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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에게 배운 소통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말할 수 있나요?

by 오창균

호불호에 대한 논쟁이 가장 많은 음식 중 하나가 ‘평양냉면’이 아닐까? 호불호 논쟁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지만 안 먹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그 맛을 안 좋아하는 걸 넘어 왜 먹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음식이니, 한편으로 재미있는 음식이다.

평양냉면은 넓게 보면 물냉면의 대표 메뉴다. 다만, 보통의 식당에서 파는 물냉면과는 조금 다르게, 면은 고유의 은은한 메일향과 담백한 맛으로 먹는 거고, 육수는 크게 간하지 않고 개운하고 심심한 맛으로 즐긴다.

자, 이게 좋아하는 사람들의 평이고, 안 먹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거 맹물이야?’ ‘이걸 무슨 맛으로 먹어?’ 심지어 ‘행주 빤 물 맛 같아’라고 과격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 보면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 때문에 살짝 짜증나고 때론 화도 좀 난다. 이 말 저 말 주고받다 보면 맛있게 밥 먹다가 괜히 기분상하고 분위기가 찜찜해진다.

평양냉면을 좋아해서 비교적 가격대도 좀 높은 식당에서 친한 친구에게 평양냉면을 대접한 적이 있는데, 먹으면서 계속 무표정이었고, 먹고 나서는 ‘야, 이 돈으로 왜 여길 왔냐?’라는 말까지 들으니 당황스럽고 굉장히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친구 역시 기왕 먹은 거, 친구가 좋은 마음으로 사는건데 기분좋게 배려섞인 연기력을 더해서 ‘사실 맛이 좀 낯설긴 한데.. 시원하고 개운한 맛은 있네. 덕분에 좋은 음식 먹는다. 고마워’ 이렇게 말해주길 바라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나의 욕심 아닐까?


여기서 중요한 건, 누가 어떻게 말하고 단어를 어떻게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런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이 우리의 대화와 삶을 훨씬 유연하고 편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평양냉면은 죄가 없다. 단지, 먹는 사람에 따라 취향과 선택 그에 따른 각자의 의견과 표현이 있을 뿐.


삶을 살아가다 보면 사이사이 평양냉면 같은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는 정치 성향, 믿는 종교, 성에 대한 인식, 결혼과 출산, 음주, 흡연에 대한 인식부터 식습관과 소소한 생활 습관들까지 곳곳에서 호불호 때론 편이 나눠지는 삶의 평양냉면들이 존재한다.

이 정도만 얘기해도 본인이 굳게 믿는 종교가 있거나, 강하게 지지하는 정당이 있거나 혹은 추구함이 강할수록 벌써 민감해지고 한편으로 갸우뚱하면서 반발심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누군가의 추구함과 자유, 지지성향에 참견하고 지적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누가 옳고 그름의 판단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조금 더 대화와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받지 않기위해서는,

자신 스스로가 먼저 유연해지고 인생을 편하게 사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단 이야기일 뿐이다.


소통하는 대화를 하고 싶다면,

우선 ‘기대와 동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자'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해요’라고 말은 하지만,

사람은 때론 내 의견에 대한 인정과 의견에 대한 동의에 목말라 있기에, 무의식적으로 내가 추천하고 소개하고 말한 것 혹은 내 추구함에 대해 인정받길 기대하고, 자신도 모르게 이미 내 행동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과 심지어 듣고 싶은 말까지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점은 상대가 내 기대대로 반응하지 않거나 다른 방향의 반응을 하면 크게 실망하거나 불쾌해진다는 것이고, 반대로 상대방에게 내가 가진 기대가 느껴지면 상대방 역시 억지 연기를 해야 하기에 불편해진다. 말하기의 센스와 배려도 중요하지만 그게 반복되거나 정도를 넘어서면 누구도 그 만남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즉 불편한 관계 불편한 만남이 된다. 좀 더 깊이 들어가자면 내가 굳이 이렇게 남의 인정과 기대에 집착하고 목말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초자아와, 초감정 즉, 나도 모르게 내가 너무 집착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에 내 결핍이 있다고 하는데, 사회생활에서 받지 못하는 인정과 채워지지 않는 감정과 심리의 모자람을 특히나 가까운 사람에게 일상에서 자신도 모르게 채우려는 경우도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 너그러워야 하고 더 소중히 넓고 따뜻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대해보자.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라는 말을 기억하자.

내가 가진 종교, 정치, 가치관, 추구함과 다른 상황과 말이 나타날 때, 속으로도 겉으로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라고 말해보자. 때론 온전한 진심의 마음이 생기지 않더라도 말하자면 조금 억지로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말해보자.


'말은 마음의 알갱이'이고 '표현은 마음의 뿌리에서 나는 열매다'

인간의 뇌는 말 한대로 믿고 그렇게 생각하고 인지하게 되는 연구가 있다. 뇌는 우리가 그렇게 믿기기로 시작하면 그렇게 체계를 바꾸고 구성해 나간다. 너그럽기로 마음먹고 구체적으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 ‘저 사람은 나와 다르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를 대뇌고 반복하면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된다.


마음이 넓은 사람의 실질적 표현은 ‘다양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생각의 힘을 가진 사람이다’ 스스로 가진 신념이나 건강한 추구함은 자신의 자유고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믿으며 살되, 한 편의 마음그릇을 넓게 가지면 대화의 방식과 목소리 느낌은 훨씬 유연하고 인자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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