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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 Feb 10. 2023

소비와 취향

소비는 취향을 입막는다

뭘 원하니. 끊임 없이 자신에게 묻고 주로 돌아오는 답은 없이 사소한 카드 쓱싹. 뭘 원하니, 물으면 작은 소비로 입을 막아버린다. 소비는 방향 짓는 마음을 닫아버린다. 차에서 내릴 때는 잊어버릴 작은 무언가를 손에 쥐어주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잊게 한다. 나는 뭘 원하니. 정말로 원하는건 뭐니. 근 일년간 필요한 것, 원하는 것은 거의 다 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원했던게 맞니.


맵고 짠 걸 먹고 나면 달고 시원한 걸 찾는 것처럼 소비는 반복된다. 이전의 소비가 이후의 소비를 만들 뿐, 모든 소비가 내 진짜 욕망을 반영하지는 않는다. 최근의 가장 큰 변화, 신축 주택으로 이사오고서는 집과 안 어울린다는 이유로 열심히 사모으던 빈티지 물건이나 옷을 사지 않았다. 이 집에 사는 나는 다른 사람 같기도 하다. 온통 깔끔한 것, 중산층의 모던함으로 마감된 이 집의 토끼인 나는 집과 어울리는 모양새로 무난하다. 낡고 제멋대로인 무늬같은건 이 집의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집토끼는 조금 더 얌전히 군다.


소비가 취향을 반영한다고 했다. 빈티지를 모으면서 내 취향의 것들이라고 이름 붙이고, 오묘하고 단 하나 뿐이며 통통 튀는 것들을 거느린 데에 자부심을 느꼈다. 취향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그게 중요했다.


지금의 나를 보세요. 부자들은 뭐든 가질 수 있으면서도 한정된 브랜드 이름 안에서 소비를 결정한다. 온갖 부자들 사이에 껴서 요즘은 한정된 브랜드 이름 안에 나를 욱여 넣고 싶어 한다. 호텔보다 두평짜리 에어비앤비 다락방이 더 좋았으면서. 대리석 화장실보다 포르투갈 타일이 화려한 화장실에 더 오래 머물렀으면서. 1.2미터 깊이에 20미터 너비의 수영장보다 수평선과 밀려오는 작은 파도 앞에 앉아 발장난을 치고 자두를 베어 무는게 더 좋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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