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굽는저녁
저녁 식탁
불판에 지글지글, 고소한 냄새에 침이 고인다.
기다란 삼겹살이 네 줄 늘어져있다.
고기 끝이 조금씩 들려져 올라올 때가 뒤집기 좋은 시점이다.
노릇노릇. 제 때에 잘도 뒤집었다.
또다시 고기가 움직거린다. 가위를 대기 좋은 시점이다.
집게와 가위를 든 두 손이 한 입 크기 차례차례 줄을 세운다.
나란한 자태에 흐트러짐이 없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완벽한 노릇함을 뽐내는 녀석이 있다.
침이 한가득 고일 때 그 녀석이 내 접시에 놓인다.
고기는 언제나 첫 점이 제일이지.
첫 점의 순수한 맛을 느끼기 위해 오로지 고기만 입에 넣는다.
씹을수록 돼지고기의 고소한 풍미가 혀끝에서 목구멍까지 퍼져나간다.
"음~"
이때 도톰함을 뽐내는 항정살이 불판 위에 줄을 선다.
쫄깃한 식감을 기억하는 내 입은 또다시 침으로 고이기 시작한다.
상추 옆 고운 자태로 기대 있는 깻잎. 한 장을 들어 살짝 물기를 털어낸다.
촉촉한 깻잎 위에 뜨거운 항정살을 올려놓고 무엇을 더할까 고민이다.
파채가 좋을까, 쌈무가 좋을까?
그때 깻잎 위 고기 옆에 바삭 익힌 마늘을 더한다.
깻잎이 더 뜨거워진다.
쌈무를 한 장 고이 모셔와 온도를 낮춘다.
이때 중요한 건, 적당한 쌈무의 크기. 누군가의 배려 묻은 가위질이 리허설을 완벽히 마친 덕이다.
고기의 풍미가 식상해질 때쯤, 클라이맥스 한 덩이를 불판 위에 올린다.
"촤~~~~~~"
삼겹살과 항정살이 닦아놓은 무대 위에 두툼한 목살 스테이크가 공연을 시작한다.
무대 뒤 스태프가 가장 긴장을 느끼는 순간이다. 자칫하면 육즙을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
양 쪽에 조명을 적당히 비추면서 흘러나오는 육즙이 잘 보이도록 각도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두툼한 고기 사이 육즙이 새어 나온다.
육즙이 흘러 불판에 닿을 때마다 관객의 박수가 터져 나온다.
꼴깍.
침으로 씻긴 새 혀 위에 도톰한 스테이크 한 점이 오른다.
아.... 끝났다.
터져 나오는 음악에 하나 둘 외치기 시작한다.
브라보! 브라보!!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