카페를 북카페로

나의 성향에 맞춘 인테리어를 찾아서

by 윤정실


메일이 한 통, 두 통 도착하고 있다

작가님, 저도 카페를 해 보고 싶은데...

가진 돈이 넘 적어서...



사명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통의 편린 사이로 '희망'이란 것을 구석구석 찾아내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저마다의 희망을 꿈꾸는 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비록 그것이 한 사람일지라도.


사연인 즉,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데 뭘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 직장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퇴직권고를 받고 서울이 싫어졌다는 이, 가진 돈은 없지만 카페를 꼭 해보고 싶다는 이, 사연이야 제 각각이지만 모두 한결같이 절망과 간절함이 함께 녹아든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였다.


그래, 그렇다면 더 적극적으로 나의 '패'를 알려줘야겠다. 우린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이니까.

"한번 들르세요. 제가 알려 드릴 수 있는 것은 다 알려드릴게요"

최근 SNS에 돈을 쏟아붓는 창업 마케팅이 허다하지만, 실제 시골 카페는 그런 마케팅의 실효성이 적절하지 않을 때가 많기에 가성비 좋은 효과를 거둔다는 장담은 할 수가 없다. 되려 바닥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있는 나 같은 이가 더 도움이 될 게다. 만약 SNS 마케팅을 덧붙인다면 자신만의 독특함으로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빚까지 내 마케팅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기에 걱정이 앞선다.





'예산'이란 곳 어떠냐구요?


'예산'은 인구 7만 명의 소도시다. 적지 않은 인구에도 노령 인구가 40%를 넘어서고 있고 상업용 시설이 적어 '읍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지방 도시다. 약 10여 년 전, 충남 청사의 이전과 함께 내포신도시가 생겨나면서 농사가 생업이 아닌 이들은 내포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나마 내포 신도시의 일부가 예산읍에 속해 있다 보니 총인구수는 조금씩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예산은 여전히 문화와 생활 편의시설을 놓고 보면 소도시라는 표현보다는 조금 큰 시골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그래서일까 예산읍내에는 그 흔하디 흔한 미국의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x'도 없다. 그래서 마음에 든다. 그런 연유로 저렴한 월세 덕분에 이곳에 자리하게 되었는지도. 참고로 내포 신도시의 충남도청 앞 카페 자리는 보증금은 억대요. 월세만 해도 이곳의 몇 배가 훌쩍 넘는다.


개업을 했던 겨울의 한 계절을 지나며 시골의 텃새도 악명 높은 매출액의 한파도 모두 지나갔다. 친절함과 인내 끝에 자리 잡은 고정 단골이 일정 수준의 경비를 해결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매출에 안주할 수는 없었다. 특색 있는 카페를 만들기보다는 이곳의 편안함을 살리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 카페를 소개해 준 언니 덕분에 카페 마케팅에 해박한 분을 만나 조언을 들었다. 예산에는 흔하디 흔한 북카페가 없다고. 나 또한 틈나면 책을 읽고 쓰니 '책'이라는 공간과 주인장인 나의 캐미가 맞는다는 생각에 바로 실행에 옮겼다. '이것이다!' 싶을 땐 쭈뼛쭈뼛하지 말지어다.


Tip:

당신이 만약 오토바이를 좋아한다면 오토바이 사진으로 카페를 인테리어 하고 '바이클 카페'라는 배너를 걸어놓으면 되고, 사진 동호회라면 본인이 몸 담고 있는 동호회의 성격을 살려서 '사진 카페'를 만들면 된다. 아무리 오지라도 1세대 2차 보유 시대에 고객들은 찾아가는 법!







뚝딱뚝딱 책장을 만들어 놓고 책을 걸쳐 놓으니 북카페로의 변신 완료!


장식장의 변신
KakaoTalk_20250108_123432376.jpg 예전엔 인형이나 꽃이 있던 자리였다


창가 빈자리의 활용
KakaoTalk_20250108_123432376_01.jpg 휑한 바닥, 낡은 시트지를 가리고 책을 놓았다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책들을
KakaoTalk_20250108_153031738.jpg 앉은자리에서 편하게 집어들 수 있도록 배치했다



대부분 신간이 아니다. 약 20여 년 전부터 최근까지 인기를 누리고 왔던 책들, 내가 읽었던, 비록 새 책은 아니지만 새 책에 버금가는 깨끗한 책 300여 권으로 작은 카페를 장식했다. 커피의 향에 책 향기가 더해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카페에 들어서는 손님들은 독파는 하지 못했을지언정 몇 장 정도 떠들어보았을 책이 눈에 띄면 좋아라 했다. 바뀐 분위기에 한 마디씩을 거들었다.


"아이구 사장님, 카페가 겁나 이뻐졌시유~"

"이~, 나두 저 베르나르... 저 양반 책 읽었지~"

"맞어. 시골사람들이라고 무시들 말어"

"그려. 박완서 선생님 책, 고등학교 때 읽었었는데..."

"인마, 무식한 소리 좀 그만 허고 책 좀 봐아~"

"한 줄을 읽고 가도 왠지 뿌듯하구먼"


1개월쯤 지났을까, 한 두 사람씩 책을 집어 들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가는 이들, 아예 노트북을 들고 와 충전을 해가며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시간을 보내고 가는 이들이 늘어갔다. 20~30대는 주로 여행서적에 손이 갔고, 40대 여성들은 수필집을 집어든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고전을 읽고는 흐뭇해하신다. 눈에 띄는 것은 혼자 와서 뻘쭘히 커피만 급하게 마시고 가던 이가 이제는 커피 한 잔 주문해 놓고 책을 유유히 집어 든다는 것! 변화의 시작이었다.


투자금이 적어 시작한 소상공인의 카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전략도 알뜰살뜰해야 한다. 허투루 쓴 자금을 감당하려다 보면 빚만 늘어가고 결국은 폐업하게 된다. 잊지 말자! 우리는 출발선이 같지 않음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기분 좋은 변화의 시작, 뿐인가 장구도 장단이 맞아야 제법이듯 북 카페로 자리 잡아 나갈 때 우리나라에도 노벨문학상 후보가 나온다는 쏠쏠한 소문이... 결실을 이루어냈다. 얼쑤!


감사합니다.

한강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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