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쓰고 햇살이가 그리다 22
illustrator by 햇살
주말 저녁 온 가족이 모여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간도 잠시. 햇살이가 요술이를 쥐어박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요술이가 드라마에서 화를 내는 배우를 보고는 사춘기 누나와 똑같다는 말을 해 버린 것입니다. 발끈 한 햇살이는 요술이를 절대로 가만히 둘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춘기가 시작된 햇살이에게 사춘기에 대해 알려주고,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사춘기의 감정조절이 잘 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 요술이마저 누나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챘나 봅니다. 그래서 사춘기를 겪고 있는 햇살이가 스스로 사춘기를 잘 보내려는 노력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햇살이의 사춘기를 응원하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엄마는 요술이를 불러서
"누나 기분이 안 좋을 때에는 혼자 있게 두는 거야."
"옆에 안 가면 돼."
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요술이가 잘 알아들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누나가 사춘기라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고 늘 하던 대로 할 요술이라서 매번 주의를 주어야 합니다.
사춘기를 호되게 겪는 아이에게 부모가 많이 하는 말은 "너만 사춘기 하냐? 사춘기가 벼슬이야?"입니다. 이런 말을 들은 아이의 기분은 어떨까요? 가뜩이나 몸도 마음도 힘든데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부모에게 분노의 감정을 넘어서서 반항적인 행동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춘기 아이를 자극하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춘기는 모든 아이가 겪게 됩니다. 요술이가 자신의 사춘기를 벼르고 있는 것처럼이요. 그러나 그 심각성과 위험성의 정도는 아이마다 많이 다릅니다. 그 다름의 원인은 사춘기 이전에 가족과 어떻게 지냈는지, 감정상태는 어땠는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땠는지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물과 진흙이 담겨 있는 병이 있습니다. 진흙은 아래에 고여있고 그 위에 물이 있는데 이때의 물은 깨끗한 상태입니다. 이 상태를 사춘기 이전의 아이의 상태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병이 흔들린다면 진흙과 물이 뒤섞여 엉망으로 혼탁해집니다. 사춘기의 변화무쌍한 감정변화와 반항하고 싶은 마음 등이 이 흔들림입니다. 따라서 모든 아이들의 사춘기는 혼탁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진흙의 많고 적음에 따라 분명 그 혼탁함의 정도는 달라집니다. 진흙이 바로 아이의 평소의 정서상태, 가정환경, 또래관계입니다. 따라서 사춘기의 감정기복과 반항적인 말투와 행동이 발현되었을 때 무언가 해결하려 노력한다면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때문에 사춘기를 조금이라도 평화롭게 겪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춘기 이전 영유아기와 아동기 전반을 잘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사춘기 이전 시기에는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어 정서적 유대감이 돈독하게 형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집 안 분위기도 중요합니다. 또한 가족 외에 또래들과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시기이므로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도 필요합니다. 이 모든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평소 아이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분위기를 잘 만들어 주면 좋겠습니다.
가끔 사춘기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춘기는 남들 다 할 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보편적인 발달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어느 한 과정을 빠뜨리게 되면 늦게라도 반드시 그 과정을 거치며 발달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만약 아동기 후반이나 청소년기에 사춘기를 하지 않는다면 20대 초 중반에 하게 되는데 이때의 감정기복과 반항은 실로 어마어마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사춘기를 겪는 시기에 적당히 사춘기를 겪고 성인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양육표어 - 사춘기도 때가 있다 때에맞춰 하게하자]