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화를 유독 많이 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운전자 옆 조수석에는 피실험자 몰래 실험에 신청한 아내나 연인, 친구가 함께 동승했고, 운전 중에 의도적으로 갑자기 끼어들거나 앞차가 급정거하는 등의 화날만한 상황을 만들었다. 물론 이런 상황이라면 보통의 사람들도 화가 날 수 있지만, 화가 난 사람에게 어떻게 말하고 표현하면 비교적 유연하게 화의 감정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이었다.
A그룹은 화낼 때 옆에서 ‘당신이 참아...(친구의 경우는 호칭이나 이름을 바꿔서)’ ‘네가 먼저 너그럽게 이해하자’ 등의 말로 감정을 회유하는 표현을 사용했고,
B그룹은 ‘왜 그렇게 화를 내!’ ‘뭐 그런 것 가지고 그래?’ ‘이 정도 그릇밖에 안돼?’ 등의 다그치며 지적하는 표현을 썼다.
마지막 C그룹은 운전자가 화난 순간 상대방 차를 향해 ‘저 차 뭐 하는 거야!’ ‘저 사람 운전 진짜 이상하게 하네’ ‘내가 다 열받네 진짜’ 등의 말은 물론 화와 함께 운전자 보다 먼저 화를 내는 것이다.
실험결과 A그룹처럼 화가 난 운전자를 회유하고 진정시키는 말에는 약간의 효과가 있었지만 화를 가라앉히는데 큰 효과는 없었고, 특히 B그룹처럼 지적하고 감정적 상태의 운전자를 다그치는 건 최악으로 오히려 운전자와 동승자가 다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화의 감정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가라앉은 건 C그룹처럼 함께 화를 내며 그 감정에 함께하고 동감하는 것이었다.
사실, 쉽게 화내는 감정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고, 매번 화내는 사람을 두둔하기만 하거나 감싸는 건 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
다만, 사람이 화를 낸다는 건 감정표현 수단을 넘어, 그 깊이에는 '나 좀 알아봐 줘, 나 좀 이해해 줘'라는 하나의 구조신호다. 위험해 쳐했거나 심리적,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약해진 상태에서 더욱 화를 잘 내고 민감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구조신호를 보고 들은 사람이 '나는 네 편이야, 그 화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해 ‘라는 느낌이 함께하면 화의 감정은 완화될 확률이 높아진다.
좀 더 일상적으로 얘기해보자.
오늘 회사에서 직장상사인 김 과장의 황당하고 어이없는 행동과 예의 없는 말에 당신은 너무 화가 났다. 그날 저녁, 친구를 만났고 그 친구에게 오늘 일을 이야기했다. 듣던 친구는 말한다. ‘그 사람 진짜 이상하다. 뭐 그런 인간이 다 있냐? 내가 다 열받네’ 상황과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의 감정은 꽤 빠른 시간에 안정을 찾는다. 놀라운 건 친구가 거창한 말과 대단한 학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 말을 진심으로 잘 들어주고, 내 감정에 공감했을 뿐인데, 마음과 몸은 한결 괜찮아졌다.
화가 났다는 건 극도로 감정적 상태이며, 심박수과 체온은 올라가고 극도의 방어체계가 가동된다. '화'는 겉으로는 공격적이지만 신체적으로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최선의 운동상태가 된다.
그 상태에서 공감은 말과 상태의 태도라는 시청각적 정보를 통해 계속 이 공격성과 방어체계를 유지할지, 우선 무장 해제할지 결정한다.
진심 어린 공감은 무장해제의 방향으로 감정을 인도한다. 만일 친구가 ‘네가 참아’ ‘네가 좀 잘하지 그랬어?’ ‘화낸다고 뭐가 해결되냐?’ 등의 말을 했다면 내 감정은 어땠을까? 앞선 운전 실험처럼 불통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말한 친구와도 2차적인 다툼과 화가 생길 수 있다.
누군가 화가 났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상대를 생각한다는 이유로 더 나은 방향을 알려주고 싶고, 좋은 마음으로 해결의 방법을 알려주려 하거나, 좋은 방향을 제시하려 한다. 헌데, 대화의 근본은 바로 감정의 공감이다.
상대가 직접적 해결책을 원한다고 말한다면 바로 그에 대한 컨설팅, 논리적 이야기가 필요하지만, 이성적이고 논리적 설명형 이야기는 감정의 공감이 먼저 이뤄진 후, 차근차근 상대가 원하거나 분위기가 차분해지면 그때 하는 것이다. 단, 억지스럽지 않게 진심으로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고 잘 드는 것이 중요하다.
화의 감정을 나타내는 것도, 주변사람이 그런 상태일 때 듣고 받아주는 자세도 좀 더 현명하고 성숙하게 해서, 서로가 좀 더 웃는 관계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