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데, 천냥이면 지금 돈으로는 얼마일까? ‘냥’이라는 단위는 18세기 조선시대에서 사용되었는데 그때 당시 쌀 122kg에 여섯 냥 정도에 거래 됐다고 하니, 한 냥에 쌀 20kg 정도를 살 수 있었다. 2025년 마트에서 파는 쌀 20kg 기준 평균 6만원, 말하자면 한 냥이면 6만원이란 말이고, 천냥이면 대략 6천만원이다. 말 한마디 잘해서 6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면? 빌린 돈 6천만 원을 탕감해 준다면? 십중팔구는 당장이라도 그 방법을 배우려 할 것이다.
실제로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에서, 고객과의 세일즈 자리에서 상대와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고 표현하고 말하는지에 따라서 수백, 수천, 수억 원 이상의 금액으로 비니지스가 성사되기도 하고, 자칫 놓치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다만, 한숨 고르고 삶이라는 긴 여정과 다양한 관계들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면, 그저 원초적인 돈의 가치뿐만이 아닌, 가족, 친구, 직장동료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이라는 사람재산을 만들고 연결되어 살아가며 말 한마디로 귀한 인연과 금이 가기도, 상처받고 상처 주기도 하며, 따뜻한 말, 확신 있고 에너지 있는 말, 여운과 깊이 있는 대화로 상대를 더 신뢰하고 사랑하고 그 관계는 무엇보다 소중한 사이가 된다.
삶을 살아가는 저마다의 이유와 목적이 있겠지만 우리는 분명 ‘행복’ 하기 위해 산다. 스트레스받고 짜증 내며 불행하게 살고 싶지 않다. 행복이란, 특별하고 큰,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나서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늘 웃을 일만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행복하세요?’는 질문에 ‘살만하다’ ‘지금의 삶에 꽤 만족한다’ 정도만 되더라도, 행복의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렇게 보면 행복이란 ‘주관적 만족감’이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그런 인간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바로 ‘인간관계’에 있었다.
하버드 대학에서 1938년부터 무려 85년간 진행한 성인발달연구에 따르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입장에선 참 의아하게도 사회적 지위, 돈, 성취감, 건강보다도 친구, 가족과 얼마나 잘 지내는지가 실질적으로 훨씬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의 중심은 한 연령대의 일정 시기만을 조사한 게 아닌 인간의 한 생애를 기준으로 했고, 인간 존재의 근본과 심리의 본질적 부분을 더 깊이 있게 밝혀낸 것이다.
‘외로움을 느낄 때 진실 되게 대화 나눌 수 있는 벗이 있는 삶’ ‘아프고 힘들 때 삶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 삶’ ‘가족이라는 가장 본질적 울타리에서 그 구성원들과 잘 지내는 삶’ ‘친구와 사람들을 만나고 가능하면 상처 주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잔잔한 삶’ 그 안에 우리의 행복 근간이 마련된다.
그렇다. 행복은 관계고 관계의 구체적인 방법은 표현이며 표현은 말이라는 행동이다. 이 책은 그러한 삶 전반의 말하기 즉 대화법과 소통법을 이야기하고 12년간 강의와 수업에서 때론 일상에서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보고 들으며 연구하고 발견한 이야기와 해결책을 공유한다. 그 와중에 꼭 참고해 주길 바라는 건, 세상의 수많은 성격, 관계의 특징, 처한 상황, 타고난 환경이 있는데, 마치 이렇게만 하면 된다는 절대 공식처럼 접근한 책은 아니다. 책을 읽고 강하게 와닿는 부분이나 바로 적용하고픈 부분은 즉각적 수용과 활용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말과 대화법, 표현법은 마음과 삶을 돌아보고 차근차근 돌아봐야 하기에, 변화란 본디 인식->인정->수정이라는 일련의 단계를 거쳤을 때 매끄럽고 자연스럽고 생명력 있기에, 자신에 맞춰보며 현명하게 반영하길 바란다.
한편으론 상대를 탓하고 ‘맞아 그 사람이 딱 그렇게 말한다니까’ 하면서 남을 보게 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결국 나 자신이기에 차근차근 책을 읽고 돌아보는 과정이 마치 ‘나를 만나는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 돌아보니 내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네..' '왜 그렇게 말했을까?' '어떻게 하면 좋아질 수 있을까?'
먼 나라의 휴양지로, 특별한 장소로 떠나는 것도 즐거운 여행이지만 여행의 본질은 ‘낯선 것을 만나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에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의 표정도 대화라는 관계의 표현법도 기분 좋게 변화될 것이라 믿는다.
일상생활의 인간관계와 비즈니스의 대화부터 요즘은 일상이 된 온라인상에서의 대화방법까지 배워가고 느끼는 여행을 해보자. 한 번에 다 읽을 필요도 없고 순서대로 안 봐도 좋다. 소위 의식에 흐름대로 손에 잡히고 눈에 들어오는 대로 흘러보자.
형식적 말기술이나 알량한 말재주와 처세술 몇 개를 배우는 범주를 넘어 진정 사람과 세상과 직업과 잘 더불어 살아가는 자신과 삶을 사랑으로 볼 줄 아는 뿌리 깊은 행복의 토양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