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양 폭풍
가까운 미래, 인류의 우주 진출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달은 이제 단순한 탐사의 대상이 아닌 관광지이자 과학 기지로 자리 잡았다. '루나 베이스 알파'라 불리는 달 기지에서는 수백 명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상주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매달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달의 황량한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방문했다.
화성 또한 인류의 발자취가 깊이 새겨졌다. 2030년 첫 유인 화성 착륙에 성공한 이후, 빠른 속도로 소규모 정착지가 형성되었다. '아레스 콜로니'라 명명된 이 정착지에서는 50여 명의 선구자들이 화성 환경 적응과 테라포밍 초기 단계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민간 우주 기업들의 참여로 화성 왕복 비행은 1년에 4회로 증가했고, 화성행 티켓은 부호들 사이에서 최고의 사치품으로 여겨졌다.
우주 기술의 발전은 눈부셨다. 이온 엔진과 태양풍 추진 기술의 발달로 우주선의 속도는 이전의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장기 우주 비행에 따른 인체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크게 향상되었다. 우주 정거장은 이제 지구 궤도를 넘어 달 궤도에도 건설되어 심우주 탐사의 중간 기지 역할을 수행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우주 탐사에 혁명을 가져왔다. AI 우주 탐사선들은 태양계 외곽을 자율적으로 탐사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했고, 우주 기지의 생명 유지 시스템은 고도로 발달한 AI에 의해 제어되었다.
최근 들어, 태양 활동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격렬해졌다. 태양 물리학자들은 이를 '슈퍼 극대기'라 명명했고, 그 영향은 지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근 몇 달간, 관측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양 폭풍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 태양 폭풍은 태양의 표면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인 '코로나 질량 방출(CME)'에 의해 야기된다. CME는 수십억 톤의 고에너지 입자들을 우주 공간으로 방출하는데, 이 입자들이 지구에 도달하면 다양한 현상을 일으킨다.
태양 폭풍의 가장 눈에 띄는 효과는 오로라의 확장이었다. 보통 극지방에서만 관찰되던 오로라가 이제는 중위도 지역에서도 빈번하게 목격되었다. 심지어 적도 부근 국가들에서도 희미한 오로라가 관측되는 진귀한 경험이 이어졌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며 대기 상층부의 원자들과 충돌한다. 이 과정에서 원자들이 들뜬 상태가 되고, 다시 안정 상태로 돌아가면서 빛을 방출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보는 오로라다. 산소 원자는 녹색이나 붉은빛을, 질소 원자는 푸른빛이나 자주색을 내어 오로라의 다채로운 색상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광경 뒤에는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강력한 태양 폭풍은 지구의 기술 인프라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 위성 통신 장애가 빈번해졌고, GPS 시스템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전력 그리드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태양 폭풍으로 인한 지자기 교란은 지표면에 강한 유도 전류를 발생시켜 변압기를 과열시키고 대규모 정전을 일으킬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이 태양의 자기장 역전기와 맞물려 일어나고 있다고 추측했다. 마치 거대한 자석의 N극과 S극이 뒤바뀌는 것처럼, 태양의 자기장도 주기적으로 뒤집히는데,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는 것이다. 보통 11년 주기로 일어나는 태양의 자기장 역전이 이번에는 더욱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준혁 박사의 연구팀은 태양 활동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이 전례 없는 태양 활동의 원인을 밝히고, 가능하다면 그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