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와 세대의 소통을 위한 마음의 성장법
10년 만에 노트북을 새로 샀다. 이렇게 많이 바뀌었던가? 웬만한 공책만큼 얇고 세련된 디자인은 기본이고, 새것이니 두말할 나위 없는 빠른 구동 속도, 새로운 어플들까지.. 아직 사용할 줄 몰라도 앞으로 하나하나 사용하며 알아갈 걸 생각하니 그저 기분 좋다. 가끔 전자기기를 신제품으로 바꾸는 건 삶에 은근히 큰 즐거움이자 생활의 원동력이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원래 사용하던 외장하드와 연결해 필요한 파일들을 옮기려 하는데, 기존 연결선의 잭 단자와 새 노트북의 연결 단자가 달랐다. 휴대폰과의 연결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쓰던 노트북은 USB단자와 HDMI단자뿐이었는데, (너무 뒷북치는 얘기인 거 잘 알지만) 지금 대부분의 노트북과 관련기기들은 C타입과 8핀 혹은 마이크로 5핀을 주로 사용한다. (신형 아이폰 단자 혹은 갤럭시 폰 충전 단자의 모양을 생각하면 된다.)
USB단자는 없었다. 그 순간, 기존 단자를 사용하던 나에겐 적잖은 당황스러움이자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부터 생겼다.
새 노트북과 기존기기의 연결을 위해 중간에 연결해 주는 젠더잭이 필요했다. 젠더잭은 이전기기와 새기기 입력과 출력 단자 모두를 갖고 있어서 둘을 이어준다. 차츰 이전 기기들도 새단 자가 생기고 변화해 나가는 흐름이 생기겠지만 그 다름의 연결에 필요한 건 둘을 이어주는 변환 젠더잭이었다.
그렇다. 이처럼 세대와 세대, 사람 간에도 젠더 잭이 있다면 행여 서로 좀 다를지라도 잘 소통할 수 있다. 서로 많은 것이 같거나 대부분 잘 맞는 것도 좋은 소통이지만, 서로 다름에도 잘 연결될 수 있는 힘이 진정한 소통이다. 보통은 40대가 20대들을 온전히 이해하거나 대화하기 결코 쉽지 않다. 40대와 10대와의 대화는 더 어렵다. 필요한 말 혹은 형식적 대화는 일부 가능하지만 마음이 통하는 진짜 대화는 자칫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만 큰 어렵고 청소년들과의 대화와 소통은 외계인과의 대화보다 어렵다고 할 정도다.
대화 젠더의 첫 번째는 ‘트렌드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다.
요즘 유튜브부터 여기저기 틈만 나면 나오는 대화의 말기술 몇 가지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폭넓고 조금 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소통을 하려면 그 세대가 열광하고 좋아하는 트렌드와 문화를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줄임말 몇 개, 유행어 몇 개 외워서 어설프게 접근하면 안타까운 어른 소리를 듣게 된다. 세대가 다르기에 모든 걸 다 알고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세대가 무엇을 즐겨 듣고, 즐겨 찾고, 열광하는지 왜 그런지에 대한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넥스트, R.E.F, 핑클, SES 이후 HOT, 젝스키스, 핑클, SES 정도가 필자의 학창 시절 좋아했던 가수들이다. 아주 최근 아티스트는 지드래곤의 빅뱅정도.
지금의 10대가 열광하는 가수는 누구일까? 20대가 좋아하는 가수는? 배우는? 지금 굳이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아도 궁금하다면 소통하고 싶다면 유명 음악 어플이나 검색창, 유튜브 등에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다. 10대 아이돌 가수들이 30년 전 유행했던 노래들을 리메이크한 곡들은 세대를 연결해 주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들의 음악 좀 들었다고, 트렌드 좀 봤다고 아는 척하라는 게 아니라, 소통하고 싶다면 상대의 문화와 트렌드에 진심 어린 궁금함이 있어야 하고, 이해하고픈 진짜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가끔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와 3학년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에그박사, 버섯돌이, 헤이지니, 허팝 등 아이들이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을 함께 보고 내용을 함께 즐긴다. 처음엔 재미없고 나와 전혀 맞지 않지만 함께 보면서 물어보고 웃고 떠들다 보면 8살 10살 아이들과 어느새 함께 수다를 떨고 있고 함께 하는 시간은 많아진다.
20대들이 즐겨 찾는 성수동, 문래동거리 혹은 각 지역마다 젊은 친구들이 즐겨 찾는 소위 핫플(hot place)을 가보면 굳이 소통을 위한 노력을 떠나 덩달아 재미있다. 성수동 대림창고를 시작으로 한 카페 탐방은 물론, 빵지순례라 불는 빵 맛집 투어부터, 퓨전 음식점들, 포토 스폿, 패션과 아이템 특히 카페에 앉아 있으면 옆테이블 대화내용 자체가 모두 소통공부다. 귀를 열고 마음을 열면 안 들리던 게 들린다. 결코 쉽지 않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반복하고 노력하면 분명 보이고 들린다.
놀러 갈 겸 나들이 갈 겸 가끔 그렇게 즐기며 느끼며 세대를 배운다.
반대로 내가 10대 20대라면 지금의 30,40,50대 혹은 그 이상의 부모님과 중년 세대가 좋아하는 문화에 관심 가져보고, 남성은 여성에게 여성은 남성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상호 관심사와 취향, 최근의 마음에 대한 궁금함 때로 그에 맞는 작은 선물과 마음을 쓰는 것이 결국 연결되는 대화를 만든다.
이런 노력과 더불어 젠더 잭을 가지는 두 번째는,
세대 간에는 사실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고, 자연의 흐름처럼 받아들이는 마음의 공간도 동시에 필요하다.
알고 관심 가지고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 세대만의 문화와 그 시절의 낭만이 있다. 도무지 모두 다 이해하기 어려운 그 시절 그들만의 트렌드가 있다. 단속까지 있었음에도 굳이 장발을 하고 다녔던 70년대의 남성들, 곧 벗겨질 듯 내려 입은 80년대 힙합바지, 단정한 검은색이 싫어서 노랑 빨강 물들인 머리부터, 알아듣기 어려운 가사의 노래와 말도 안 되는 줄임말과 유행어, 신조어들 내 생각과 다르고 때론 매우 어긋나고 틀려 보이는 것은, 세상은 다양하게 존재함을 그것은 세대 간의 벽이나 장애물이 아니라 그저 인류진화와 문화의 흐름이자 자연의 이치임을, 말랑말랑한 머리로 수용하는데서 소통 대화의 젠더가 만들어진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젠더잭은 무엇일까? 누구의 무엇에 좀 더 관심가지면 좋을까? 무엇을 너무 모르고 있었을까?
너와 나,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 친구와 친구, 삼촌과 조카... 우리 부디 잘 연결되길 소망해 본다.
오늘은 엄마가 좋아했던 심수봉 님의 백만 송이 장미를 들으며 집으로 들어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