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하늘의 춤
수만 년 전, 지구는 평화로운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 울창한 숲과 광활한 초원, 그리고 거대한 빙하가 지구의 대부분을 뒤덮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났다.
태양이 평소보다 더욱 격렬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밤하늘은 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상한 빛으로 가득 찼다. 초록색, 붉은색, 보라색의 빛줄기가 하늘을 수놓았다. 이 신비로운 광경에 지구의 원시 거주자들은 경외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유라시아 대륙의 한 구석, 털북숭이 매머드들이 배회하는 대평원 근처의 동굴에 살던 한 무리의 초기 인류는 이 현상을 특별히 주목했다. 그들의 우두머리인 강인한 체격의 남성은 밤마다 동굴 밖으로 나와 이 신비로운 하늘의 춤을 관찰했다. 그의 눈에는 경이로움과 함께 깊은 고민의 흔적이 어려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이 현상이 계속되자 무리의 구성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이것이 신들의 분노라고 여겼고, 다른 이들은 축복의 징조라고 믿었다. 우두머리는 이 현상을 어떻게든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동굴 벽에 손을 뻗어 색색의 안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붉은 흙, 녹색 이끼, 보라색 열매를 갈아 만든 안료로 그는 밤하늘의 모습을 동굴 벽에 그려나갔다. 구불구불한 선, 점들의 집합, 그리고 둥근 원이 어우러진 그림은 그들이 목격한 하늘의 춤을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표현했다.
지구의 다른 편, 현재의 페루에 위치한 나스카 평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 지역의 원시 인류들은 거대한 대지 위에 이상한 하늘 현상을 그렸다. 그들은 복잡한 기하학적 패턴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한 이상한 형체들을 새겼다. 이 그림들은 후대에 '나스카 라인'으로 알려지게 될 운명이었다.
한편, 또 다른 무리는 거대한 돌을 세우고 있었다. 그들은 이 신비로운 하늘의 춤이 태양과 관련이 있다고 직감했다. 거대한 암석들을 원형으로 배치하며, 그들은 이 현상의 주기와 방향을 기록하려 했다. 이것이 훗날 스톤헨지와 같은 고대 유적의 시초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 현상은 몇 주 동안 지속되다가 서서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 기억은 인류의 집단 무의식 속에 깊이 새겨졌다. 동굴 벽화, 대지의 그림, 그리고 거석 유적은 세대를 거쳐 보존되었고, 후대 인류에게 신비로운 메시지를 전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수만 년이 지난 후,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던 그 시기에, 이 고대의 기록들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될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