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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만 돼 봐. 가만 안 둬.

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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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or by 햇살




요즘 요술이는 부쩍 누나를 찾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은 많아졌지만 아직은 혼자서 뭔가를 하기에는 서툰 것이 많은 요술이라 누나의 도움이 수시로 필요하거든요. 다행히 요술이가 청한 도움에 햇살이는 귀찮지만 응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누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는커녕 요술이는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습니다.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상태인 건지 요술이는 자기 불편하다고 누나에게 소파에서 비키라고 하고, 정리하라는 누나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는 말까지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햇살이는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차마 동생을 때릴 수가 없어 곧 터져버릴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가끔 부모는 첫 아이에게 "모른 척할 테니까 한 대만 때려."라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부모의 눈에도 동생의 얄미운 행동이 보였기 때문에 첫 아이의 마음에 공감을 넘어 동감을 해버리는 것입니다. 공감은 '네 마음이 그럴 수 있겠구나.'라고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고 동감은 '네 마음 다 알아. 나도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행동했을 거야.'입니다. 그래서 공감이 아니라 동감을 했을 경우 잘못된 행동마저 용인해 주는 경우가 생깁니다. 부모가 때려줘도 된다고 말하는 것은 '공감'이 아닌 '동감'을 했기 때문에 때리는 행동이 분명 나쁜 행동이지만 허용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의 이 말을 듣고 동생을 때려준 아이는 심히 통쾌할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때리는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받았으므로 앞으로 동생이나 친구들을 때리는 일이 반복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부모는 어쩌다 한 번 동생을 때리는 첫 아이의 행동을 봐준다고 해도 때리는 행동이 반복된다면 분명 야단을 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럴 경우 첫 아이는 정말로 혼란스러워지겠지요? 따라서 어떤 경우라도 때리라고 가르치는 것은 절대로 안 되는 것입니다.


화가 난 햇살이는 때리는 건 차마 못하겠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찾아낸 방법이 바로 '간지럼 태우기'였습니다. 간지럼 태우기는 분명 처음에는 장난인 듯 놀이인 듯 시작되지만 그 강도가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이제는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 따라오는 일종의 괴롭힘이 됩니다. 햇살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얄미운 요술이를 혼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초딩만 돼 봐. 가만 안 둬."


햇살이 다운 말입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실랑이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부모 눈에는 분명 햇살이가 요술이를 못살게 구는 것이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그만해. 동생 싫어하잖아."라고 동생 편을 들며 첫 아이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도 하고 "초등학생이 되어도 때리는 건 안 되지. 나쁜 행동이야."라고 말하게 됩니다. 물론 부모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첫 아이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억울하고 답답한 일입니다. 그동안 자신을 화나게 하고 속상하게 한 요술이의 잘못은 쏙 빼 버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만 안 됨을 강조하는 말이니까요. 이럴 때에는 특별히 누군가 다치거나 아픈 상황이 아니고 요술이가 초등학생이 되려면 멀었으니까 미리 훈육을 당겨서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그래. 그때 다시 생각해 보자."


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심각한 다툼이 아니라 일상적인 티격태격이라면 그냥 지켜봐도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니까요. 한두 번 이런 일을 겪다 보면 요술이도 자신의 잘못을 알고 멈추게 될 때가 오게 됩니다. 왜냐하면 요술이도 하루하루 자라고 있으니까요.


[오늘의 양육표어 - 어떤순간 이라해도 폭력행동 아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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