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21
illustrator by 햇살
햇살이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엄마만 느끼고 있었나 했더니 요술이도 느끼고 있었네요. 드디어 햇살이에게 사춘기가 찾아오고야 말았습니다. 분명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라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순간을 맞닥뜨리니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시 다잡게 됩니다. 앞으로 햇살이와 요술이의 신경전이 더 심해지는 나날이 엄마의 눈앞에 열두 폭 병풍처럼 장엄하게 펼쳐졌거든요. 왜냐하면 요술이는 눈치 없이 계속 누나에게 무언가 말을 하며 도와 달라, 같이 하자라고 귀찮게 할 것이고, 햇살이는 가뜩이나 기분이 안 좋은데 이런 요술이가 곱게 보일리가 없을 테니까요.
이럴 경우 부모는 첫 아이에게 "너 요즘 왜 그래? 사춘기야?"라고 타박을 하거나 "동생한테 잘 좀 해줘."라고 부탁인지 지시인지 모를 말을 하게 됩니다. 첫 아이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상태를 생각하기보다는 "아이~ 짜증 나."라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햇살아, 우리 바람 좀 쐴까?"
라고 특별 대담을 신청했습니다. 다행히 순순히 엄마를 따라 놀이터에 햇살이가 나왔습니다. 누군가와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외부의 공간에서 따로 만나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은 엄마가 햇살이와 사춘기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놀이터로 햇살이를 불러낸 것입니다.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말은 사춘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춘기는 성장해 나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누구나 겪는 것이며 특히 감정의 변화가 많다는 것을 꼭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설명이 여기서 끝이 난다면 사춘기 아이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낼 특권을 주는 것이 됩니다. 당연히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마구 쏟아 내고는 사춘기라며 정당화하고 사춘기 뒤에 숨어버리게 됩니다. 사춘기의 감정 변화를 부모가 이해해 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가 한없이 쏟아내는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주어야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렇게 하기도 힘들지만 만약 그랬다가는 아이는 감정 조절 능력이 상실될 것이고 부모는 결국 폭발하게 되어 서로의 관계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엄마는
"방에서 기분을 풀고 다시 나오면 돼."
라고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다 그렇게 실천을 하지는 못합니다. 사춘기 아이는 자기가 지금 화를 내고 있다는, 짜증을 내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를 못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가 사춘기에 적응을 하고 자신의 상태를 잘 인지할 때까지 부모가 "지금 기분이 안 좋아 보여. 방에서 쉬면 좋겠어."라고 귀띔을 계속해 주어야 합니다.
[오늘의 양육표어 - 방 안에서 감정조절 사춘기의 백신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