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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실 Oct 22. 2024

3,000만 원에 카페 창업 OK?

NO 인테리어, NO 집기 구매, NO 광고


보증금 없이 월세 30~40만 원

시골 카페가 줄줄이라구요?


얼떨결에 카페 여사장이 되었다!



"정실아, 카페 한 번 해 볼래?"

"카페?"

"너 맨날 카페 운영해 보고 싶다고 노래 불렀잖아"

"아이구, 언니! 카페가 한 두 푼 들어?"

"이, 삼천만 원이면 될 것 같은데?"

"이, 삼천?"

"천만 원은 보증금이니 나중에 돌려받는 거고, 집기랑 뭐 그런것들 가격 좀 쳐 주면 이천만 원이면 될 것 같아."

"음..."

"일단 해 보자!"

"커피는 좋아해도 완전 생초보인데..."


그로부터 딱 1개월 안에 모든 계약을 마치고 개업식을 마쳤다!

어쩌다?

어쩌다...

카페 쥔장이 되었다!


모 여행사의 광고 문구에 'NO 쇼핑, NO 팁, NO 옵션'이 있다면 내가 운영하고 있는 이 카페를 얻었을 때 인테리어도, 집기 구매도, 필요 없는 곳이었다.  NO 인테리어, NO 집기 구매, NO 광고 라는 말이 마치 광고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와 닿았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없지만 커피 광(狂)인 탓에 입맛 만큼은 최고급 바리스타급! 하지만 평생 직장인으로만 살다 은퇴한 내게 카페 운영이 쉬웠을까? 이제 이야기를 속속들이, 차근차근 풀어내고자 한다.


카페를 이제 막 시작한 초보 사장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월세는 얼마에요?"

"보증금은 안 비싸요?"

묻는 이들의 의도는 보증금과 월세가 궁금한 것 보다는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지방 소도시에서 장사를 하고 밑지지는 않는지, 남기는 한 지 이것이 궁금했던 것 아닐까?

화끈하게 대답해주었다.

"네! 웬만한 소기업 직장인 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카페... 벚꽃나무로 둘러싸인 카페



20평 가까운 공간에 스물 댓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 사용감은 있지만 앞으로도 5년 이상 넉끈히 사용 가능한 이탈리아 커피 머신기, 눈꽃빙수가 가능한 제빙기 2개, 아메리카노 전용 디스펜서기, 스무디나 쥬스를 만들 때 필요한 믹서기, 그리고 컵과 잔들... 무엇보다 바깥 테라스와 시스템 에어컨에 인테리어 등이 포함되어 있다면 권리금을 1억을 주고도 쉽지 않다. 첫 주인이 이곳에 야심차게 자리 잡았을 때는 1억 5천만 원이란 돈을 들여서 가꾸어 놓은 곳이었다는데 주인이 두 어 번 바뀌면서 시간에 따른 감가상각도 되기 전에 가격은 뚝뚝 떨어졌다. 마치 경매 나온 집이 두 번, 세 번 유찰을 거친 듯. 이유는 다양했다. 주인장의 급작스런 암 선고에... 남편의 직장 이전으로 등등. 운 좋게도 기존 세입자로부터 카페 기기들을 모두 인수 받는 조건으로 약간의 돈을 지불했다.  


어찌어찌 그렇게 카페 주인이 되었다!


나의 직업은 금융인이자 작가다. 첫 직장의 금융경력 25년에 이은 보험 일까지 하면 평생을 금융으로 밥벌이 한 1인이다. 글을 쓴다는 특별한 작업 때문이었을까 하루에 한 번 노트북을 들고 가게 되는 '카페'라는 '공간'! 어쩌면 그 덕분에 카페를 창업하고 싶다는 욕구가 스물스물 젖어든 것은 아닐런지. 커피 한 잔 값에 제공 받는 '공간'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멋드러지는가.  공간은 내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간 쌓아 온 금융지식을 한달에 한 번 정도 강연으로 풀어낼 수도 있고, 보험 상담 고객이 오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부드러운 상담을 제공해 드릴 수도 있다. 뿐인가. 시골 한적한 곳에 놓인 탓(?)에 북적거리는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는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거나 쓸 수도 있는 사치스런 여유를 부려볼 수 있다.


인수한다는 계약서에 도장밥도 마르기 전에 오픈을 했다. 벤치마킹도 없이 시작한 카페였다. 메뉴는 기존 주인의 메뉴판을 보고 레시피를 만들었고, 무엇보다 노트북 들고 수십년 간 다녔던 수 십, 수 백 개의 카페에서 맛보았던 나의 혀끝을 믿었다. 어쩌면 어설픈 벤치마킹이 없었던 덕에 나만의 색깔을 갖춘 '나만의 카페'가 되었는지 모른다.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은 주변 지인의 실패 사례들이었다. 카페 창업 전, 벤치마킹 한답시고 남들처럼 따라하다가 돈만 수도 없이 들이고 망하는 경우를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았다. 지인 분은 탐앤탐스 커피 프랜차이즈로, 분은 애플파이 전문점으로, 분은 특색있게 한다고 인테리어에 과한 돈을 투자했다가...


뿐인가 전문성과 카페의 수익성이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정도는 따야 한다고? 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사장들이 자격증 하나 따놓고는 커피 공부 끝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바리스타 명함 하나 들고 카페 투어를 다닌다. 아마추어다운 분석을 한다. 고객용 테이블은 이집처럼 벽은 저집처럼, 조명은 저렇게, 시그니처 잘 나가는 음료도 흉내내보고 계산기 두드리며 가격도 따라해 본다. 시시철철 계절별로 개발되어 나오는 희한한 조합의 음료가 1만원 대 가격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불티나게 팔리는 것을 보고 행복한 상상에도 젖어본다. 이러다 아는 지인 중 인테리어 업자가 항상 등장한다. 싸게 해 준다는 말에 맡겼다가 마음에는 들지 않고 돈은 돈대로 들어갔는데 싫은 티도 못내고 속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카페는 저렴하게 얻었는데 투자한 비용은 수 배를 윗도니 투자비용을 어디서 거둘지 고민에 고민만 더해간다.


이러한 숱한 시행착오를 하지 않기 위해 난 고집스럽게 시작했다. 인테리어를 이렇게 바꿔봐라, 가격을 인상해서 수지타산을 맞춰라, 서울에선 이런 메뉴가 불티나게 팔린단다, 이 모든 이야기에 귀를 닫았다. 적은 비용으로 카페를 시작했으니 그에 맞게 카페 손님들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바리스타 자격증이나 인테리어, 벤치마킹에 돈을 투자하기 보다는 해마다 두 세 번 열리는 커피 박람회를 참석해 지식과 동향을 파악해 나갔다. 커피맛과 메뉴의 선정은 고객들의 입맛과 취향을 고려했다. 이러한 나의 고집스런 횡보가 큰 투자 없이도 수익으로 연결 되었다. 3개월 후부터...


카페 창업은 유난히 초보 사업자가 많다. 산미있는 생두의 구별, 덖은 정도에 따른 원두의 맛을 구분할 수 있는 정도까지 공부하고 창업하는 이는 없다. 대부분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스킬 정도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뿐인가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물장사가 돈을 번다'고. 편견을 깨자. 쉽게 창업했다가 빠른 시일 내에 조기 폐업의 가능성이 있으니 말이다.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찌 커피 창업이 쉬운 사업일까. 지난(至難)한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청년들에게, 그리고 은퇴 후 일자리 부족을 겪는 시니어들에게 지방의 소규모 카페 창업을 권하는 이유는 자본금이 적게 들지만 실질수입은 투자 대비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시작했지만, 어설프게 창업했지만, 자리를 잘 잡아가며 통장에 쏠쏠한 수입을 챙겨나가는 저처럼 시골 카페에 눈을 돌려보시길.


"어디세유?"

"윤마담 있는 데 있잖여. 글루 와유~"



'윤마담'은 통속적인 뜻이 아닌 이곳에서 어르신들이 불러주는 귀여운 애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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