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3
illustrator by 햇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런 질문을 받지 않게 되었다는 건 분명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더 이상 받지 않을 것 같았던, 누가 더 좋은지에 대한 비교급의 질문을 햇살이로 부터 엄마가 받아버렸네요. 양자택일. 이 보다 명확한 것도 없을 것 같지만 이 보다 더 곤란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흔한 부모의 첫 번째 실수는 “둘 다 똑같이 좋아.”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마음은 마음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말로 눈에 보이게 되는데 아쉽게도 ‘똑같이 좋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절대로 ‘똑같이 좋아하는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대번에 “아니야. 틀렸어. 거짓말이야.”라고 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아이들 중에는 아주 똑똑하게 “똑같이 좋아하니까 똑같이 해 줘.”라고 부모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며 떼를 쓰기도 하고 퇴행을 하기도 해 부모를 퍽이나 난감하게 합니다.
두 번째 흔한 부모의 실수는 “네가 더 좋아. 이건 비밀.”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우선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고, 두 아이 중 한 아이를 더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되므로 ‘비밀’이라는 단서를 붙여 이 상황을 정리한 나름 현명한 판단이라고, 솔로몬의 지혜에 버금가는 명답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은 없지요. 혹여 아이가 비밀을 정말 잘 지킨다고 해도 ‘네가 더 좋아.’라는 말 자체에 이미 비교의 의미가 담겨 있어서 언젠가 아이는 '엄마 아빠가 나보다 동생을 더 좋아할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좋다’라는 말은 아이가 스스로 서로를 비교하게 하며 경쟁을 부추길 수 있어 좋은 답이 아닙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답은
“사람은 모두 소중해.”
“그래서 사람은 서로 비교할 수가 없어.”
입니다.
답이 너무 시시한가요? 어쩜 아이에게 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들지요? 맞습니다. 절대로 한 번에 이 답이 아이에게 전달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나야? 동생이야?’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 외 부모의 답에 대해서는 들을 준비도, 듣고 이해할 준비도 안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답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잊지 말고 일관되게 계속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질문이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또한 아이가 자신이 한 질문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평소 부모가 두 아이를 절대로 비교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신뢰하고 자신이 한 비교급의 질문이 오류임을 빨리 파악할 수 있도록 말과 행동을 꼭 일치시켜 주세요.
한 걸음 더 들어가 아이는 자기가 왜 좋은지에 대해 물어보기도 합니다. 동생과 비교하여 누가 더 좋은가에 대한 질문에만 잘 대답하면 될 줄 알았는데 요런 질문이 또 따라왔습니다. 이 질문은 꽤 쉬운 질문 같지요? 아이의 칭찬거리를 찾아서 말하면 될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칭찬거리만 찾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부모들은 대부분 “네가 동생을 잘 돌봐서 좋아.”, “밥을 잘 먹어서 좋아.”와 같이 부모의 기준에서 만족스러운 행동을 좋아하는 이유로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아이는 이유가 되는 그 행동을 계속하며 부모로 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행동을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내가 왜 좋아?”라는 질문을 한다면 아이의 칭찬거리를 찾아서 좋은 이유를 말해 주기보다는
“햇살이는 햇살이라 좋고, 요술이는 요술이라 좋아.”
라고 존재 자체에 대한 좋음을 표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의 사랑에는 이유도 없고 대가도 없는 것이니까요.
[오늘의 양육표어 - 비교않는 사랑으로 절대사랑 알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