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낮보다 밤을 더 좋아한다. 야행성이라서 그런지, 그냥 해가 떠 있는 낮이 주는 따듯함 보다 달이 뜨거나, 별이 떠 있는 밤하늘의 청량함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낮보다 밤에 활동할 때가 더 많아지는데, 이 대한민국의 밤거리는 술자리와 지나치게 연관성이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과도 친해지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떠드는 비겁한 핑계일 뿐이다. 그러나, 어둑해진 저녁 하늘 아래서 시끄럽고 북적이는 술집에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인간으로 태어나, 현시대에서 누구보다 평화롭고 자유롭게 문명의 발전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술자리가 주는 가장 아름다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지금이 1000년 전이었다면 곳곳에 불을 켜서 술을 마셔야 하니 눈이 매웠을 것이고, 내가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숯불 위의 고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소주병의 수위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낄낄대고, 별거 아닌 주제로 심도 있는 대화를 할 때도 중요한 주제로 세상 가벼운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내가 개인적으로 술자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밤이기 때문이 아니다. 해가 뜬 시간에 사무적이고 딱딱한 이야기로 꽉 차 있던 내 주변의 분위기를 술 한잔과 함께 쓸데없고, 실없는 얘기로 식혀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항상 재밌거나 맛있는 아이디어는 뜨겁고 촘촘하게 토론하던 해의 시간이 아닌 미지근하고 헐렁하게 떠드는 달의 시간에서 눈을 뜬 것 같다.
그래서일까, 주 2~3회는 항상 술 마시는 자리가 생겼다.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만약에’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우린 그걸 ‘망상해수욕장’에 간다고 했다. ‘만약에 로또가 된다면?’, ‘만약에 전쟁이 난다면?’, ‘만약에 우리가 연기가 전공이었다면?’, ‘만약에 우리가 신이었다면?’. 정말 쓸데없는 얘기를 하다가 순간 ‘술 마시면서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소설의 소재가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20살이 되고나서부터 술자리에서 쓴 그 수많은 시간들을 아깝지 않게 활용하는 가장 큰 부분이 우리 이야기가 재밌는 이야기가 되는 것 아닐까? 그냥 묻어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방치하면 결국 잊히고, 사라질 이야기지만 잘 풀어내면 정말 맛있게 발효된 글이 탄생하지 않을까?
과음으로 인해, 과몰입한 우리들의 헛소리와 에피소드들을 토대로 내 생에 첫 시나리오를 써보기 시작했다. 물론, 한 번도 글을 쓰는 트레이닝이나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뭐 어떤가? 대한민국에 요식업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처음부터 요리에 대한 트레이닝을 받지 않았듯이, 모든 가수가 처음부터 교육을 받고 노래를 시작한 게 아니듯이, 평상시 책도 자주 읽지 않던 나이지만 그냥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책 보다 영화, 만화 등을 훨씬 더 많이 접하였다. 한 번 보고 재밌었던 영화와 만화는 DVD를 사거나 만화책을 구입하면서까지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해리포터’ 시리즈, ‘반지의 제왕’ 시리즈, ‘원피스’ 만화책 등은 아예 구매까지 했었다. 솔직히, 최근에는 ‘나 혼자만 레벨업’이라는 만화에 빠져서 만화책을 모으는 중이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빠져있던 ‘호랑이 형님’이라는 웹툰의 만화책을 구입할까 생각 중이기도 하다. 봤던 작품을 심지어 돈을 주면서까지 다시 읽는 것이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든 작품은 여러 번 곱씹어서 읽어보는 것을 즐겼다. 특히 우리나라 ‘타짜’나 ‘올드보이’, ‘박쥐’와 같은 영화는 2~3번 볼 때, 느껴지는 감정들이 조금씩 다른 색채로 묻어 나올 때가 많았다. 그래서인가, 내가 스토리를 만들게 된다면 책보다는 글에서 영화를 혹은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고 싶다. 내가 여태까지 느꼈던 그 감정들이 너무 소중해서였을까? 아니면 친구들과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떠들었던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였을까? 아니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서였을까?
이유야 여러 가지이겠지만, 난 지금 내가 하는 일을 하면서 나의 감정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만나 떠들었던 이야기에서 했던 가벼운 이야기들을 토대로 소설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는 이 시대에 감사를 바치며, 그래도, 아직 글을 쓰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나의 몸에 감사를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