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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실 Oct 23. 2024

일 매출 3만 5천 원?

첫 달 순수입 30만 원입니다!


날이 스산하다.

궂은 날 탓이라 해 두 자...


"첫날인데 많이 팔았어?"

손가락으로 셋과 다섯을 만들어 보이니 

"삼십오만 원? 매출 괜찮네!"

"아니, 삼만 오천 원! 카페라떼 한 잔, 아메리카노 넉 잔, 자몽차 두 잔, 카라멜라떼 한 잔!"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넘어 11월 1일, 늦가을이 시작될 때 개업을 했다. 갑자기 주인이 바뀌었다고 동네방네 소문내 좋을 것 없다는 전주인의 조언을 새겨 주변에 시루 찰떡 돌리는 것으로 개업식을 대신했다. 동네는 좁고 소문은 빠른지라 어느새 주인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돌았는지 첫날부터 매출은 기대할 수 없었다. 한 달이란 시간을 보내고 순수입을 따져보니 들어간 비용은 많고 벌어들인 수입이 크게 웃돌지 못한다. 시골의 정서라고는 전혀 모르고 자란 내가, 동창이니 지인 하나 없는 곳에서 카페를 열었으니, 매출은 고사하고 거저라고 큰소리쳤던 '월세' 걱정에 마음은 구곡간장(九曲肝腸)의 표현처럼 굽이굽이 시름 가득이다.





개업하고 한 달이란 시간, 설렘 때문인지 이제 막 동튼 새벽길을 나서도 즐겁기만 하다. 설령 무너져버린 하루하루 적자의 현실에 코 빠뜨리고 어깨는 축 늘어질지라도. 아침은 늘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법이니까. 히트 드라마 '커피프린스'에서 풋풋하게 보인 바리스타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흰 티에 청바지를 고수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서울에서 뭣허러 여그까지 내려왔대유?"
"바깥양반이 망했는가부네"


"주인이 바뀌었는가봐유"

"저 짝, 빨간지붕 안사람 아녀?"

"커피 맛도 달라졌시유"

"서울에서 왔다고 허던디"


고향에서 맞자라 흉허물 없이 지내는 사람 모양 툭툭 내뱉는 말들에 상처도 받을 법했으나 사람이고 풍경이고 낯설고 서먹한 내게 그들이 건넨 말은 오히려 빈틈이었다. 나 또한 격 없이 가까워질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지 않은가. 여기서 한 달만 장사하면 토박이가 된 듯 온 동네 정보를 캐내지 않아도 되겠다. 


서울은 거리감이 있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래서 불편함이 적은 일종의 '프라이버시'라고 하는 거리! 여기엔 없다! 앞집, 뒷집 시시콜콜 아침 밥상엔 김치찌개가 놓였는지 호박 넣은 된장찌개가 올라왔는지 짜네 싱겁네, 대화의 시작이다. 거리감이 적다. 내 나이도 어느덧 넉살 좋은 대화가 불편하지 않은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에 손뼉 치고 응수하며 맞장구를 쳐 봐도 그들에게 '나'는 '서울에서 내려온 이방인'일뿐. 시답잖은 한 마디씩 던지고는 그 이튿날 자취를 감추었다. 간간이 옆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다녀가는 외지인들이 커피를 마실 뿐이었다.


농번기도 지나 벼 수확이며 밭농사도 마치고 꽃놀이가 한창이라는 지금 이때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다니는 동네분들은 코앞에 있는 카페를 지나 대추차가 유명하다는 전통찻집으로 향했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숲내 가득한 마을 회관 정자나무 아래에서 부침개를 지지고 막걸리 잔을 부딪칠지언정 쓴 내 나는 커피를 찾진 않았다. 가끔 취기 어린 목소리로 라이터를 찾는 분들이 카페를 오갔을 뿐. 좋은 날은 좋은 날대로 '성진이네는 베트남을 나갔다지', '춘식이는 서울 사는 고모 댁에 다니러 갔을겨' 등등 아무리 문을 활짝 열어 커피 향기가 진동해도 그들의 발걸음을 이곳으로 끌지는 못했다. 


"텃새지 뭐"

"텃새?"

"요즘이 어떤 시대라고 텃새?"


'진짜, 텃새였을까? 늘 익숙하게 커피를 내려주며 안부를 묻던 이가 갑자기 사라졌으니 잠깐은 발길이 끊길 수 있겠지. 그렇다고 이리 손님이 없나? 커피 맛도 더 맛있게 해 주면 손님이 찾아주지 않을까? 세련되게 인테리어를 정말 바꿨어야 할까? 청소를 더 해 볼까? 청바지를 집어던지고 야시시한 옷이라도 바꿔 입어볼까?' 


원하지 않았던 한가로운(?) 늦가을 정취다. 커피 투 샷에 고지방 스팀 우유로 라떼를 만들어 테라스에 앉았다. 낙엽이 뚝뚝 떨어지는데 운치고 뭐고 속 시립기만 하다. 머릿속에 곧 연체가 되어 날라들 보험료며 전기세, 재료비 고지서가 둥둥 떠다닌다. 평소 서울에서 나고 자란 티를 내며 고상한 척했던 내 입에서 한숨 섞인 전라도 사투리 한 마디가 툭하니 튀어나왔다. 평소 자주 들어 익숙한 전라도 사투리, 신랑의 영향이다. 


아따 환장해불겄다 진짜로잉


저 모습이 겁나 평화롭게 보이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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