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행도 실력일까 아닐까

매쓰 캥거루 대회를 겪으며

by 어나더씽킹

지난주, 아이가 매쓰 캥거루 대회에 참여했다고 했다. 전 세계 아이들이 응시한다는 창의 수학경시대회, 라는 것 정도만 알았지 한 번도 참가할 생각도 알아볼 생각도 정보도 없었는데 아마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참여를 시킨 모양이었다.

베를린에 거주 중일 때 친한 한국인 부모가 한번 참여해보라고, 기출문제 사이트도 알려주긴 했지만 굳이 그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던 나였다. 공부는 재밌어야 하고 특히 수학은 더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 '테스트'라는 틀 자체가 나는 싫었던 것 같다.


그런 대회가 있는지조차 몰랐던 아이는 그 시험 보느라 스포츠 클래스 2시간을 날렸다며 불평을 하더니만 내가 '그거 세계적인 수학 경시대회'라고 말해주니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며 문제가 재밌었다고 했다. (반 전체 아이들이 참여했다는데 왜 으쓱? ㅎㅎ)

75분간 24문제를 풀었단다. 2문제는 아예 문제 자체(독일어 어휘가 아직은 부족한 아이다)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패스했다고 했다.

"그래도 좀 해보지 그랬어?"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했던 나는 막상 시험을 봤다고 하니 은근 또 신경이 쓰여 한마디 했다.

"엄마, 그거 빈칸으로 두면 0점 처리하는데 답이 틀리면 마이너스 1점이래."

그러고 보니 그랬다. 베를린에서 세컨더리 고학년이던 친한 가족의 아이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수학 시험에서 틀리면 감점을 받고 손도 대지 않으면 그냥 0점이라면서 이해할 수 없다고 했던 말이. 그때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틀릴 수도 있는 건데 정답이 틀렸다고 해서 감점 처리를 하는 건지, 정확히 아는 게 아니면 그건 아는 것조차 아닌 건지. 나 때는(라떼는? ㅎㅎ) '찍는' 것도 실력이라고 배웠는데.


매쓰 캥거루는 철저히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들로 구성돼 있다고 들었다. 그 옛날 우리식으로 경험하던 방식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생각해보면 창의적 사고에서 어떤 요행을 바라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 생각하는 과정 없이 '찍어서' 어쩌다 정답을 맞힌다면 그건 본인의 실력이 아닐 테니까. 찍어서 맞춘 정답으로 받은 점수는 진짜가 아니라는 것, 뭐 그런 거 아닐까.


말이 나와서, 아이가 몇 년째 배우고 있는 독일식 수학은 지극히 한국인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1학년 입학해서 처음 시작하는 수 세기(카운팅)는 일 년 내내 한다. 심지어 그 수 세기를 가르친다고 학교 밖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도토리를 주워오기도 했다. 그 주워온 도토리로 열개씩 다섯 개씩 묶음을 만들며 카운팅을 배웠다. 그 정도 수 세기야 한국에선 이미 다섯 살 유치원에서 마스터한 아이는 당시 수학 시간을 체험 놀이 시간으로 알았다. 이렇게 해서 대체 필요한 수학 진도는 언제 나가나 싶었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앞으로 나아가 있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배우는 수학은 우리나라 사고력 문제집에서 나오는 방식이거나 간단한 연산 문제조차도 맥락과 관계성, 규칙성을 가지고 이어지는 방식이었다. 더하기 빼기를 할 때조차 비슷한 유형을 가지고 규칙이나 패턴에 따라 응용해야 하니 쉬운 문제라도 '생각'을 해야 했다. 아이들이 직접 문제를 만들어 짝이랑 바꿔 풀어보게 하는 것도 늘상 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느리고 더디지만 그 방식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물론 한국 엄마인지라, 한국 교과서에 맞춘 진도를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한국 문제집을 풀게 하긴 했지만.


5월이 되어야 매쓰 캥거루 대회의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진심으로 결과에 상관없이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준 학교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뭐 결과까지 좋으면 바랄 게 없고? 아, 이런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란! 이러한 마음이야말로 요행을 바라는 전형적인 행태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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