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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누나 혼내 줘.

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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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or by 햇살





요술이는 요즘 누나 햇살이가 뭘 하는지 정말 궁금증이 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요술이 눈에 햇살이는 실로 대단한 존재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책상에 앉아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또 햇살이 책상에 놓여 있는 색색의 문구류는 정말로 요술이의 눈에 보물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햇살이는 이런 요술이의 관심이 아주 귀찮고 싫습니다. 결국은 자기를 방해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햇살이는 그동안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요술이가 가까이 오려고만 해도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안 돼."를 외치고 있습니다. 가끔 의도하지 않게 요술이를 밀어 넘어뜨리기도 하고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작용과 반작용처럼 요술이는 집안 권력의 최고 서열인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누나를 혼내 달라는 말과 함께요.

이런 경우 대부분의 부모는 두 아이 사이에 개입을 해서 해결을 해 주려고 합니다. 그러면 두 아이의 다툼에 부모가 끼면서 삼각구도가 형성되고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수렁 속으로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요술이 속상하겠네. 무슨 일일까?"


라고 말했습니다. 먼저 속상한 요술이의 마음부터 달래서 진정시킨 후 요술이로부터 직접 전후 상황을 들어 보는 걸 택했기 때문입니다. 요술이가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야 해결을 위한 대화도 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요술이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엄마의 바람과는 다르게 요술이는 누나의 잘못만을 이야기하며 혼내 달라는 주문을 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부모가 흔히 하는 대처방법으로는 첫 번째, 첫 아이에게 가서 동생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때 동생은 자신을 못 믿는 부모에 대해 서운함과 속상함을 느끼고, 첫 아이는 동생의 말만 듣고 자기에게 상황을 따지는 부모가 미워집니다.

두 번째, 무턱대고 이 상황을 빨리 해결하고 싶은 나머지 첫 아이에게 "동생 한 번만 하게 해 줘."라고 회유를 하거나 "해줘. 울잖아."라고 울리지 말라고 우격다짐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 동생은 부모를 만능 해결사로 생각해 자꾸만 부모를 찾게 되고 첫 아이는 화가 더 나게 되어 형, 누나로서의 체면을 버린 채 동생과 똑같이 고자질을 하게 됩니다.

세 번째, 부모가 "누나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라고 첫 아이를 두둔하는 말을 하여 동생의 속을 답답하게 하는 것입니다. 부모의 생각이 사실이라고 해도 대화를 할 때에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이에 대한 충분한 공감이 필요하므로 첫 아이의 입장은 잠시 내려놓고 동생과의 대화에 집중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요술이의 말을 일단 다 들어주며 요술이가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런 후


"엄마 생각에는 요술이가 직접 누나한테 부탁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요술이는 누나한테 뭐라고 말하고 싶어?"


라고 말했습니다. 엄마의 역할은 이야기를 듣고 감정을 보듬어 주는 것이고 문제 해결은 당사자들끼리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듣고 여기서 멈출 아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생은 부모에게 한 번 더 읍소를 하며 야단을 쳐 달라고 하게 됩니다. 자기는 해도 소용이 없을 거라는 말과 함께 동정심을 유발하면서요.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 되는 쪽으로 속단하기보다는 직접 해결을 위한 도전을 해 보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다시 엄마는


"일단 해 보자."


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요술이와 햇살이가 말이 잘 통해서 오늘은 무사히 해결이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또 비슷한 문제로 요술이가 엄마를 찾겠지만 분명 해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점 점 줄어들 것이고 언젠가 요술이가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뿐입니다. 한 번에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자기들만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감정만 읽어주고 해결을 위한 시간을 주는 부모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오늘의 양육표어 - 아이들의 일상다툼 아이들이 해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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