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말 많이 하는 상대를 대하는 법
마음 잘 맞고 말 잘 통하는 사람과의 대화라면 몇 시간이라도 즐겁지만, 상대의 말을 들을 만큼 다 들은 것 같은데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하고, 했던 말 또 하고 다시 하고 이 말했다가 다시 저 말로 연속되는걸 계속 듣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듣기 싫다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쉽지 않고, 대화 불편함의 사면초가 상태가 된다.
이미 적당히 먹어서 이젠 배 부른데, 요리하는 사람 혼자 신나서 음식을 계속 내놓고, 심지어 계속 입 앞에 갖다 대고 떠먹이는 격이다. 본 연재의 앞선 내용들에서 말하는 사람 입장의 변화에 대해 주로 다뤘다면, 이번 내용은 듣는 입장에서 대화를 끝내고 싶은 상황에서 어떻게 현명히 대처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중간에 말 끊는 방식을 잘 못 표현하면, 자칫 상대는 자신이 말을 많이 해서 불편함을 줬다는 것은 모르고 되레 적반하장으로 본인이 불쾌해한다. 그렇기에, 대화의 처세는 가능한 예의 있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 첫방법은 '대화의 시간한정을 알리는 것이다'
상대가 말하는 도중 말의 문장이 마무리되는 사이에 신속하게 말한다. 상대 말의 내용을 이어서 다시 한번 언급하고 마무리 시간을 제안하는 방법으로,
예를 들어, 상대가 ‘그래서 난 집안에 생활용품은 웬만하면 새 걸로 사려고 해..’라는 내용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면, 중간에 말하는 시작을 ‘그래 맞아, 집에서 쓰는 건데 새것 사는 게 좋지. 그리고 더 얘기 나누면 좋은데, 내가 좀 이따 2시에 아이들 수학학원 상담이 있어서 한 5분 뒤에 일어나야겠네’라고 말하며 자연스레 시간을 알린다.
(1) 상대 말의 문장과 문장 사이에 자연스러우면서도 과감하게 끼어들 타이밍을 잡는다.
(2) 상대가 말한 내용의 핵심을 다시 한번 말해주고, 동의하며 거부감을 줄인다.
(3) 내가 10분 후 또는 정해진 시간 안에 다음 할 일이 있음을 알린다.
대화 내용은 다양하게 다를 수 있으니 그에 맞게 대입해서 자연스레 말하면 된다. 실제로 그 일이 있으면 가장 좋고 진실을 기반으로 말하는걸 가장 우선시해야 하지만, 사실 뒤에 가야 할 일이 혹시라도 없을 때는 개인적인 할 일을 만들어서라도 그렇게 말한다.
틈틈이 자연스레 시계나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도 시각적으로 시간의 제약이 있다는 '제스처 메제지'로 활용될 수 있다. ‘진정성이 있어야지, 그건 거짓말이고 상대에 대한 기만 아닌가요?’라는 의문을 가진다면 과연 힘들게 억지로 듣고 있고 버티는 게 더 예의 있고 현명한 것인지, 유연하게 대화를 마무리하는 게 더 예의 있고 현명한 선택인지 깊게 생각해 보면 스스로의 판단이 설 것이다.
다음으로는 '대화의 화제를 매끄럽게 전환하는 것이다'
지금 나누고 있는 대화 분위기가 그리 나쁜 것도 아니고, 이 자리는 계속하고 싶은데, 상대가 하나의 주제로 너무 길게 말하거나 늘어지게 말한다면, 매끄럽게 다른 주제로 화제 전환하는 게 좋다. 상대의 말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면, 상대가 하고 있던 말과 전혀 다른 내용을 뜬금없이 말하지 말고 앞선 방법처럼 상대 말의 내용에 대해 반응한 후 바로 생각 난 그 주제를 조금은 적극적으로 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가 ‘그래서 난 운동이란 게 너무 어려운 거 말고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좋더라고.. 배드민턴이나 요가 정도가 좋은 것 같아 그리고...’ 했을 때 나는 ‘맞아 편해야 지속적으로 할 수도 있고, 건강 얘기 하니까 최근에 든 보험생각나네.. 운동도 해야 하는데 보험도 잘 들어야 안정적으로 살 수 있으니까, 최근에 든 보험은...’ 이렇게 키워드 연결의 원리를 사용해 화제전환과 동시에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간다.
(1) 역시나 상대의 말하는 도중 잠시 멈춘 지점을 찾고 과감하게 말한다.
(2) 상대가 말했던 내용을 다시 한번 말하고 가능하면 동의한다.
(3) 상대가 말하려던 내용과 관련된 키워드를 활용해 화제를 돌린다. 또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도 얼른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과감하게 꺼내고 말한다.
끝으로,
'경청을
필요 이상으로 너무 잘해서, 내가 상대를 많이 말하게 너무 좋은 리액션을 하고 있는 건 아닌 있는지 점검하자'
사실 그 사람과 대화가 재미없는 걸 넘어 너무 많은 말을 하는 사람이라 만나기 힘들면, 적절한 이유를 대고 안만나는게 상책이지만, 살다보면 그리 단순하게 정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상대가 말이 많은 건 상대의 말에 대한 욕구를 비롯한 상대 탓도 있겠지만, 듣는 내 입장에서도 너무 잘 들어주고 동의해 주니 나와 대화하면 유독 더 말할 맛이 나서, 나에게 유독 더 많이 말하게 만드는 내 탓의 이유도 있다.
이름하여 ‘경청의 역효과’다.
상대가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상대의 다양하고 깊은 말을 듣고 싶고 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면 다르지만, 가만히 계속 끄덕이며 계속 잘 들어주기만 하고, 웃어주고 내 의견이나 말은 거의 하지 않는 나의 무작적 잘 듣는 모습이, 상대를 더 많이 말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잘 경청하되,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예의를 갖추되, 말이 너무 길고 많아 불편한 상황이라면 현실적으로 인지하고 상황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대화에서 끌려다니며 지치지 않고, 누군가의 말받이가 되지 않는다.
사람을 진심으로 만나고, 그의 말의 존중하자. 다만 내 귀와 마음은 상대의 말받이 통이 아님을 동시에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